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생활 녹록지 않네요.
노련한 신입사원은 개뿔!!
첫 회사를 퇴사하면서 이곳을 떠나면 앞으로 제대로 된 괜찮은 회사로의 이직은 힘들 수도 있겠다 생각했다.
한 회사에서만 오래된 경력.
많아진 나이.
지칠 대로 지친 마음.
퇴사 전 하던 일들은 잔잔하고 단조롭다 못해 나름 많은 것들을 내려놓은 상태였다.
회사에 다니면서 가장 일이 재미있고 즐거웠을 때는 항상 막연하게 두 가지 마음이 공존했다.
한 가지는 지금 일이 재미는 있지만, 더 나이 들기 전에 다른 새로운 일도 도전해보고 싶다.
다른 한 가지는 지금 하는 일에서 누구보다 최고가 되고 싶다.
그때는 나름대로 눈치도 있고 센스도 있다고 생각하여, 노련한 신입으로 척척 알아서 땋!! 일해보는 상상도 했었다.
이직한 회사의 사원증을 목에 걸고, 소속감을 가득 채울 수 있는 새로운 명함과 업무적으로 서로의 의견을 나눌 수 있는 동료들과 같이 꿈꾸는 미래도 있었다.
(모두 전 직장에서 해봐서 다행인 건가...)
그런데 지금의 나는!!
새 직장을 다니고 사원증이라기엔 그저 그런 출입증.
정확히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를 포지션에 명함을 만들지 못하였다.
동료?...
(같은 직장이나 같은 부문에서 함께 일하는 사람.)
그리고 아쉽게도 나는 아직 같은 부문에서 함께 일하는 동료가 없다.
밥을 함께 먹는 직원이 두 명 있지만, 공통적인 관심사가 없어 숨 막히는 정적이 흐른다.
불편하다...
밥친구는 내 식구와 같이 편해야 한다는 내 밥친구에 대한 지론이 깨어졌다.
얼마 전 같이 입사한 B양에게 뒤통수를 세차게 맞고 나서 사람에 대한 생각이 다시 많아졌다.
중립적인 스텐스를 유지해야 할 대표님도 B양에게만 이야기를 들은 후 정확한 내용확인도 없이 내가 발송한 업무 메일도 확인하지 않고 인사도 제대로 받지 않고 있다.
심지어 톡으로 확인한 질문에 "네. 알겠습니다."라는 킹 받는 답변이 돌아왔다. 진행하시면 됩니다.라는 답이 어려우신 건가?? 아님, 안 씹힌 게 다행인 건가?
B양의 일로 이럴 수도 있구나... 이런 사람도 있구나 하는 생각에 눈치 아닌 눈치를 보게 되었다.
오래 다닌 직장이 좋은 이유는 그래도 마음을 터놓고 편히 말할 수 있는 밥친구와 동료들이 있었기 때문이란 걸 새삼스럽게 깨닫게 된다.
(고맙다. 동생들! 올해 생일선물도 고마웠어.)
이직하여 새로운 회사에 적응하는 것이 이렇게 어려운 것이었나.
그동안, 이곳에 B와 날 데리고 온 상사님이 편하게 내뱉는 발언들이 무시가 되어 꽂혔고, 회의시간 업무와 관련한 간단한 확인을 요청하는 내용에 그동안 못내 서운했던 감정들이 터져버렸다.
참다못해 회의를 마치고 나온 후 존중받지 못하는 느낌의 무시 발언에 대해 불편함을 토로하였다.
현재 내가 해야 될 일이 적당히 많고, RNR이 명확하다면, 사실 이 정도 무시는 평소 같으면 넘길 수위였지만 더 이상은 제어가 되지 않았다.
나와 업무를 함께 해보기도 전에 새로운 사람들에게 업무적인 첫인상을 쟤는 뭐를 할 수 있는 애야?라는 한심한 눈빛과 만만한 느낌으로 채우기 싫었다.
원래의 예상대로라면, 이직한 직장에서 내가 해오던 업무를 하며 자리를 점차 잡아갈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조금 다른 방향으로 흐르고 있는 지금.
업무지시가 내부에서 전달돼서 진행되는 것이 아니고 업체에서 내게 연락이 바로 오게끔 내 번호만 떠 넘기고...
얼마 전 이제부터 존중과 배려하겠다며, 마지막 직장이 되도록 끝까지 함께 일을 하자는 상사는 문자를 생각하니 실소가 새어 나왔다.
말로만 존중과 배려는 한다고 하며 존중과 배려가 되는 것일까?
어제 조직개편이 되고, 다시금 퇴사를 생각하게 되었다.
이미 인수인계서 업무정리 한글파일 12장과 각종서류 폴더정리는 마쳤다.
지금 나는 여기서 뭘까?
자존감만 더 떨어지기 전에 떠날 준비 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