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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으니 Jun 23. 2020

회사 일만 한다는 게 이렇게 편한 거였어?

남편이 모든 집안일을 케어한다. 

"당신이 집에 있으니까 너무 좋다." 요즘 나의 입에서 매일 나오는 말이다. 

남편은 육아휴직 후 마인드가 싹 바뀌었다. 집안일은 본인이 할 테니 신경 쓰지 말라는 것이다. 

일종의 책임감이었다.

집안일이 쌓여 있어도 그는 "퇴근하고 피곤할 텐데 쉬어"라고 늘 말한다. 

물론 주말은 함께 집안일을 눈치껏 나눠서 하고 있다. 


그가 처리하는 집안 일과 아이들 케어는 지난번 글에서 이야기 한 바 있다. 

매일 시들어가는 남편 

이 모든 걸 그가 도맡아 하고 있으니, 난 회사일만 집중하면 된다. 

세상 좋다. 이렇게 좋을 수가 없다. 

나는 진심으로 계속 이 생활을 지속하고 싶다. 


그래서 지난 주말 그의 속내를 살짝 물어보았다. 


그도 이 생활을 유지하는 것에 만족해한다. 다만, 매우 현실적인 이유에서 걸린다. 결국 돈 문제이다. 

남편 이름으로 받은 신용대출을 유지해야 하니 복직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대출이자. 

그것만 아니면 그도 남의 눈치 받지 않고 혼자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고 싶어 했다. 

그는 성향상 다른 사람을 통해 받는 스트레스가 큰 사람이다. 

그래서 더욱 회사 생활의 절반은 스트레스를 받고 다니는 듯하다. 


한편 매일 나오는 월급이 아깝다고도 한다. 

어찌 됐든 한 달 일하면 어디 가서 혼자 쉬이 벌 수 없는 월급을 받게 되니 말이다. 

그 말도 맞다. 그런데 그것이 함정이다. 

그 달콤함에 취해 월급이란 사탕만 빨고 있다가 사탕이 모두 사라졌을 때는 어찌할 것인가? 

그리고 그 사탕의 크기가 절반도 남지 않았다. 


그 날의 대화로 우리 현실이 당장 바뀔 것은 없다. 

대출에 묶인 인생이라 당장 회사를 그만둘 수도 없고, 그만두더라도 당장 내가 돈을 벌 수 있는 일이 뿅 하고 나타나지 않는다. 

그저 늘 이렇게 사탕이 다 줄어들기 전까지 준비를 하며 살자는 것이 그날의 결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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