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날들은 의미 있는 일을 찾고 싶은 날들이었다.

by 글쓰는 회사원H

우물밖을 겨우 나왔다고 생각했을 때, 더 지독한 쓸쓸함이 몰려왔다.





출퇴근 시간이 4시간이나 되는 먼 거리에 몸과 마음은 모두 지쳤고, 답답한 환경에 부정적인 감정들이 불쑥불쑥 비집고 올라와 명치끝에 걸렸다.


글을 쓰려고 하다가도 이런 감정만을 담으면 오히려 독이 될 것 같아 오랫동안 글을 쓰지 못하였다.


하루의 반나절 이상을 보내게 되는 직장생활에서 나는 내 존재에 대해 의미를 두었다.


내가 하는 일이 회사에 도움이 되는가?

나에게 보람은 있는가?

나는 이곳에서 인정받고 있는가?

인정이라 함은 주변 누군가 내게 말하던 금융치료 같은 부분보단 그저, 회사 내의 조직에서 꼭 필요한 구성원이 되고 싶었다.


더 이상 내가 내 존재에 대한 현타를 느끼는 일들은 하고 싶지 않았다.

앞에서 겪었던 아픔을 다시는 겪고 싶지 않았고, 다시 시작할 일에는 나라는 사람 자체만으로도 충분한 상태를 원했다.

이직을 하고, 나를 증명해야 되는 일이 가장 힘들었던 것 같다.


분명 전 직장을 다닐 때만 해도 그래도 나는 포지션이 명확했던 사람인데, 이곳에서는 내가 뭐 하는 사람인지 내 능력을 증명해야 하는 매일은 기 빨리고 피로도가 높았다.


티 안나는 보람 없는 일들에 의기소침해져서 눈치를 살피는 의미 없는 시간만 보내야 하는 작업들이 지독하게도 나를 괴롭게 했다.


답답한 상황들이 싫어서 오래 다닌 전 직장을 퇴사하였는데...


어느새 또...

이러고 있다.


이직을 하고 나서 관둬야지. 이제 그만해야지.

몇 번을 말하고 속으로 다짐을 하고도 시간이 벌써 1년이나 흘렀다.


입사한 지 1년이나 되었으니 이제는 어느 정도 내공도 쌓이고 분위기에 적응이 되었겠지 하겠지만 아쉽게도 나는 아직 이곳에서 맡게 된 내업무에 대한 나의 쓸모에 대한 의미를 찾지 못했다.


나는 아직까지 입사 때 쪼그라진 나의 상태를 모두 떨쳐내고 극복하지 못한 것이다.


입사 전부터 투입되어 진행하기로 한 사업 진행은 더뎠고, 첫인상의 눈치가 남아 구겨진 자존감은 쉽사리 펴지지 않았다.


나를 이 회사로 부른 상급자가 직속이었으나 한결같이 나에게는 업무가 공유가 되지 않고, 일대일 면담을 신청하실 때마다 명치에 무언가라도 걸려있는 듯 답답하거나 토할 듯 속이 울렁거렸다.


그는 나의 말이 하찮다고 생각하는지 말을 들으려 하지 않고 핸드폰을 바라보고 말을 하거나 컴퓨터 모니터를 바라보았다. 대화에 집중과 관심을 요청해도 나아지지 않았으며, 답은 늘 본인이 듣고 싶은 말을 정해놓았다.


대화를 하게 될 때마다 너무 불편하고 답답하여 자리를 피하고 싶단 생각만을 했는데, 얼마 전 그 상급자와의 면담에서는 이러다 공황이 다시 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감을 전혀 못하고, 소통이 되지 않는 사람과의 일대일 대화는 두려움과 공포 그 자체였다.


대화를 할 때마다 머릿속이 멍해져서 무슨 말을 해야 될지 몰라 갈팡질팡하다 생각이 담긴 한마디 하자 모든 탓을 나에게 돌리는 그의 말이 돌아왔다 그리고 비수에 꽂히는 말들이 따라왔다.


일방적인 소통...

본인이 원하는 답이 나오지 않으면 화를 내고 자신의 말을 안 들을 거면, 퇴사하란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한다.

본인이 데리고 왔다는 이유만으로 늘 마음대로 하려고 한다.

본인의 권력을 이용한 장난질.

명백한 직장 내 괴롭힘이었다.


또, 여기에서 겪게 되는구나.

처음에는 너를 대체할 사람이 많으니 나가라고만 하더니 이젠 명확하게 퇴사를 하라고 한다.


묻는 질문에 생각을 말하면 모두 변명이며, 모든 것이 내 탓이란다.

누굴 탓한 말이 아닌대도 네 잘못이다. 너 탓이다.

내가 무슨 잘못을 얼마나 한 것일까?

이런 가스라이팅은 한두 번이 아니다.

그의 말을 듣고 있으면 나는 무지하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능력자이다.


아마도 자신이 데리고 온 내가 적극적으로 나서며 행동하지 못한 탓이겠지라는 생각을 하면서 자존감이 또 무너져 내렸다.


'당신이 원하는 게 퇴사면 그렇게 할게요.'

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밀려 나왔지만, 감정처럼 바로 지르지 못하였다.

아직은 때가 아니다.


지금은 당장 네가 원하는 대로 하지 않을 거다라고

답답하고 기분이 더러워 속절없이 눈물이 터졌다.


솔직히 입사 전에는 보수적이었던 그전의 회사 조직보다는 재미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했었다.


틀에 박히지 않았으니, 이곳에서는 진짜 글 쓰는 일을 할 수 있을지 모르지 했던 것은 나만의 아주 큰 착각이었다.


틀이 갖추어지지 않았다는 것은 다양한 가능성이 있다는 것만이 아닌 기준도 없고, 애매모호함이 가득할 수 있다는 말도 포함한다는 것을.


출근길 미주 신경성 실신을 겪으며 지하철역 안에서 30여분 동안 벤치에 겨우 앉아 쉬다가 출근을 해도, 가슴속에 남는 것은 헛헛함이었다.


아침에 일어나 피곤함이 몰려오면 드는 생각.

이렇게 계속 다니는 게 맞을까?

집이 먼 문제만 이사로 해결되면 좀 나아질까?

SNS에서도 매번 보는 글들이지만, 나이가 4자로 접어들고 나서 이직이 어렵다는 말들.

30 후반도 취업이 쉽지 않단 말들.

나도 이미 겪어본 일들.

내가 맡고 있는 중요한 일도 없고, 없다고 문제 될 일도 딱히 없는 존재라는 사실에 우울했다.


작은 회사라도 같은 일을 하고 대화를 나눌 수 동료들과 즐겁게 일하고 싶었고, 회사에 도움이 되었으면 싶었다.


일 년 동안 두 번의 조직개편을 하게 되었는데 상사가 나를 불러 자신이 시켰던 일이 아니면 여기에서는 내가 할 일이 없다고 한다. 그러니 빨리 선택하라고.


뭐든 선택은 필요했다.


이곳에 남을지, 다른 일을 찾아 떠날지...


그 후로도 추가적인 업무변경과 부서변경의 선택지를 받았고, 대표님과도 면담을 하였다.

그 상급자와 엮이지 않는 부서로 변경을 해준다는 말씀도 하셨지만,

나는 회사를 떠나는 선택을 하게 되어 담주부터 나는 다시 백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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