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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으니 Sep 18. 2020

온택트 월례회

코로나19가 시작된 이래로 모든 모임은 중단되었다. 

회사에서도 마찬가지다. 회식도 사라지고 행사도 멈췄다. 사라진 회식은 간식으로 대체되었고 그마저도 자리에서 혼자 먹어야 한다. 처음엔 점심도 먹은 후 간식을 꾸역꾸역 먹었지만, 이젠 요령이 생겨 간식을 받는 날엔 양손 무겁게 일찍 퇴근한다. 가족과 함께 간식을 먹기 위해서다. 행사는 대체되지 못하고 몇 달을 못 하고 지나갔다. 곧 끝나겠지 하는 마음이었을까. 너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해보자 하는 심정이었을까? 미루던 행사는 결국 코로나19에 항복하며 온라인 월례회로 진행되었다. 

월례회는 무사히 끝났다.  

오후 2시 100여명의 사람이 하나 둘 접속한다. 어느정도 모이니 행사는 시작되었다. 진행자는 화상회의가 가능한 별도의 회의실에서, 팀원들은 각자 자리에서 접속한다. 마이크가 없는 사람은 없는대로, 있는 사람은 있는대로. 진행자는 준비한 PPT 자료를 넘기며 자연스럽게 진행하고, 모두에게 공유된 PPT화면을 자리에서 보며 이야기를 듣는다. 

첫 시작은 생일파티다. 마이크는 없지만 자리에서 각자 생일축하 노래를 부른다. 박수를 치니 온 사무실이 박수소리로 가득하다. 왠지 찡하고 뭉클했다. 생일파티가 끝나고 다음은 3개월 전 우리 부서에 새로 온 분을 소개 순서다. 코로나 때문에 제대로 된 환영회도 받지 못했다. 회의실에서 진행자가 자리에 앉아있는 경력사원에게 질문을 하고 경력사원은 온라인에서 자기 소개를 한다. 최근 상을 받은 직원에게도 연결하여 소감을 듣는다. 재택근무 중인 분이라 집에서 시스템을 통해 접속했다. 감도는 좀 떨어지지만 재택근무자도 함께 할 수 있으니 좋다. 


올해 개인적으로 들었던 모든 교육은 줌으로 이뤄졌다. 이미 온라인에서 사람이 모이고 무언가 한다는 일에 익숙하다고 생각하던 나에게도 월례회는 참 오묘한 감정을 일으켰다. 큰 소리로 이야기하면 다 들리는 곳에서 각자 자리의 컴퓨터를 보며 이야기 하는 모습이, 박수소리도 서로 다 들리는 이곳에서 만나지 못하고 온라인으로 대화 하는 상황이 안타까워서였을까. 


우리 부서는 매일 온라인 회의를 한다. 같은 부서끼리도(자리 간 거리가 100미터도 안 떨어져 있어도) 온라인으로 회의를 하고 있다. 자리에서 들어보면 내 앞의 앞 사람 내 옆의 옆 사람 그리고 내 대각선으로 50미터 떨어진 사람끼리 대화를 하고 있다. 온라인으로. 서로의 말소리가 들리고 셋은 함께 웃는다. 어떤 이는 다른 부서와 회의를 하느라 목소리를 높인다. 장터가 따로 없다. 예전엔 자리에서 전화하는 것 조차 시끄럽다는 불만이 가득하여 전화 방이 따로 마련되었다. 그땐 불편한 것이 지금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 된 상황. 비단 이 뿐만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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