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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은희 Apr 24. 2023

제주 갱이 몽돌이

11. 누렁이

"누구야? 누구?"

 개농장에 있던 여러 마리의 개들이 동시에 짖기 시작했다, 꺼미와 누렁이를 보고 짖어대는 개들이 대부분이었지만, 그 목소리는 기운이 없는 것 같았다.

 "시끄러워. 이것들이 주인을 몰라 보는 거여?"

개장수는 술어 취한 것처럼 약간 비틀거렸다. 개농장은 오물 냄새가 가득했고 털뭉치가 여기저기서 보였고, 뜰장 수십 개가 붙어 있었다. 그 와중에 뜰장에서 오줌을 싸는 개도 있었고, 꼬리를 흔들며 반가워하는 개도 있었고, 꽈리를  튼 채 일어나지 않는 개도 있었다.

 "난 이번이 처음이 아니어서 잘 아는데...... 너무 떨지 마. 저 자식들한테 약하게 보이면 더 덤빈단 말이야."

누렁이가 속닥거렸다. 그 말에 정신을 차린 꺼미는 등을 꼿꼿이 세웠다. 개장수는 누렁이와 꺼미를 뜰장에 집어넣고 빗장을 잠가 버렸다. 그리고 사료를 나눠 주고는 사라졌다. 허겁지겁 사료를 먹어치우는 개들을 보고 있으니까, 꺼미는 기가 막혔고 가슴이 답답해졌다. 그날 밤은 참 길었다...... 그렇게 며칠이 흘렀다.

 어느 날 냉장트럭이 개농장에 멈췄다. 차에서 내린 낯선 남자는 개장수와 뜰장으로 와서 개들을 훑어보았다.

 "어라, 이 검둥이는 잘 자라지도 않는 개야. 사료 값만 든다고. 그냥 누렁이랑 같이 줘."

 "그러슈. 그렇지 않아도 잡고 나니 뼈만 남았더라고요. 애들은 순하니까 힘들게는 안 할 거유."

낯선 남자는 꺼미와 누렁이를 싣고 어딘가로 떠났다. 낯선 남자는 음식점 안으로 들어섰다. 큰솥 안에는 뭔가 끓고 있었고, 비릿한 고기 냄새가 진동했다. 음식점을 나온 낯선 남자는 낯선 아줌마와 같이 나와서 트럭 안에 있던 누렁이를 보여 주었다. 꺼미에겐 눈길도 안 주던 낯선 아줌마는 낯선 남자에게 뭐라 뭐라 하더니 돈을 주었다. 낯선 남자는 씨익 웃더니 인사를 하고 다시 차를 몰고 떠났다.

  "우리는 어디로 가는 거예요?"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꺼미가 누렁이에게 물었다.

 " 모르는 게 좋을 거야. 아마 넌 기절할 수도 있어."

 "네? 도대체 어디로 가는데요?"

누렁이의 심드렁한 답변에 꺼미는 입에 침이 말랐다. 하지만 누렁이는 눈을 감고 자는 척을 했다. 한참을 달리던 트럭이 멈추었다. 눈을 뜬 누렁이가 꺼미에게 말했다.

 "살고 싶으면 내 말대로 해. 차 문이 열리면 내가 시간을 끌 테니까. 넌 도망쳐~"

 "네? 어디로요? 같이 가면 안 돼요? 혼자서는 못 할 것 같아요......"

꺼미는 울먹이며 머리를 내저었다.

"..,..  아냐, 어차피 사람들은 나에게만 관심이 있으니까, 네가 도망가도 쫓아가진 않을 거야. 그리고 말 안 했는데, 난 뛸 수가 없어..,.. 그전 주인에게 맞다가 다리를 다쳐서..,.. 겨우 걷기만 하는 거야. 휴, 도망치고 싶어도......."

 누렁이는 꺼미의 눈을 보며 마지막 울음소리를 내었다.

"트럭문이 열리면, 바로 뛰는 거야! 알았지? 꼭 내 말대로 해!"

 트럭문이 열렸고,  올가미를 들고 서 있던 낯선 남자를 향해 누렁이는 있는 힘껏 달려들었다. 낯선 남자는 갑자스럽게 달려든 누렁이의 힘에 못 이겨서 자빠지고 말았다.

 "자, 지금이야. 달려, 달리라고~"

  꺼미는 누렁이의 말대로 달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트럭에서 뛰쳐나온 꺼미는 미친 듯이 달렸다. 뒤에서 들리는 누렁이의 울음소리도, 트럭 안에서 나던 개 냄새도, 낯선 남자의 고함 소리도 뒤로 하고 앞만 보고 달렸다. 꺼미의 귀가 바람에 제쳐져서 검은 토끼처럼 보였다는 것도 꺼미는 모르고, 그냥 달리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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