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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은희 Nov 14. 2021

제주 갱이 동백이

4. 내세울 것 없는  내 모습

 아줌마 친구들이 놀러 왔어요. 그런데 어떤 아줌마 친구가 나를 보고 '못난이'라고 하는 게 아니겠어요? 나는 한 번도 못 생겼다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너무 기가 막혀서 말이 나오질 않았어요. 그 말을 들은 아줌마는 

 "그래? 맞아. 진표가 예쁜 개는 아니지."

하는 게 아니겠어요? 나는 믿었던 아줌마에게서 내팽개쳐지는 기분이 들었어요. 나는 달려가서 비가 고여 있는 웅덩이에 가서 내 모습을 비춰 보았어요. 엉클어진 갈색 털은 아무렇게 자라서 검정 털 사이에 삐죽삐죽 보기 흉하게 나와 있었어요. 게다가 눈을 가릴 정도로 나와 있던 눈두덩이 털과 길게 자란 얼굴 털은 나를 할아버지 개로 보이기에 충분했어요. 나는 내 모습을 보고 너무 놀라서 마구 뛰기 시작했어요. 

 '아냐 저건 내 얼굴이 아니라고! 난 잘생긴 개란 말이야~'

난 크게 외치고 싶었지만, 그럴 수가 없었어요. 나도 내 모습에 풀이 죽었기 때문이에요. 터벅터벅 집으로 돌아오고 있는데, 아줌마 목소리가 들려왔어요. 

 "아휴, 진표야. 어디 갔다가 왔어? 너무 안 와서 걱정했잖아."

아줌마의 손에는 서울에서 아줌마 친구가 사 온 고기 간식이 있었어요. 그것을 본 난 신나서 아줌마에게 달려갔어요. 아줌마는 웃으면서 "기다려!"를 외쳤고, 그 정도는 들어줄 만하다고 생각한 난 잠깐 기다린 다음에 맛있는 간식을 얻어먹었어요. 나를 못났다고 하던  아줌마 친구들도 웃으면서 나를 바라봤어요. 우쭐해진 난 꼬리를 살살 흔들면서 간식을 먹을 준비를 하고 있었어요...

 어느 날은 아줌마 가족이 서울에서 왔어요. 아줌마의 언니들과 오빠, 조카 그리고 아줌마의 엄마인 할머니가 왔어요. 그래서 나는 더욱 바빠졌어요. 아침마다 아줌마네 집으로 가서 간식을 얻어먹으려고 말이에요. 아줌마 모르게 할머니는 내게 고구마를 많이 줬어요. 아줌마의 언니들은 별 거 없는 내 재롱을 보고는, 내가 똑똑하다며 엄청 예뻐해 주었어요. 보통 개가 아니라면서 볼 때마다 나를 칭찬해주었어요. 진짜 내가 그런 개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루 종일 아줌마 집을 지키다가 저녁 놀이 피어나면 집으로 돌아오고는 했어요. 등이 켜져 있는 아줌마 집 창문을 보며 내일을 기다렸어요. 아줌마를 만날 내일을 말이에요...

 아줌마 가족이 가고 아줌마는 한동안 혼자 집에 있었어요. 그런데 내가 아무리 베란다 창문에 가서 꼬리를 흔들고 현관 앞에서 기다려도 아줌마가 나오지를 않는 거예요. 그날 아줌마는 볼 수 없었어요... 나는 너무 걱정이 되어서 아줌마네 집 앞에서 하루 종일 기다렸어요... 아줌마는 해가 지고 어스름해질 때쯤 기운 없는 얼굴로 밖으로 나왔어요. 한 번도 안 해본 농사일을 하던 아줌마는 그만 병이 나서 끙끙 앓다가 내가 보고 싶어서 나왔다고 했어요. 힘없는 손길로 내 등을 어루만지던 아줌마는 이런 말을 했어요.

 " 아줌마의 아버지가 작년에 돌아가셨어. 난 너무 슬퍼서 어쩔 줄을 몰랐었지. 그런데... 왜 너를 보니까 아버지 생각이 나지?"

 "......"

나는 아줌마의 슬픈 얼굴을 바라보기만 할 뿐 더 이상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없었어요. 어느새 구좌읍 시골에 어둠이 내려앉기 시작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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