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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은희 Nov 15. 2021

제주 갱이 동백이

7. 제주에서 살다.

언제부터 아줌마, 아니 엄마랑 살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어요. 엄마의 눈물을 본 이후였어요... 엄마는 나를 집에서 데리고 살고 싶어 했어요.  교장 선생님이었던 전에 아빠는 개는 집에서 기르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옆집 아줌마의 간절한 마음을 읽었던 것 같아요. 물론 전에 엄마도 나를 사랑해주시는 분이었지만, 옆집 아줌마가 혼자 지내는 것을 나만큼이나 안쓰러워했어요. 너무도 자연스럽게 나는 옆집에서 살게 되었고, 옆집 아줌마가 아닌 엄마로 생각하게 되었어요. 엄마는 나를 잘 키우고 싶어서 개에 관한 방송을 찾아보았고, 개나 고양이를 기르고 있는 친구나 동생들에게 이것저것 물어보았대요.

 엄마는 시골에 혼자 있으니 다른 갱이들이랑 잘 못 지내면 어쩌나 걱정하고 있어요. 맞아요. 나는 어떤 갱이와도 친구가 돼 본 적이 없어요. 늘 숲으로 들로 뛰어만 다녔거든요. 어떤 날은 꿩을 잡으러 다니다가, 고라니를 봤지 뭐예요? 난 고라니를 향해 바람처럼 달려갔어요. 고라니도 나를 보더니 멈추지 않고 더 빨리 달렸어요. 고라니를 너무 쫓아갔나 봐요. 한 번도 와보지 않은 곳에 재가 있었어요. 빽빽이 나무들이 가득 차 있었고, 향기로운 들꽃들이 피어 있었어요. 제가 좋아하는 풀들도 잔뜩 자라고 있어서, 배가 고프기도 하여 풀들을 뜯어먹었어요. 엄마가 이런 나를 봤다면 못 먹게 했겠죠. 집 앞 잔디에 나온 풀을 내가 뜯어먹고 있자 엄마는 먹으면 안 된다고 하면서도 신기한 듯이 말했어요.

 " 어머, '개 풀 뜯어먹는 소리'라는 말이 맞는 말이었구나?"

 한참을 놀다 보니까, 엄마 생각이 났어요. 내가 온 길을 냄새를 따라서 뛰기 시작했어요. 오래오래 뛰다가 보니까 집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난 더 힘을 내어서 달렸어요. 나에게 집이 있구나. 나를 기다리는 엄마도 있구나... 난 행복한 달리기를 멈추고 싶지 않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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