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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회사원H Sep 08. 2021

04. 직장 내 괴롭힘.

상급자의 폭언에 눈물이 멈추질 않았다.

상급자에게 심한 폭언을 들었다.


그의 자리에서 두 시간을 넘게 그가 질러대는 폭언에 시달렸다.

눈이 반쯤 뒤집혀 악을 쓰는  모습은 마치, 미치광이 폭주기관차 같았다.

심장이 터질 것 같고, 불안감이 한순간 몰려왔다.

정신은 몽롱해지고, 숨이 잘 쉬어지지 않았다.

이러다  죽을 것만 같았다.

그곳을 빠져나가야 될 것 같았지만 발이 떨어지질 않았다.

나는 코너 끝에 몰려 잔뜩 겁에 질린 사냥감 같았다.


멘탈이 터진다고 하여, 사람이 죽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사람의 영혼은 죽을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날... 그의 폭언에 내 영혼은 살해당했다.





회사를 17이 넘게 다녔다.

아니, 정확히는 열정 넘치던 20대와 30대를 그곳에서 보냈고, 아직까지도  회사를 다니고 있다.


그만두려고도 해봤지만, 힘들게 버텨내며 다닌 기억으로 나는 이직을 하지 못했다.


그의 첫인상은 같은 부서의 대리 때였다.


고집 있어 보이고, 깐깐해 보이는 인상이었지만 솔직히 부딪힐 일이 특별히 없고 대화를 나눠 볼일이 없어 성격까지는 알 수는 없었다.


그의 본모습을 보게 된 건 내 자리  부서의 실장이 되었던 그때부터였다.


하루에 한 번 사무실이 소란스러워지는 시간.


새로 들어온 조용한 신입 주임을 말로 쥐 잡듯 잡는 그의 짜증스러운 목소리였다.

사실, 들어보면 별것 아닌 트집들이었다.

(그럴 때면, 고객과의 통화를 멈추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소리에 시끄러워 통화를 못 할 정도였다.)


심지어는 인신공격까지도 서슴지 않았다.

뒤에서 듣던 나도 비수가 되어 잊히지 않는 말들이었다.


"네가 하는 소리  한국어는 맞니? 중국어인지. 일본어인지 나는 못 알아듣겠다. 똑바로 말 안 해?"


그는 자신의 아랫사람을 일로 미치게 하는데 그때부터, 두각을 나타냈다.

말릴법한 사람도 있었지만, 그는 멈추지 않고 조곤조곤 사람을 죽여나갔다.


그런 폭언과 행동을  못 견디는 사람들은 상종 못하겠다며, 더러운 똥이라도 피하듯 어떤 이들은 퇴사를 하였고,  어떤 이들은 상종을 하지 않았다.


그때까지는 내가 그의 타깃이 될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왜 그때 그 주임은 그런 폭언을 모두 듣고만 있었을까?

(확! 박차고 나가 버리던지. 같이 소리 지르고 싸울 수도 있었을 텐데...)


막상 그 상황이 되어보니,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안되는구나. 그게 안 되는 거구나...


같은 실 실장이 되어 처음 일할 때 사사건건 피곤하게 말하는 것 까진 그전까지도 겪어와서 알았고, 사건이 일어나던 날은 그룹관리 자료처리 기준에 관해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처음 하게 되는 일로 업무의 덩어리는 작지 않았고, 그의 요청 기준은 계속 변경이 되었다.


정리를 하는 엑설 파일은 계속 수정이 되었고, 야근은 계속되어 머리가 멍해져 갔다.


이렇게 저렇게... 이건 넣고, 저건 빼고.

야근을 하는 나를 자리에 불러 일을 지시하였다.


여기까지 들으면 별일도 아녔네 라고 할 수 있지만, 이 지시는 고운 말들로 내려지는 상황은 아니었다.


여전히 온갖 짜증 가끔 본인이 기분이 좋으면 옛따하고 인심 쓰듯 던져주는 먹이 정도로 왔다 갔다였다.


뉘 집 똥개 이름이라도 부르는 듯 불러대는 소리에 누구나에게 기본적으로 그런 사람이니까 하고 치부하며  넘어갔던 것 같다.


