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고, 아이고~' 몸을 일으키며 나도 모르게 새어 나오는 말에 헛웃음이 나온다.
나도 나이 들고 있구나.
나이 듦에 대해 생각해 본 적 있는가?
서서히 달라지는 몸을 보며 마음의 준비는 해야겠다는 생각은 늘 있다.
나이 들며 내가 느끼는 몸의 변화는 이런 거다.
무릎이 아프다. 아이 낳고 무릎에 무리가 온 후로 종종 통증이 있다.
때론 작은 글씨가 잘 보이지 않는다. 아직은 아주 작은 글씨만이다.
머리카락이 얇아진다. 머리 위에서 바라보면 점점 두피가 눈에 띈다.
눈가의 주름이다. 이건 뭐 빼박이다. 웃을 때 깊이 파인다.
탄력 없어진 살들이다. 11살, 5살 아이들의 탱글탱글한 몸을 보면 부럽다.
정신적인 변화도 있다.
마음이 너그러워진다. 회사에서 일 이야기할 때 불평불만이 많은 주니어들을 보면 상대적으로 내 마음에 여유가 생겼음을 새삼 느낀다.
지인들이 놀리려고 '어머님' 혹은 '아주머니'라는 호칭을 들을 때 이제 욱 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이렇게 나이 들고 있는 모습을 서서히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이 가장 눈에 띈다. 슬프지 않다.
나이 드는 게 두려울 때가 있었다.
주변에 흔히 보이는 노년의 삶을 바라볼 때 그랬던 것 같다.
재미없어 보이는 삶. 주어진 환경에서 그냥 살아가고 있는 삶. 때론 나이 들어서까지 생계를 위해 몸으로 일하고 있는 삶. 그들을 보며 나는 저렇게 살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강했다.
나는 다를 거야 생각하며 저항했다.
그래서 내가 찾았던 방법은 돈이었다. 돈이 있으면 나는 다르게 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돈이 있으면 나는 나이 들어서 일 안 하고 놀면서 살 수 있을 거야.''무얼 하고 놀지? 그래 취미생활을 만들어야겠어. 골프를 치며 여행을 해야지' ... 골프와 등산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그때가 되면 나는 과연 아이들도 없는 집에서 남편과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을까? 외롭진 않을까? 무기력해지진 않을까?'
늘 이렇게 생각이 꼬리를 물며 이렇다 할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마무리되었다.
그러던 나에게 풍요롭게 나이 들 수 있겠다는 희망을 품게 된 계기가 있었고,
그것은 '고미숙'작가님이 한 영상에서 '글쓰기'에 관해 이야기하는 내용이었다.
이 영상을 보고 블로그에 다음과 같이 글을 남겼다.
글쓰기에 대한 생각을 확고하게 해 주신 고미숙 선생님 감사합니다. 이 영상을 보고 글쓰기를 하고 싶다는 막연했던 생각들이 더 선명해졌습니다. 글을 쓰는 사람이 되자.
이 영상에서 본 고미숙 작가님의 이야기를 몇 가지 소개한다.
지혜와 우정이 결합되면 노년은 너무 아름다운 노년이고 겨울이에요.
앞으로 우리나라의 노년의 복지는 노년의 지혜와 노년의 우정의 방향으로 나아갈 거예요. 지혜와 우정이 결합되면 노년은 너무 아름다운 노년이고 겨울이에요. 이게 아니면 어떠한 것으로도 삶의 소멸되어가는 상실감을 보상할 수 없어요.
읽고 쓰는 것은 성찰이잖아요. 그리고 대화 그리고 영성 이렇게 이어지는 것이 우리 삶의 전체 지도가 되어야 할 것 같아요.
조금 더 덧붙이자면,
예전엔 '먹고살기 위해 배웠다', 이제는 '먹고살 만해도 배운다' '살아있는 한 배워야겠구나'라고 마음이 바뀌고 있는 거죠. 삶 자체가 배움이구나.
나는 쓰는 존재라고 할 때 거기의 수많은 존재를 찾아내는 거예요.
읽기와 쓰기가 분리될 수 없고, 읽기가 거룩하다면 쓰기는 내 안에서 분출되고 산출되는 것이기 때문에 통쾌하다는 것, 이것이 생명의 순환이죠.
스멀스멀 뭔가 희망의 느낌이 온다면 아래 영상을 꼭 한 번 보길 권한다. 더욱 확실해 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