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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은희 Nov 18. 2021

제주 갱이 동백이

12.  끝없는 불안감

"진표야,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니? 동물보호센터에서 너를 데려 오기 전까지 말이야."

마구 짖으며 자동차를 쫓던 내가 바퀴 밑으로 빨려 들 듯하다가, 겨우 빠져나오는 것을 보고 난 후 엄마가 내게 한 말이에요. 엄마는 너무 놀라서 숨도 못 쉬고 있었어요...

 엄마는 내게 자동차에 대한 '트라우마' 있는 것 같다는 알쏭달쏭한 말을 했어요. 그 이후로 엄마는 시간이 날 때마다 나를 차에 태우고 다녔어요. 차만 타면 헥헥거리고 안절부절못하며 괴로워하는 나를 말이에요.

 "진표야, 우리 이겨내 보자. 그게 무엇이었든지 말이야. 엄마랑 같이 노력해 보자."

엄마는 집에서 가까운 월정리 바다로 나를 데리고 갔어요. 그리고 노을이 지고 있는 붉은 바닷가를 거닐었어요. 축축한 모래가 마음에 안 들었지만, 뭐 어쩔 수 없잖아요? 나도 엄마처럼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야지요.

 제주에 살았지만 바다에 나를 데려간 사람은 엄마 가족뿐이었어요. 파랬던 파도가 하얀 물결로 크게 밀려오면 나는 너무 무서웠어요. 하지만 엄마는 괜찮다고 했어요.  그리고 이모랑 찬이 형아랑 달리기도 했어요. 엄마는 사진을 찍어주었어요. 멋진 내 모습에 반했던 거예요.

 엄마는 나를 데리고, 사람이 많이 다니지 않는 오름을 찾아서 차를 타고 떠나곤 했어요. 새로운 풀냄새가 내 코를 벌름거리게 했어요. 숲에 가면 더욱 바빠졌던 나를 보면서, 엄마도 신이 나 보였어요.

하지만 그 사건 이후 내 트... 뭐는 더 심해졌어요. 새벽 산책을 나갔던 날이었어요. 엄마는 아직 덜 깬 얼굴로 내 끈을 잡고 걷고 있었어요. 나도 얼른 좋은 자리를 잡아서 똥을 싸고 싶어서 걸음을 서두르고 있을 때였어요. 난데없이 나타난 큰 개 두 마리가 엄마와 나를 향해 사납게 짖기 시작했어요. 나는 너무 무서웠지만, 엄마를 지켜야겠다는 생각에 이빨을 드러내고 짖었어요. 엄마는 가까이 다가오는 개들을 향해 소리쳤어요. 기합 소리 같은 걸 내면서 나를 잡아당겼어요. 내가 작다고 해도 그 개들한테 지기는 싫었어요. 엄마의 간절한 부탁을 무시하고 그 개들을 향해 달려가려고 하는데... 엄마는 몸을 날려서 나를 꽉 끌어안았어요. 그때 마침 트럭이 다가왔어요. 우리를 구해주려고 한 것 같아요. 그걸 본 개들은 빠르게 뒤돌아서 달려갔어요. 엄마의 머리는 심하게 헝클어져 있었어요. 엄마의 무릎에서는 피가 흐르고 있었어요. 엄마는 돌아가려는 트럭을 세웠어요. 그런데 트럭에서 내렸던 사람은 외국인이었어요. 그것도 한국말을 하나도 못하는 외국인이었어요. 엄마는 약간 머뭇거리더니 말했어요.

 "후즈 도그?"

 그러자 외국인은 엄마처럼 머뭇거리더니 처음 듣는 말로 뭐라 뭐라 했어요. 엄마는 더 큰소리로 천천히 물었어요.

 "who... is... dogs?"

  외국인의 표정을 보고, 엄마가 말도 안 되는 말을 했다는 것을 눈치챘어요. 나는 조금은 창피했지만, 놀려 주기에는 엄마의 무릎에서 피가 멈추지를 않았어요. 엄마는 참 용감했어요. 어쩌면 나보다 더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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