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퇴근은 전쟁이다.

매일 일어나는 전쟁.

by 글쓰는 회사원H

여유 없이 ,

그렇게 오늘도 살아간다.



승부욕? 경쟁?이라는 것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난데, 이직을 하고 나서는 아침 출근을 위해 현관문을 나서면서부터 경쟁 아닌 경쟁을 하기 시작했다.


어슴푸레한 새벽녘 하늘을 보며 일찍 서둘러 나왔음에도 출근을 위해 마을버스를 시작으로 지옥철을 타기 위한 경쟁이 시작된다.


만원 지옥철에 몸을 욱여넣는 사람들 사이에 서로 부딛기며, 지각하지 않으려 진땀을 흘린다.


출근길 가장 긴장되는 순간은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환승구간으로 승강장 문이 열리면 많은 사람들이 경주마처럼 앞만을 보고 정신없이 뛰쳐나간다.


그러다 앞을 가로막고 천천히 여유를 부리며, 핸드폰만을 보면 걷는 사람을 만나면 나도 모르게 화가 치밀어 오른다. 앞을 보고 걷던가, 비켜주던가.


회사가 가까웠을 때랑은 달리 왕복 4시간이 걸리는 장거리의 회사를 다니고 난 후에는 출퇴근조차 마음의 여유가 사라져 버렸다.


그것도 이제 1년을 넘겼다.


지하철 한 대를 놓치고 나면 시간적인 여유가 전혀 없거나 또는 출근시간을 지나쳐 회사에 도착을 하기 때문에 늘 살짝 긴장된 상태로 환승역을 달려 다음 승강장으로 이동을 한다.


지하철을 두어 번 이상은 갈아타고 길게는 한 번에 한 시간 정도 가까이 되는 시간을 부딪기며, 꽉 끼인 상태로 벌을 서는 듯 이동을 하다 보면 어떤 날은 앉아있는 누군가의 앞에 서서 손잡이라도 잡고 갈수만 있어도 운이 좋은 날이라고 생각하는 날이 있는가 하면, 그 운을 넘어 누군가 빨리 일어나 앉을자리가 생겼으면 하는 날도 있다.

(그럴 땐 사람들 머리 위에 각자 내릴 위치가 보이는 능력이 나에게 있었으면 좋겠다.)


내가 서있는 자리 앞에 앉아있던 사람이 일어날 타이밍이라고 해도 끝까지 마지막까지 정신을 바짝 차려야만 한다.

당연히 내가 앉겠지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란 걸

새치기로 밀려나는 눈뜨고 코베이는 경우를 몇 번 겪고 나서 깨닫게 되었다.


자리에 앉아서 출근할 수 있는 행운은 그냥 오는 것이 아니다.


앉아있는 자리 앞에서 게 되는 날이면 앉아있는 사람들의 차림을 보게 된다. 한두 정거장에서 일어날 차림인지 쭉 더 갈 차림인지.


출근길은 전쟁 아닌가?

가장 끝자리에 있는 자리 앞에 서있다 자리가 나서 앉으려고 하는데 바로 옆에 있던 사람이 엉덩이를 밀어 끝자리로 옮겨오는 바람에 다 생겼다고 생각한 자리에 눈앞에서 사라지는 경우도 있고, 대각선에 서있던 사람이 얌체처럼 나가는 사람을 자연스럽게 밀어버리며 앉아 버리는 경우, 자리가 빈 것을 딴짓하느라 보지도 않고 있다가 먼저 앉으려고 하면 본인이 재빨리 밀어 버리며 앉는 경우, 심지어는 입으로 이상한 소리를 내면서 갑자기 앉아버리는 경우도 있었다.


이렇게 내가 자리에 앉아서 가는 것에 집착 아닌 집착을 하는 이유는 두 시간을 서서 가는 것이 다리가 아파서만은 아니다.


출근길 지하철 2호선.

옴짝 달짝할 수 없이 꽉 달라붙어 버린 사람들 사이에 끼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상황에 식은땀이 흐르고, 시야가 흐릿해지고

머리가 핑-돌더니 속이 미친 듯이 울렁거리고 이러다가 바닥에 쓰러지겠다 싶은 순간을 몇 번을 겪고 나서였다.


무조건 여기에서 내려야겠단 생각에 나가려고 해도 엉켜버린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빠져나가는 것은 쉽지 않았다.


얼굴은 이미 식은땀으로 야단에 정신은 아찔했다.


그럴 때마다, 빽빽한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내린 후 벤치에 앉아 식은땀을 닦으며 진정을 한 뒤, 주변 자판기에서 시원한 물을 뽑아 마시고, 출근을 하곤 하였다.


증상을 조회해 보니 미주성실신과 비슷했다.


내과에 방문하여 증상을 말씀드리니 의사 선생님께서도 미주성 실신이야기를 하셨고, 혹시 모르니 혈액검사도 해보자고 하셨다.


혈액검사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고, 의사 선생님께서는 그런 증상이 나타나면, 바로 하차해서 휴식을 취하라고 하셨다.


매일 아침 출근으로 집을 나설 땐 서서 두 시간 맘 편히 사람들 사이에 끼어 졸면서 출근을 해야지 하는 마음으로 시작하지만, 언제 또 내릴 일이 생길지 예측이 불가하여 생각보다 마음은 편하지 않았다.


그러나, 긴 출근시간 몇 번의 미주성 실신을 겪고, 나는 더 이상 늦어질 출근시간을 걱정해 동동거리지 않는다.


한번 출발을 하면,

다시 되돌아가는 것도 쉽지 않은 거리.


이 장거리 회사를 다닐 때까지는 증상이 나타나서 늦어져도, 이미 출발했으니, 어쩔 수 없다.라는 생각으로 오늘도 출퇴근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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