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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은희 Nov 16. 2021

제주 갱이 동백이

9. 엄마가 서울 가던 날

 뭐 나라고 엄마가 다 마음에 드는 건 아니었어요. 엄마는 내가 있어도, 아무렇지 않게 방귀를 붕붕 뀌어대요. 그것도 모자라는지 가끔은 급하게 뛰어와서는 내 얼굴에 방귀를 뀌고는 신나게 웃어요. 정말 그럴 때는 나도 짜증이 나지 뭐예요. 그런데 그건 참을 만해요. 화장실 문을 열어 놓고 변기에 앉아있던 엄마가 갑자기 나를 부르면, 나는 아무것도 모르고 엄마한테 뛰어가는데... 너무 지독한 똥 냄새에 내 코가 얼얼해질 정도였어요. 엄마는 또 뭐가 그렇게 좋은지 깔깔대고 웃어요. 나는 너무 화가 나서 화장실 발판을 발톱으로 마구마구 긁어대었어요. 그러고는 이빨로 발판을 흔들어 놓았어요. 엄마는 그런 내 모습에 더 큰소리로 웃어대었고요. 도대체 엄마는 왜 그러는지 모르겠어요.

 드디어 서울에 살고 있는 아빠랑 큰 형아인 시우 형아가 왔어요. 아빠를 처음 보니 많이 어색해서 자꾸자꾸 꼬리만 흔들었답니다. 아빠는 그런 내가 싫지 않은지 고구마를 주고는 "이제 없으니, 저리 가~"라고 했어요. 하지만 더 꼬리를 흔들면서 아빠 앞에 앉아 있으면 또 고구마를 줄 거예요. 아빠는 엄마보다 마음이 약해 보였거든요. 시우 형아는 나를 가족으로 생각해주는 것 같았어요. 나랑 달리기도 했고요. 엄마랑 늘 걸어만 다니다가 아주 신나게 뛰었지 뭐예요.

  그런데 엄마의 표정이 좋아 보이지 않았어요. 가족이 같이 있는데도 점점 엄마는 기분이 안 좋아 보였어요.  나중에 알게 되었어요. 엄마는 가족과 서울에 가기 위해 전에 엄마, 아빠에게 나를 맡겨야 해서 그랬던 거예요. 또 내가 밖에서 지내게 될 것을 걱정했던 거예요. 그래서 엄마가 그렇게 보였던 거예요...

  나는 그것도 모르고 다 같이  우리 집에서 살 거라고 생각했어요. 시온이 형아도 제주에 내려와서 모두 같이 살 거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곧 알게 되었어요. 나만 놔두고 아빠랑 시우 형아랑 서울에 간다는 것을, 엄마도 간다는 것을...

 "진표야, 금방 올 거야. 다섯 밤만 자면 돌아올 거야. 그동안 건강하게 잘 있어~ 괜히 차 쫓아가지 말고, 너무 멀리 돌아다니지 말고..."

  나는 엄마의 말이 귀에 들려오지 않았어요. 엄마가 나를 두고 서울에 간다니... 난 엄마를 영영 볼 수 없을 것 같아서 덜컥 겁이 났어요. 전에 아빠는 엄마가 탄 차를 쫓아가지 못하게 하려고 나를 묶어놓았어요. 나는 따라가고 싶어서 울부짖었지만, 엄마가 탄 차는 이미 보이지 않았어요. 난 혼자가 되었어요...

 엄마는 서울에 가서도 내가 걱정이 되어서, 현관을 향해 있는 카메라를 매일 틈 나는 대로 보고 있었대요. 나는 엄마가 나를 버린 줄 알고 베란다 창문만 몇 번 기웃대다가 원래 살던 집에만 있었는데... 엄마는 CCTV에 내가 보이 지를 않아서 너무너무 걱정이 되었다고 했어요. 아휴 우리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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