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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은희 Nov 13. 2021

제주 갱이 동백이

3. 두 번째 엄마를 만나다.

내가 어디서 살다가 어떻게 이곳으로 왔는지 아줌마는 궁금하다고 했어요. 그리고 내가 진짜 몇 살인지, 생일이 언제 인지도요. 아줌마는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하고는 했어요.

 "아휴, 엄마 아빠가 어디 있는지도 모르고, 어떻게 여기까지 와서 살게 되었니?"

날 가엽다고 하면서 내 엉킨 털을 만지다가 살살 배를 문질러 주던  아줌마의 손은 따뜻했어요.

 맞아요. 나는 유기견이었어요. 그런 나를 엄마, 아빠는 여러 번 제주 동물 보호소에 방문한 끝에 지금의 집으로 데려 왔어요. 아빠는 아주 큰 개는 묶어 놓아야 하는 것이 싫었고, 아주 작은 개는 집을 지키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대요. 그래서 나처럼 크지도 작지도 않은 개를 원했는데, 마침 내가 있었던 거예요. 아빠는 내가 짖는 것이 마음에 들었대요. 그래서 나를 데려가기로 했대요. 이렇게 나는 입양이 되어서 구좌읍 시골에 살게 되었어요.

 깔끔한 아빠와 엄마는 제를 바깥에서 지내도록 했어요. 마음속으로는 나도 엄마 아빠랑 방에서 지내고 싶었어요. 하지만 이곳에서 살게 된 것만으로 행복하다고 생각을 바꾸었어요. 아빠는 내게 좋은 집을 지어 주었어요. 그것도 두 개나 말이죠. 비가 많이 오는 날은 지붕이 길게 내려져 있는 안채에서, 날이 좋은 날에는 바깥채에서 보내곤 했어요.

 아침에 뜨거운 햇살애 눈을 뜨면 난 마음이 바빠졌어요. 아침밥도 먹어야 했지만, 무엇보다 이사를 온 아줌마를 보러 옆집으로 가고 싶었거든요. 하지만 밤에는 묶여 있기 때문에 아빠가 와서 목줄을 풀어줄 때까지 기다려야만 해요. 나에게는 그 시간이 너무도 길고 길었어요... 드디어 나타난 아빠는 내 목줄을 풀어 주었고, 나는 옆집으로 쏜살같이 달려갔어요. 그리고 데크로 뛰어 올라가 베란다 문 앞에서 안쪽을 바라보았어요. 그 모습을 본 아줌마는 반가워하며

 "어머, 진표 왔어? 굿모닝~ 진표?"

하며 손뼉을 치며 웃곤 했어요. 그리고 현관문을 열고 악수를 청하고는 맛난 간식을 주고 했어요. 나중에 알게 된 건데, 아줌마는 매일 찾아오는 나를 그냥 보내기 미안해서 간식을 사 왔다고 해요. 그것도 모자라서 나중에는 서울에서 오는 친구나 아줌마 아들에게 내 간식을 사 오라고 했대요. 나는 그 간식 먹는 맛에 매일 아줌마 집을 찾아갔고, 아줌마 현관에 앉아서 나른한 오월의 햇볕을 즐기었어요. 그렇게 나도  모르게 아줌마랑 만나는 시간을 기다리게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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