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엄마가 다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처럼, 엄마도 나를 다 마음에 들어 했던 건 아니에요.
자꾸만 내 털 때문에 엄마의 비염은 더 심해졌고, 엄마의 청소시간은 점점 늘어났어요. 하지만 엄마는 한 번도 나에게 뭐라고 한 적은 없어요.
"진표야, 우리 좋은 청소기 살까? 니 털이 쏭쏭 들어가는 청소기 말이여."
아휴 엄마가 왜 나를 혼내지 않았는지 알겠어요. 뭐든 사는 거 좋아하는 엄마는 청소기도 새로 사고 싶어진 거죠. 내 핑계를 대고 말이에요.
가끔 주었던 지유 시간에 내가 꿩을 잡으러 다니느라 아무 데나 싸돌아다녀서 진드기를 묻혀 오면, 엄마는 매우 놀라곤 했어요. 진드기 약 바를 때가 아직 멀었는데 왜 진드기가 붙어 있는지...
"엄마는 괜찮아. 그런데 진표야, 네 몸에 진드기가 붙어 있으면 다른 사람들이 싫어할 것 같아. 고라니 같은 거 안 잡아도 되니까, 엄마 꿩만두 안 먹어도 되니까, 그만 쫓아다니면 안 될까?"
엄마는 내가 나갔다가 오면 경찰 아저씨처럼 온몸을 구석구석 살펴보고는 했어요. 난 그게 귀찮기도 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엄마의 그 손길이 따뜻하게 느껴졌답니다.
그리고 이 버릇은 엄마가 제일 싫어하는 건데요. 목욕을 하고 나서나, 산책 갔다 온 후 발을 씻고 나서나, 아님 그냥 몸이 근질근질하고 짜증이 날 때면, 나도 모르게 소파에 올라가서 마구 소파 가죽을 긁어대었어요. 나도 모르겠어요. 엄마가 그렇게 싫어하는 짓을 왜 자꾸 하는지요. 엄마는 내 버릇을 고쳐 보려고 벌을 세우기도 했고, 매를 들고 나를 쫓는 시늉도 했어요. 고쳐지지 않는 이 버릇 때문에 소파에는 못 올라가게 되었는데... 엄마가 일 하러 갔을 때는 소파에 올라가서 낮잠을 즐기곤 했어요. 아마 엄마도 알고 있었을 거예요. 쿠션에 묻어 있는 털을 돌돌이로 닦아내는 거 여러 번 봤거든요.
엄마는 내가 '사회성'이 부족하다는 말도 자주 했어요. 무슨 뜻인지는 모르겠지만, 다른 개들과 친하게 못 지낸다는 뜻이었던 것 같아요. 어쩌다가 개들을 보면 으르렁대며 짖어대는 나를 엄마는 걱정했어요. 나보다 큰 개한테도 그러는 나 때문에 엄마는 무슨 일이라도 생길까 봐 불안해했어요. 엄마는 어떻게 하면 개 친구들을 만나게 해 줄 수 있을까 해서 '애견 카페' '애견 놀이터' 등을 찾아보았어요. 하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구좌읍에는 그런 곳이 없었어요...
그런데 진짜 엄마가 힘들어했던 건 내가 자동차만 보면 미친 듯이 짖으면서 쫓아가는 거였어요. 산책을 할 때도 차만 지나가면 사나운 개로 바뀌어서 이빨을 드러내며 마구 짖어대며 쫓아가는 나 때문에 갑자기 차들이 멈추기도 했어요. 그러면 엄마는 "죄송합니다."라는 말을 자주 했었어요. 엄마는 간식으로도 나를 달래보고, 시선을 다른 곳으로 주기도 했어요. 차가 오기 전에 뛰어서, 차를 피해보기도 했어요. 엄마는 나를 혼을 내기도 했고, 내 목줄을 확 잡아당겨 보기도 했어요. 하지만 아무것도 나를 변하게 한 것은 없었어요. 나중에는 말이에요. 내 이 버릇 때문에 너무 힘이 들었던 엄마는 차가 올 때마다 나를 끌어안고 내 눈을 엄마 손으로 가려주었어요. 엄마는 숨을 멈추고 숨바꼭질하듯이 나를 엄마 품 속에 숨겨 주었어요... 엄마가 그렇게 걱정하는데도 내 버릇은 고쳐지질 않았어요. 엄마를 그렇게 사랑하는데도, 나는 왜 엄마를 그렇게 힘들게 했을까요? 아직도 난 모르겠어요... 미안해요, 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