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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으니 Aug 29. 2020

좋아요가 좋아요

좋아요로 소통하는 이시대 사람들 

엄마, 좋아요가 많이 눌린 걸 보면 기분이 좋아요.

딸아이가 어제 태블릿으로 색칠하는 앱을 하다 이런 말을 한다. 본인이 색칠한 그림을 여러 사람이 좋아요를 눌러주면 기분이 좋다고 한다. 문득 모두가 하나쯤은 사용하는 SNS, 그곳에서 소통하는 가장 편한 방식은 '좋아요'와 '공감'이다. 




SNS를 정리하기 전 나는 SNS에 중독되었다.

출근길에 자동차 신호가 멈추면 카카오톡을 확인한다. 오는 채팅이 20개가 넘는다. 그 채팅방에 읽지 않음으로 표시된 숫자는 내가 읽는 속도보다 빠르다. 

회사에 도착해 사무실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에서 인스타그램을 눌러 내가 아침에 올린 게시글의 좋아요 수와 덧글을 확인한다. 나를 눌러준 사람들이 누구인지 확인하고 일일이 방문한다. 그리고 새로 올라온 타임라인의 게시글에 기계적으로 하트를 누르며 스크롤을 내린다. 그렇게 눌러도 인스타그램의 게시글을 모두 보기는 어렵다. 인스타그램의 새로운 게시물은 내가 읽는 속도보다 빠르다. 심심할 틈이 없다. 자리에 앉아서 잠시 쉴 틈에도 어김없이 휴대폰을 들어 SNS를 확인한다. 

블로그에 들어가 새로 늘어난 이웃이 몇 명인지 확인하고, 내 글에 덧글 달아준 사람에게 대댓글을 단다. 그리고 답 방문을 한다. 글을 빠르게 읽고 공감을 누른다. 이웃 새 글에 올라온 글을 스크롤하다 마음에 드는 게시물을 눌러 눈으로 쓰윽 스캔 후 공감 버튼을 누른다. 때론 덧글을 남기기도 한다. 

아주 가끔 생각날 때 내 유튜브 채널에 들어간다. 구독자가 한 명이라도 는 날은 기분이 좋다. 구독자가 늘지 않아도 괜찮다. 내가 올린 영상의 조회수가 올라갔음을 확인하면 됐다. 

브런치에 글을 올린 날은 브런치 글에 좋아요가 눌렸다는 알람을 받으면 그 수를 헤아린다. 브런치의 경우 하나의 글이 다음 메인에 노출되지 않으면 지속력이 길진 않다. 그래서 딱 올린 그날에만 주로 좋아요가 몰려서 올라오기에 다행히 큰 시간이 필요하진 않다. 이런 루틴을 하루에도 여러 번 반복한다. 


SNS의 함정은 좋아요를 받고 싶으면 좋아요를 눌러야 한다는 점이다.

내 생각에 아무리 멋진 게시물을 올린다 해도 내가 좋아요나 공감을 누르지 않으면 나의 게시물에 좋아요와 공감해주는 사람은 한계가 있다. 그 시스템을 알기에 더욱 늪에 빠져든다. 시간이 생길 때마다 핸드폰의 좋아요를 기계적으로 누를 수밖에 없다. 그럼 이렇게 시간을 들여서 어떤 결과를 얻었을 수 있을까? 


나의 인스타그램은 가입 3개월 만에 팔로워 1000명에 도달했다. 지금은 1379명의 팔로워가 있다. 팔로우 수를 보라. 1297명이다. 내가 누른 만큼 나를 눌러주는 시스템이다. 블로거의 이웃수 늘리기도 비슷하다. 어느 정도까지는 내가 서로 이웃을 추가해야 그들도 나를 추가한다. 브런치도 완벽히 그렇다고 보긴 어렵지만 처음은 내 구독자보다 나의 관심작가 숫자가 더 컸다. 어느 정도는 모두 줘야 돌아오는 시스템이라고 봐야 한다. 유튜브가 그런 면에서는 가장 트릭 없이 구독자수가 늘어난다. 내가 구독했다고 나를 구독해주지 않는다. 철저히 콘텐츠 기반으로 관심 있는 영상이 주기적으로 올라올 경우만 구독을 누른다. 다만 요즘은 이것도 유튜브 수업이 많다 보니 수업 동기들끼리 처음에 서로 구독을 눌러주며 최소 20~30명까지는 확보할 수 있다. 



이런 굴레를 벗어나고자 SNS를 정리했다. 

인스타그램 앱을 삭제했고, 주 1회 올리던 유튜브 영상을 더 이상 올리지 않는다. 아! 그리고 나는 네이버 카페도 만들어 관리했던 터라 그것도 손을 놓았다. 네이버 카페도 키우려면 손이 많이 드는 것으로 유명하다. 블로그와 브런치는 글을 쓰기 위한 목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지금 나의 생활은 많은 변화가 있다. 


카카오톡 오픈 채팅 중 몇 곳에서 빠져나왔다. 아직도 오픈 채팅 방이 10여 개 되지만 그중 활성화된 방은 5개 내외다. 인스타그램을 확인하던 시간엔 블로그 이웃 관리에 집중한다. 이게 끝이다. 심플해진 나의 SNS 일상은 나에게 책 읽는 시간을 선물해줬다. 이북을 설치해 관심 있는 책 3권을 다운로드하여 휴대폰을 들어 무언가 확인하고 싶을 때마다 책을 펼쳐 읽는다. 그렇게 읽다 보니 1~2일에 책 1권은 거뜬히 읽는다. 

콘텐츠를 만들진 않으면서도 여전히 가끔씩 나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PC로 접속해본다. 그리고 유튜브 구독자도 하루 한 번은 확인한다. 그런데 딱 거기까지다. 확인하고 끝. 아마 더 이상 구독자수가 늘지 않거나 반응이 오지 않는 순간 나는 더 이상 그마저도 하지 않을 것이라는 걸 안다. 아직은 그 중간 과도기 기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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