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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으니 Aug 19. 2020

글을 쓰며 나를 알고, 알린다.

"타닥타닥 다다다다" 글을 쓰는 키보드 소리가 분주하다.


새벽 6시면 매일 컴퓨터 앞에 앉아 글을 쓴다. 어떤 주제던 상관없고, 그 양도 정해지지 않았다. 모두 내가 선택하는 것이다. 글을 쓰며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한 이후로 매일 글을 쓰려고 노력 중이다.


최근에는 나를 알기 위해 글을 쓰고 있다. 지금까지 해오던 나만의 책 만들기 주제도 나를 알아가는 주제들이었다. 45편까지 쓰고 잠시 쉬는 중이다. 그리고 새로운 스터디 모임에서 시작한 글쓰기 주제도 나를 발견하기 위한 주제이다. 22일까지 썼다. 그 외 블로그에 1일 1포스팅을 하고, 이렇게 브런치 글도 드문드문 적는다.


초반에 글을 쓰는 연습 주제로 제시되는 것들이 거의 '나'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내기 위한 것들이다. 예를 들면 이런 거다. 기억에 남는 별명, 나의 보물, 처음 이성을 의식한 때, 추억 속의 노래, 기억에 남는 집, 나의 취미 등. 이런 질문들을 누군가에게 받아봤을 수도 있다. 깊이 생각하지 않고 한 두 줄의 문장으로 답을 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글쓰기는 최소 500자 혹은 7000자 정도의 내용은 쓰기로 약속을 한다. 그러면 평소에   문장으로 하던 이야기  깊이 있게 생각하거나 확장해야 한다. 깊이를 더 깊게 하려면 그 주제를 더 물고 늘어져본다. 예전 기억까지 마구 끄집어낸다. 만약 다른 것으로 확장을 한다면 그 확장하려는 것과의 연결성도 찾아내야 한다.


예를 들어, 한 번은 돈가스라는 소재로 글을 쓰는데 나의 추억 속 돈가스 집이 떠올랐다. 그래서 그 돈가스 집까지 가던 거리, 돈가스는 특별한 일이 있을 때 먹었던 기억, 돈가스의 형태 , 먹을 때 느꼈던 감정 등을 차근차근 끄집어 내보는 것이다. 그렇게 풀어내도 500자가 안 채워지던 차에 그 시절 먹던 떡볶이가 생각났다. 돈가스가 특별한 날에 먹던 특식이라면, 국물떡볶이는 언제든 먹을 수 있는 일반식이다. 국물 떡볶이 집은 돈가스 집으로 가던 그 골목 초입에 있었다. 그렇게 공간적 연결로 이어갈 수도 있고, 특식과 일반식으로 나누어먹던 그 시절의 시간축으로 글을 확장해 나갈 수도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내가 글을 쓰는 동안 필요했던 것은 내 속에 가라앉아 있던 나의 과거 기억을 떠올리는 연습이었다. 그렇게 글을 쓰며 나를 발견해나간다. 내 과거의 기억, 내 속의 깊은 생각 그리고 그때의 감정들을 말이다. 그래서 글쓰기가 나를 발견하는 과정이라는 말을 하는 듯하다. 또 글감을 찾기 위해 일상생활을 깊이 있게 들여다보는 습관이 생겼다. 순간의 감정을 기억하려고 애쓴다. 사람과의 관계에서 일어나는 일들 또한 예사로 넘기지 않는다. 모든 순간에 촉을 세우게 된다. 이 또한 나를 알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내가 글을 쓰기 어려워했던 이유를 곰곰이 되짚어보면 나를 드러내는 것이 무서웠던 것이 가장 컸다. 내가 쓴 글이 구성력이 떨어질까 봐, 문장이 매끄럽지 않을까 봐, 문법상 틀린 것이 있을까 봐, 재미없을까 봐 등 별 걱정을 다 하며 글을 드러내지 못했다. 그럼에도 이제 나는 나의 과거의 기억까지 끄집어낸 글들을 SNS에 오픈하고, 그 글을 읽고 사람들은 덧글을 단다. 나를 알리고 싶기 때문이다. 아직도 이 광경이 참 생경하다.


누구에게나 인생을 살아온 순간이 있다. 그 순간들을 꺼내보고 순간을 기억하려 애쓰고, 다른 이도 볼 수 있게 보관하는 방법이 글을 쓰는 것이다. 그렇게 글을 쓰며 나를 더 알아가고 알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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