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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으니 Jun 16. 2020

매일 시들어 가는 남편

생기를 불어넣어주고 싶다.

2개월이 지난 지금 남편은 육아휴직을 어떻게 생각할까?

나는 물어보지 않아도 알 것 같다.


어느 날 재택근무를 하던 중 남편의 하루를 살펴보니 완벽한 주부생활이다.


매일 아침 아이들 밥을 챙기고,

둘째 유치원 보낼 채비를 한다.

아이를 보내고 나면 첫째는 온라인 수업을 하고,

남편은 설거지를 하고 청소기를 돌린다.

첫째 온라인 수업 중 도와줘야 하는 부분은 남편이 도와준다.

프린트도 해야 하고 준비물도 챙겨줘야 한다.

숙제도 간간히 봐줘야 한다.

그렇게 조금 쉴 틈이 생기는가 하면 곧 점심 먹을 시간이다.

점심을 차려 첫째와 밥을 먹고,

설거지를 한다.

이제 드디어 쉬는 시간인가?


조금 쉬고 나면 둘째가 하원 할 시간이다.

그럼 둘째의 케어가 시작된다.

아직 말을 잘 안 듣는 5세 아이를 데리고,

놀이터에 가서 1시간 놀기도 하고 (마스크는 착용한다)

근처 마트에 가서 장을 봐오기도 한다.

그럼 훌쩍 5시, 집에 와서 아이 씻기고 저녁 준비를 하고

저녁을 차려주고, 이거 저거 시중들다 보면 자기 밥 먹을 시간을 내는 것도 힘들다.

그렇게 밥을 어떻게 먹었는지 먹고 나면

또 설거지를 시작한다.

그리고 둘째 유치원 숙제를 챙기고, 준비물을 확인한다.


방은 또 얼마나 어지러운지

아이들이 놀고 직접 치우면 좋으련만

우리 집은 그게 잘 안된다.

아이들이 어질러놓은 장난감과 쓰레기들을 정리하고

간단히 청소기를 돌린다.

그렇게 남편의 하루는 금방 저녁이 된다.

남편은 정말 부지런한 타입이라 매일 그렇게 열심히 집안일과 아이들을 케어하고 있다.

나는 옆에서 보고 있자니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다.

언제 깨질지 모르는 얼음 위를 걷는 것 같다.

이렇게 너무 열심히 하면 지칠 텐데. 저렇게 하면 너무 힘들 텐데.

계속 쉬라고 말을 해도 몸을 쓰고 있는 남편을 어쩌면 좋나.

코로나 때문에 친구도 못 만나고 밖에도 못 나가고,

이렇게 매일을 집에서 아이들과 씨름하는 남편이 시들고 있다.


한편, 나의 육아휴직 시절이 떠오르며 남편도 이렇게 나를 이해하고 있을까 기대도 해본다.

모든 것이 그렇겠지만 육아도 경험해보기 전까진 모른다. 그 힘듦의 무게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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