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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은희 Nov 19. 2021

제주 갱이 동백이

13. 드디어 서울을 가다.

 설레어서 잠이 오질 않았어요. 내가 서울을 가게 되다니... 엄마는 택배로 받은 가방에 나를 억지로 넣었어요. 비행기를 타려면 가방에 들어가서 얌전히 있어야 한다면서요. 참... 그래도 안 들어가려는 나를, 가방에 간식을 숨기고 꼬시는 거  아니겠어요? 그런 얕은수를 쓰는 엄마가 귀여워서, 못 이기는 척 가방에 들어가 주고는 했죠. 서울에서 온 큰 이모는 서울로 나를 데려가기 위해 온 사람 같았어요. 하루에도 몇 번이나 나를 가방에 넣고 마당 한 바퀴를 돌곤 했어요. 말라깽이 큰 이모가 나를 넣은 가방을 메고 다니는 모습을 본 제주 아빠는 웃기기도 했지만, 왜 저렇게까지 하나 싶었대요. '그냥 개집에 놓고 갔다 오면 될 텐데' 하고 말이에요.

 그래요. 엄마랑 큰 이모는 차도 잘 못 타는 내가 비행기를 어떻게 탈지 너무 걱정이 되었대요. 게다가 가방에 나를 넣고 머리까지 쏙 넣고 닫아야 한다니... 나도 가방까지는 들어가겠지만, 그 좁은 가방 안에 갇혀 있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었어요. 가방에 들어가게 하려는 사람과 가방에 안 들어가라는 개와의 싸움은 며칠을 계속되었답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구좌읍에서 제주 공항까지 나를 데리고 가는 것도 쉽지 않았어요. 헉헉거리며 숨을 못 쉬는 것처럼 혓바닥을 내놓고 부들부들 떨고 있을 나를 말이에요. 그리고 비행기까지 타야 했으니... 엄마랑 큰 이모의 작전은 성공할 수 있었을까요?

 제주 공항 근처에 자동차를 놓고 택시를 탔어요. 이렇게 자동차가 많은 곳은 처음이었어요. 신기하기보다는 겁이 났어요. 실은 그때까지도 내가 어디로 가는지 몰랐었거든요. 공항에 도착하자 엄마와 큰 이모는 가방 안에 내 머리를 넣으려고 했고, 나는 몸부림을 치며 끝까지 안 들어가려고 했어요. 그러다가 큰 이모는 몸에 멍이 들었고, 엄마는 십 년은 늙어 보였어요.

 비행기 안에서도 내 몸부림은 계속되었어요. 엄마는 나를 안아서 달래주려다가 예쁜 옷을 입고 있는 누나에게 주의를 받는 것 같았어요. 다시 엄마 발밑에 내려놓은 나를 보면서 엄마는 작은 목소리로 말해주었어요.

 "진표야, 한 시간만 가면 서울이야. 너 서울 안 가봤지?  서울 가면 네가 보고 싶어 하는 가족이 있어..."

 '내가 서울에 가는 거라고요? 가족이라고요? 그럼 엄마 가족, 아니 내 기족을 만나러 가는 거에요? ? 정말 내가 서울에 가는 거예요?'

라고 묻고 싶었지만, 내 에서는 겁에 질린 신음소리와 헐떡이는 숨소리만 나올 뿐이었어요. 시골에서 살던 내가 서울이라니... 세상은 참 살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드디어 김포 공항에 내렸어요. 이모부 차를 타고 한강을 따라서 달려갔어요. 한강은 내가 자주 가던 평대 바다보다 훨씬 잔잔했어요. 불빛을 받은 한강은 어두웠지만 눈에 들어올 것처럼 반짝거렸어요.  처음 보는 수많은 자동차과 끝이 안 보이던 건물들도 보았어요.

 나 서울에 온 거 맞아요? 시골 개로 살면서, 다음 날 어떻게 될지 모르는 불안감에 떨던 내가 말이에요.  그 어떤 바람도 없이 살아왔던 내가 여기까지 오다니요. 지금 나보다 나를 더 사랑해주는 가족이 기다리고 있는 거... 맞나요? 엄마. 대답해줘요,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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