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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은희 Nov 15. 2021

제주 갱이 동백이

8. 시온이 형아

 "어쩌면 넌 시온이 형아랑 닮았니? 검은 것도 그렇고 눈이 댕그렁한 것도 그렇고 말이야."

 엄마는 내가 시온이 형아랑 닮았다며, 나를 보면 시온이 형아가 보고 싶다고 했어요. 전에는 나를 보면 엄마의 아버지가 생각난다더니, 엄마는 왜 나를 보면, 생각나는 사람이 점점 많아지는 건지 모르겠어요.

 시온이 형아는 나랑 카펫에 누워서, 나를 쓰다듬는 걸 좋아했어요. 나한테 나는 꼬숩네가 좋다나요. 나도 시온이 형아가 정말 좋았어요. 형은 나를 구좌읍 멋쟁이로 만들어주었거든요.

  맨 처음 내가 엄마네 집으로 왔을 때 시온이 형아는 내 몸에서 뭔가가 움직이고 있다고 했어요. 엄마는 그럴 일이 없다고 했지만, 눈이 좋은 형은 내 검은 털 속에 숨은 진드기를 잡아내 주었어요.

 "어머, 어떡하지? 이를 어쩌면 좋지?"

 엄마는 놀라고, 내가 걱정이 되어서 어쩔 줄을 몰라했어요. 시온이 형아는 너무 작아서 잘 보이지 않는 내 몸속의 진드기를 손의 느낌으로만 잡아내기 시작했어요. 난 부끄러웠어요. 그리고 내 몸에 벌레가 살고 있다는 것을 알았으니까, 다시 나를 밖에서 지내게 할 것 같아서 두렵기도 했어요. 나는 시온이 형아가 내 몸에 있는 진드기를 다 잡아주기를 기다렸어요. 엄마는 너무 걱정이 되어 나를 동물병원에 데려가고 싶어 했지만, 이미 동물 병원은 문을 닫은 시간이었어요. 엄마는 여기저기 알아보다가 세화리에 가면 약국에서 진드기 약을 판다는 것을 알고, 시온이 형아랑 급하게 차를 타고 나갔어요.  

 '내 몸이 간질거렸던 게 진드기 때문이었구나. 내가 깨끗하지 않다는 것을 알았으니까, 이제 나를 밖으로 내쫓겠구나... 난 또 비가 오는 날 비가 들이치는 개집에서 지내야 하는 거야? 번쩍번쩍 번개랑 우르르쾅 천둥소리는 어쩌지? 한밤 중에 들리는 고라니 소리는 어떡하지?"

 나는 컴컴한 어둠 속에 들리는 고라니 소리가 무서운 작은 개였어요....

 약국에서 진드기 약을 사 가지고 온 엄마는 시온이 형아랑 내 몸에 약을 발라 주었어요. 그리고 '심장사상충'이라는 어려운 이름의 약을 살짝 연어 간식에 넣었어요. 그리고 내게 내밀었어요. 나는 약이 들어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모르는 척 꿀꺽 삼켜 버렸어요. 더 이상 엄마가 걱정하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거든요... 엄마는 내 몸에 벌레가 살고 있어서 더럽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았어요. 그저 내가 아플까 봐... 그것만 걱정하는 것 같았어요.

 '얼마나 가려웠을까? 약 먹은 건 괜찮을까?  어디 아프면 어떡하지? 아휴 불쌍한 진표..."

 엄마는 오직 말이에요.  내 걱정만 하고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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