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란한 소멸.

1년 3개월 후 또다시 백수로 돌아왔다.

by 글쓰는 회사원H

인간은 쉽게 바뀌지 않고,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한두 번 해봤으니 이따위 퇴사쯤 쉽지 않을까 싶었지만, 역시나 퇴사는 쉽지 않다.


퇴사의 절차도 생각보다 간단하지 않다.


사유는 그렇다 치고, 면담자는 직책과 이름을 굳이 써야 하는데...

대표자, 인사담당자, 팀장, 원인제공자...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과 면담? 아닌 면담을 했다.


고민을 하다 상종하기 싫지만, 퇴사 원인 제공자의 이름을 적었다.


인수인계서는 담당할 사람을 위해 최대한 자세히 노하우와 업무처리가 어려울 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람들의 연락처까지 정리하여 만들다 보니 각각의 매뉴얼을 제외하고 32장이 되었다.


출근 마지막날 일찍 퇴근해서 전 직장 팀장님과 한잔하려고, 30분을 일찍 출근했건만 사무실에 있는 모든 직원분들과 인사를 나누고 마무리를 했더니 퇴근은 한 시간 늦은 7시가 넘어서 회사를 나서게 되었다.


18년이 넘게 다닌 회사보다... 인사를 더 열정적으로 나눈 것 같다.


시절인연으로 끝날 것이 아니니라 좋았던 사람들과 또 보자는 또 놀러 오겠다는 인사를 하였다.


대표님이 자리에 계시지 않아 직접 뵙지 못하고 마지막인사를 메시지로 남겨드렸다.


1년 3개월은 짧은 시간이 아니었다.


그 시간 동안 내 생각을 제대로 표현해 보지 못했고, 정말 말 못 하는 벙어리로 살았던 터라 내 생각을 담은 말들이 쉽사리 나오지 않았다.


올해는 보람된 일을 해보고 싶어서 마지막 출근 전날 이력서를 접수했던 곳에서 기분 좋게 서류전형 합격 메일이 발송되었다.


월요일로 면접날이 잡혀서 화상으로 면접을 보았다.


머리가 멍했다.

질문지를 달달 입으로 외우려 했지만, 아무것도 들어오지 않았다.


면접에 대한 질문이 머릿속에 하나도 들어오지 않아 말을 여러 번 절었다.

살면서 이렇게 바보 같은 행동을 한 적이 언제였을까?

면접관님의 당황스러움이 눈에 보인다.

이 사람은 무슨 생각으로 우리 회사에 지원했을까? 하는... 눈빛.

쥐구멍으로 숨고 싶다.

지원한 회사의 서비스를 애정하는 사람으로 지원했는데... 기본적인 면접 준비를 제대로 못한 것이다.

당연히 준비는 했지만, 머릿속에 기억했던 답변이 하나도 생각나지 않았다.


제대로 된 기본적인 대화도 되지 않고, 나도 모르게 멍청한 소리를 하고 있었다.


아니 준비되지 않은 마음으로 지원한 것과 면접관님의 시간만 빼앗은 것 같아서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다시 생각해도 말이 안 되는 소리였다.


그런데도 면접관님이 나의 끄트머리 어딘가에 보이는 진정성과 가능성을 보셨다면 하는 말도 안 되는 요행을 바라보고 싶은 건 정신 나간 거겠지? 하며 반성하게 된다.


기회는 준비된 사람에게 찾아온다고 하지만...


혹시나, 합격시켜 주신다면, 정말 감사하는 마음으로 열심히 성장하여, 회사에 기여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정신 차리고 살자...


정신 못 차리는 나의 백수생활이 시작되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모든 날들은 의미 있는 일을 찾고 싶은 날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