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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은희 Nov 13. 2021

제주 갱이 동백이

2. 공포스러웠던 농장 생활

아줌마에게 맡기고 청도를 간다던 엄마는 나를 자동차에 태우고 한참을 달려갔어요. 알고 보니 아빠와 다시 얘기를 나누다가 엄마 친구네인 서귀포 농장에 나를 맡기기로 했대요. 그것도 모르고 난 멀미를 하느라 혓바닥을 내밀고 헉헉대며 한 시간을 넘게 차를 타고 갔어요. 도착하고 보니 전에 왔었던 그 농장이었어요.  끔찍하게 나를 괴롭혔던 개들이 있던 바로 그곳이었어요. 나는 두려움에 바들바들 떨기 시작했어요.

 "엄마, 나를 놓고 가지 말아 주세요. 너무 무서워요."

 나는 큰소리로 울부짖었어요.

 "아휴 시끄러워! 진표야, 그만 짖어~ 여기 와봤던 곳이잖아. 넓고 친구들도 많아서 네가 지내기에 좋을  거야."

 그렇게 엄마는 나를 맡기고 서둘러 떠나셨어요. 나는 계속해서 두려움에 울부짖었지만, 아무도 내 소리에 귀 기울여 주지 않았어요. 어느새 내 주변에는 개들이 모여들기 시작했고, 내 냄새를 맡으며 킁킁대었어요. 농장주인아저씨는 다른 개들과 잘 지낸다면서, 농장일 하러 가셨어요. 그러자 개들은 이빨을 드러내며 으르렁거리기 시작했어요.

 "야, 너 또 왜 왔어? 시커멓고 보잘것없는 털북숭아!"

 나는 겁이 나서 목소리가 나오지를 않았어요. 그러자 그 개들은 더욱 짖어대면서 나를 구석에 몰기 시작했어요. 나는 최대한 몸을 웅크리고 구석에서 숨어 있다시피 했어요.  이빨을 드러내던 개들은 조금 있다가 보자면서 다른 곳으로 몰려 갔어요. 나도 모르게 눈물이 또르륵 흘렀어요. 그리고 아줌마의 향이 생각났어요. 서울에서 온 아주마의 손 냄새가 맡고 싶어졌어요...

 한 참 있다가 나타난 주인아저씨는

 "사이좋게 잘 지내고 있었구나!"

하며 밥을 나눠 주셨어요. 어디선가 다시 나타난 개들은 주인아저씨께 꼬리를 치며 애교를 부리기 시작했어요. 주인아저씨는 "오냐, 오냐~" 하시면서 마저 밥을 나눠 주시고는 사라졌어요. 나는 배가 몹시 고팠어요. 주인아저씨가 내 앞에 놓고 간 밥그릇에 입을 대려는 순간 날카로운 소리가 들렸어요.

 " 여기에 네 밥은 없어."

으르렁대며 여러 마리의 개들이 내 주변을 점점 좁혀오기 시작했어요. 나는 너무 무서워서 밥그릇에서 입을 떼고 구석으로 숨었어요. 그러자 개들은 더욱 사납게 잦어대며 내 밥그릇 앞에서 말했어요.

 "여기는 네 집이 아니야. 너는 여기서 아무것도 먹을 수 없어."

그들은 번갈아가면서 내 밥그릇을 지켰고, 밤이 되자 다른 동네 개들까지 와서 내게 이빨을 드러내며 으르렁대었어요, 당장이라도 달려들어 나를 물어뜯을 것처럼 말이에요.

 그때 마침 주인아저씨가 개들이 짖는 소리를 듣고 달려왔고, 나를 둘러싸고 있는 개들을 보았어요. 그 뒤부터 나는 아저씨 옆에서 있을 수 있게 되었어요. 그리고 무사히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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