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모든 집안일을 케어한다.
"당신이 집에 있으니까 너무 좋다." 요즘 나의 입에서 매일 나오는 말이다.
남편은 육아휴직 후 마인드가 싹 바뀌었다. 집안일은 본인이 할 테니 신경 쓰지 말라는 것이다.
일종의 책임감이었다.
집안일이 쌓여 있어도 그는 "퇴근하고 피곤할 텐데 쉬어"라고 늘 말한다.
물론 주말은 함께 집안일을 눈치껏 나눠서 하고 있다.
그가 처리하는 집안 일과 아이들 케어는 지난번 글에서 이야기 한 바 있다.
이 모든 걸 그가 도맡아 하고 있으니, 난 회사일만 집중하면 된다.
세상 좋다. 이렇게 좋을 수가 없다.
나는 진심으로 계속 이 생활을 지속하고 싶다.
그래서 지난 주말 그의 속내를 살짝 물어보았다.
그도 이 생활을 유지하는 것에 만족해한다. 다만, 매우 현실적인 이유에서 걸린다. 결국 돈 문제이다.
남편 이름으로 받은 신용대출을 유지해야 하니 복직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대출이자.
그것만 아니면 그도 남의 눈치 받지 않고 혼자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고 싶어 했다.
그는 성향상 다른 사람을 통해 받는 스트레스가 큰 사람이다.
그래서 더욱 회사 생활의 절반은 스트레스를 받고 다니는 듯하다.
한편 매일 나오는 월급이 아깝다고도 한다.
어찌 됐든 한 달 일하면 어디 가서 혼자 쉬이 벌 수 없는 월급을 받게 되니 말이다.
그 말도 맞다. 그런데 그것이 함정이다.
그 달콤함에 취해 월급이란 사탕만 빨고 있다가 사탕이 모두 사라졌을 때는 어찌할 것인가?
그리고 그 사탕의 크기가 절반도 남지 않았다.
그 날의 대화로 우리 현실이 당장 바뀔 것은 없다.
대출에 묶인 인생이라 당장 회사를 그만둘 수도 없고, 그만두더라도 당장 내가 돈을 벌 수 있는 일이 뿅 하고 나타나지 않는다.
그저 늘 이렇게 사탕이 다 줄어들기 전까지 준비를 하며 살자는 것이 그날의 결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