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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은희 Nov 13. 2021

제주 갱이 동백이

1. 엄마를 만난 날

 아줌마를 처음 본 것은 벚꽃이 흩날리는 4월이었어요. 서울에서 온 아줌마는 내가 살고 있었던 집 옆집으로 이사를 오게 되었어요. 그래서 나를 키워 주시던 엄마한테 인사를 하러 오셨어요. 내가 살고 있었던 구좌읍 행원리는 큰길에서 3. 6km 떨어져 있는 곳이에요. 이웃이라고는 두 집 밖에 없는 아주 외진 곳이에요. 그중 한 집은 내가 살고 있는 집이고, 아줌마는 다른 한 집으로 이사를 오게 된 거예요.  

아줌마는 나를 보자 신기해하며 웃음을 짓고는 엄마에게 물었어요.

" 얘 이름이 뭐예요?"

"진표예요."

"종류는 뭐예요?"

"그냥 잡종일 거예요. 유기견이었고요."

 아줌마는 저를 신기한 듯 바라보았지만, 나는 제 비밀을 들킨 것 같아서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았어요. 처음 본 강아지에게 종류를 물어보다니... 너무 예의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지만 엄마는 내 마음도 모르고 계속해서 악수를 시키고 앉았다가 일어나게 했어요. 엄마가 시키니까 어쩔 수 없이 하긴 했지만, 아줌마 앞에서 하고 싶지는 않았어요. 하여튼 엄마의 첫인상은 별로였어요.

 마침 청도를 다녀와야 했던 엄마는 저를 며칠만 맡아줄 수 있냐고 아줌마에게 물으셨어요. 아줌마는 시원하게 대답했어요.

 "그럼요. 그럼 우선은 친해져야 할 것 같으니까 산책을 다녀와 볼게요."

그렇게 저랑 아줌마는 처음으로 산책 길을 나섰어요. 아줌마는 전선으로 만든 내 목끈을 보며 잘 만들었다고 했지만, 저는 왠지 부끄러웠어요. 저도 다른 개들이 하고 다니는 멋진 목끈을 하고 싶었거든요...

  아줌마는 날씨가 좋다며 내게 말을 걸어주었고, 내가 이끄는 대로 따라와 줬어요. 나는 서울에서 온 아줌마에게 우리 동네를 자랑하고 싶어졌어요. 나는 뽐내면서 길을 안내하기 시작했어요. 다리를 꼿꼿이 내밀고 허리를 반듯이 한 채 앞만 보며 걸었어요. 그렇게 앞장서서 돌담길을 걷고 있는데, 갑자기 똥이 마렵기 시작했어요. 난 처음 본 사람 앞에서 똥을 누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어요. 특히 아줌마 앞에서는... 하지만 꾹 참고 걸어가려니 점점 더 더 똥이 마려웠어요... 안 돼, 안 된다고~~~

  이런 내 마음과는 달리 이미 똥이 후두득 떨어지고 말았어요. 저는 부끄러워서 풀 냄새를 맡는 시늉을 하며 슬쩍 아줌마를 바라보았어요.  놀랍게도 아줌마는 기분 좋은 웃음을 지으며

 "어머, 너 똥이 마려웠구나? 그렇지! 산책 나오면 한 번 누어야지!'

하며 신나 하는 게 아니겠어요? 그런 아줌마를 보자 나도 괜히 잘했다는 생각이 들지 뭐예요? 아줌마는 잘했다며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어요.  나도 그저 아줌마의 손에서 나는 향을 가만히 맡고 있었어요. 처음으로 맡는 향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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