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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회사원H Sep 07. 2021

03. 화는 참으면 병이 된다.

좋은 게 좋은 건 없어.

살면서 느끼는 건 , 요즘 세상은 좀 더 이기적이고 나쁜 놈이 잘 먹고 잘 사는 것 같다.


나는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좋은 게 좋은 거지, 내가 잘하면 상대방도 역지사지로 잘하겠지 하는 마음으로 갑. 을. 병. 정. 옆에 찍힌 작은 점하나 쯤으로 나 자신을 낮추고 살아왔다. 서비스업이 다 그렇지 하면서 말이다.


강산이 변할 세월 동안 영업 쪽의 대리점 업무를 지원을 하면서 상대방에게 가장 많이 한 말은 "죄송합니다""감사합니다"였고, 사람들에게 종일 시달린 날엔 말도 하기 싫고, 무인도에서 사람들 없이 한 달간 조용히 살아보고 싶은 마음까지도 들었다.


그렇게 시달리면서도 그 일을 오랫동안 할 수 있었던 건 나를 신뢰하고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었을 때에 느끼는 자그마한 보람이 좋았다.


거절도 못하는 성격에 내업무가 꼭 아니라도 도와달라고 하면 내선에서 최대한 알아봐 주려고 노력하다 보니 언젠가부터는 자연스럽게 그것 또한 일이 되어버렸고, 그 일로 퇴근시간이 가까이되어 전화민원을 받는 일로 연결되어 야근도 잦아져 갔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 정도면 착한 아이 콤플렉스 아님, 주변 사람에게는 좋은 사람이고 싶었나 보다.

정작 나 자신에게는 관대하지 못하며 괴롭게만 하는 제일 힘든 사람이면서  말이다.


그러다 하루도 빼놓지 않고 나의 내선으로 전화하여 하소연을 하는 업체 직원의 전화를 받게 되었다.


1년을 넘게 시달린 듯한데... 사실 그분이 하시는 하소연들은 내가 해결해줄 수도 없는 일들이라 늘 답답하기만 했다.



   Why?




'내가 하소연을 받아주는 상담자도 아닌데... 왜 매일 전화해서 이러시는 건가요?

당신전화를 받고 나면, 진이 빠져서 다음 일을 못하겠어요.'

어느 순간부터 그분에게 직접 하고 싶어지는 말이었다.


내가 쉬는 날에는 어떻게 할까? 궁금했는데 그 궁금증에 대해 직장동료를 통해 전해 들은 적이 있었다.


내가 휴무라고 했더니 내일 전화하겠다며서 그냥 끊더라는 이야기를 말이다.


내가 들어서 해결해 줄 수도 없는 이야기를 매일같이 나에게 하는  이유가 궁금했다.


너무나 마음이 지친 날, 한번 그분에게 물은 적이 있다.


도대체 해결 못해주는 답답한 이야기들을 왜 알면서도 매번 내게 하시는 건지 말이다.


다른 사람들은 말조차 들어주지 않고 끊어 버리고 마내가 말을 잘 들어줘서 나를 찾게 된다는 말이었다.


그 말을 듣고 전화를 끊고 나서 나는 순간, 헛웃음이 났다.


그럼 당신이 쏟아낸 감정으로 쌓인 내 스트레스는?


생각해보니, 나를 그분은 답답한 감정을 쏟아내는 쓰레기통쯤으로 생각했던  같았다.


말을 듣고 주변을 둘러보니, 감정표현이 솔직하다 못해 상대방에게 늘 할 말을 하여 사람들이 어려워하고 어느 정도 적당한 거리를 두는 후임이 부러워졌다.


같은 동갑내기 동료의  말들이 떠 올랐다.



"너무 가깝게 친하게 다 받아주려 하지 마!
사람들은 그럼 더 만만하게 보려 하지 그럼 너만 스트레스받고, 상처 받아!
어차피, 사람들은 열 번의 잘해준 것보다 열 번 중 못 해준 한 번을 기억해."


어쩌면 사회생활에는 그런 식으로라도 적당한 거리를 만드는 것이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절도 한 번이 어렵지 두 번째는 괜찮다.


나 자신에게 스트레스를 주면서 까지 모든 일을 받을 필요는 없다.


오랜 시간을 그래 왔던 거라 쉽지는 않지만, 이제는 나도 적당한 거절과 사람과의 거리를 두는 연습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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