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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으니 Aug 31. 2020

사장님 책상이 생겼다

가족을 바라보며 함께할 수 있는 공간이 생겼다. 

나만의 서재가 생겼다. 거실 한쪽에 놓여있던 6인 테이블에 컴퓨터 의자를 옮겨놓으니 순식간에 서재 완성이다. 주로 새벽 출근 전과 주말 틈틈이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나에게 가족들은 불만이 많았다. 주말인데도 방구석 컴퓨터 책상에만 앉아 있으니 그럴만하다. 나는 벌려놓은 일을 마무리하기 위해 주말에도 컴퓨터 앞에서 씨름해야 했다. 주로 독서모임, 유튜브 편집, 온라인 강의 등이다. 점점 어두워지는 남편의 표정을 보며 조치를 취해야겠다는 생각에 5월 맥북을 구입했다. 맥북을 구입하고 주말에 거실 테이블에 앉아 있으니 내 일을 해도 가족과 함께하는 느낌이 들어서 좋다. 

그런데 맥북을 구입했음에도 나는 데스크톱 앞에 더 많이 앉아있다. 그 이유가 뭘까 곰곰 생각해보다 테이블 위에 쌓여있는 짐들과 식탁의자의 불편함이 이유라는 것을 깨달았다. 편안한 의자를 거실로 빼면 난 데스크톱에 앉을 일이 없겠다고 남편을 졸랐고, 어느 날 퇴근해보니 남편이 테이블을 정리해주었다. 거기에 첫째 딸의 깜짝 선물인 명패까지 놓여있었다. 딸아이는 이 책상을 사장님 책상이라 불렀다. 


거실로 나오니 나도 좋고 가족도 좋다. 

거실 테이블에선 맥북을 매일 쓴다. 그리고 책을 읽는다. 한쪽 벽에서 바라보면 아이들 노는 모습이 전부 보인다. 남편이 주방에서 설거지하는 모습도 보인다. 아이들도 내 자리에 수시로 왔다 갔다 하고 엄마가 뭘 하는지 본다. 엄마는 늘 책을 읽거나 글을 쓰고 있다. 나도 좋고 아이에게도 좋다. 

내가 이곳으로 나오니 남편이 컴퓨터 책상에서 코딩 공부를 한다. 오잉?! 막상 방에 들어가 있는 사람은 모른다. 얼마나 오랫동안 그곳에 있었는지. 나도 그동안 그랬겠지. 

남편도 거실에서 함께했으면 좋겠다고 하니 가지고 있던 노트북으로 테스트를 해본다. 불편함을 해결하고자 태블릿과 키보드도 챙겨 온다. 어느새 뚝딱 테이블 한 구석에 세팅이 완성됐다. 남편도 옆에서 함께 하니 더 흥이 난다. 그리고 무엇보다 남편도 거실 테이블에서는 가족이 모두 함께 있다는 느낌이 든다는 것을 체험했다.  


가족과 함께 행복하기 위한 공부임을 잊지 말자.

가끔 주객이 전도되는 경우가 있다. 나는 가족과 현재의 행복을 놓치지 말자고 이야기하면서, 정작 너무 나만의 공부에 몰입해서 현재를 점점 놓치고 있었다. 가족의 표정을 보고 눈치를 챘다. 

나 좋자고 하는 공부지만 나 혼자만 좋다고 계속 즐거울 순 없다. 가족은 싫어하는데 혼자만 공부에 열중한다면 아무리 공부라도 가족이 환영할 리 없고, 그럼 가족의 평화는 깨진다. 나도 그것을 잊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최근 SNS 정리를 하고 남편이 이야기한다. 훨씬 여유 있어졌다고. 내가 여유가 생기니 가족도 그것을 느끼고 내가 즐거우니 가족도 즐겁다. 내가 느끼면 가족도 모두 함께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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