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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은희 Nov 14. 2021

제주 갱이 동백이

6. 엄마의 눈물

 나의 꿈같은 시간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어요. 청도에서 엄마, 아빠가 돌아왔기 때문이에요. 옆집 갱이를 이발한 데다가 방 안에서 재운 아줌마는 죄를 지은 사람처럼 어쩔 줄 몰라했어요. 하지만 나를 본 엄마는 활짝 웃으면서 말했어요.

 "어머나? 예뻐라! 진표가 이렇게 예쁜 아이였어요?"

마음을 놓은 아줌마는 아들이 이발병이었다며 이러쿵저러쿵 말을 늘어놓더니, 몸의 털도 깎아도 되냐고 하는 거 아니겠어요? 그건 나한테 물어봐야 하는 거 아닌가... 아줌마는 바로 시온이 형아를 시켜서 내 몸의 털을 깎기 시작했어요. 우수수 털들은 내 몸에서 떨어져 나갔고, 난 기분이 영 별로였어요.

 털을 다 깎고 나자 그전의 내 모습은 사라지고, 다른 갱이가 와 있는 것처럼 보였어요.

 "어머, 털을 깎고 나니까, 똥개 같지 않고 미니핀 같지 않나? 짧은 털이 너무 잘 어울리는 걸"

 아휴 무슨 말이 저렇담... 칭찬을 하는 건지, 욕을 하는 건지 잘 모르겠다라고요.  아줌마는 내 사진을 찍어서 이모, 삼촌에게 보내고, 나를 아는 모든 친구들에게 보내었어요. 뭐, 아줌마가 좋다니, 이번 일은 나도 그냥 넘어가기로 했어요.

 하지만 아줌마 집 안에서 자는 건 엄마, 아빠 눈치가 보이는지, 아줌마는 나를 더 이상 집안으로 들이지 않았어요. 나는 다시 개집으로 들어가 똬리를 틀고 잠을 잘 수밖에 없었어요. 아줌마네 집에서 며칠 잤던 것도 꿈이었나 싶기도 했고요...

시온이 형아도 서울로 가고, 더 이상 다른 사람들이 아줌마 집에 놀러 오지 않았어요. 아줌마는 손가락이 아파서 농사일도 못하게 되어서 많이 심심해 보였어요. 나도 바쁜 몸이어서 아줌마랑 하루 종일 놀아줄 수는 없었어요. 고라니도 쫓아야 했고, 꿩도 잡아야 했거든요. 아직까지 한 번도 꿩을 잡은 적은 없지만, 아쉽게 놓친 적은 많았어요. 못 믿어도 어쩔 수 없죠 뭐...

 비가 몹시 많이 오고 바람이 거세게 불던 저녁이었어요. 저녁잠이 많은 나는 아줌마네 현관에서 퇴근을 해서 내 집에서 편하게 쉬고 있었어요. 그런데 괜스레 아줌마 걱정이 되는 거예요. 비가 잠시 그친 틈을 타서 나는 아줌마네 집으로 가봤어요. 베란다 창문 앞으로 가서 안을 들여다보았죠.

 '어머, 진표야. 너 퇴근한 거 아니었어?"

아줌마는 다시 찾아온 내가 몹시 반가웠는지 눈물까지 글썽거렸어요.

 "아줌마 잘 있으니까, 집에 가서 자. 아줌마는 괜찮아!"

괜찮다는 아줌마 눈에선 눈물이 비추었고, 난 아줌마가 걱정이 되었지만, 그냥 집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어요. 아줌마는 왜 울었을까요? 내가 그렇게 반가웠던 걸까요? 참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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