일의 진도가 생각보다 나아가지 않았던 어느 날.


그가 자신의 자리로 나를 불렀다.

그날은 평소와는 달랐다.

조롱 섞인 말이 쉼 없이 몰아지듯 마치, 속사포랩을 하듯 안면으로 강타하며 꽂혔다.

비꼬는 듯한 말투와  비소가 입가에 드리워져 마치 신내림이라도 받은 듯 몰아쳤다.


이거 뭐야? 한자 쓴 거야?
못 알아보겠는데?



엑셀 파일에 한글로 쓰인 평범한 자료였다.

몇 년 전 주임에게 쏟았던 인신공격이 시작되었구나.

소름이 돋으며, 그때 기억이 나기 시작했다.

두 시간 동안 멈춤 없이 계속되는 폭언과 갈굼에 내 멘탈은 견디지 못하고 끝내 터져버렸다.


자리에 겨우 돌아온 나는 정신 나간 사람처럼 한동안 멍하니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조금의 정신이 들어왔을 때 모든 감정이 쏟아져 내리는 듯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눈물이 멈추지 않아 일을 도저히 할 수 없었다.


내 의지로 멈출 수 없는 눈물도 있다는 것을 그때 알았다.


우리 회사는 노조가 그래도 탄탄하게 자리 잡은 곳이다.


노조위원장님께 상의를 해보고, 그분권유와 좀처럼 멈추지 않는 불안감에 결국 병원을 찾았다.


정신건강의학과_요즘은 마음의 감기가 든 사람들이 가볍게 방문할 수 있는 곳이지만. 솔직히 어딘가엔 올드한 인식이 박혀있는 사람이라 그런지 쉽지 않은 방문이었다.


내가 가지게 된 증상은 불안장애, 공황장애였다.



조용히 떠나는 것만이 답인 건가?

고민하던 내게 나갈 땐 나가더라도 잘못된 건 잘못되었다고 알리고, 맞서 보는 건 어떠냐고 말씀해주신 노조 위원장님의 말에 힘입어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되기 몇 달 전이었지만, 나는 병원 진단서를 받아 그 사람과의 격리와 2개월간 휴직을 할 수 있었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사용자나 근로자가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우위를 이용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는 행위 등을 금지하는 법으로, 2019년 7월 16일부터 시행.


피해자는 괴로웠고, 가해자의 사과는 가벼웠다.


휴직한 2개월 동안 나는 병원을 다니며, 회사일과 그날의 사건은 잊어버리고 지내려고 했다.


종종 노조위원장님이 안부전화를 걸어 나의 상태를 묻고, 가해자에 대한 처분을 물었다.


"어떻게 했으면 좋겠어요?"

나는 진심이  담긴 정중한 사과를 원했다.


사과를 하겠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하여 용기를 내어 회사에 출근을 하였다.


그 사람을 볼 생각에 불안하고, 덜덜 떨리는 마음을 약으로 억누르며 말이다.


그런데, 회사에 도착한 나는 그 사람의 성의 없는 무심한 사과에 주저앉아 바들바들 떨며, 통곡해버렸다.


2개월 휴직 후 나는 타 부서로 이동이 되었고, 새로운 부서에서 모든 것이 낯선 이방인이었다.


오래 다닌 직장이지만 사람들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시간들이었다.


같은 회사, 크지 않은 사무실에서 가해자와 아예 마주치지 않을 수는 없어 어쩔 수 없이 마주치게 될 때면 불안감에 몸이 떨리고 눈물부터 나는 증상에 한동안 약을 먹었다.


부서이동이 된 후 나에겐 알게 모르게 직장 내 괴롭힘의 피해자 1호라는 주홍글씨가 낙인 되었고, 나는 유배지에서의 삶처럼 그저 그렇게 살고 있다.


얼마 전까지도 가해자가 괴롭혀 힘들어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듣고, 찾아와 상담해 오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그 누구 하나 제대로 사과를 받고자 행동하는 사람은 없었다.


모두 조용히 가해자를 피해 안전한 곳(이직)으로 사라졌을 뿐...


하지만, 나는 피해자들에게 꼭, 말해주고 싶다.


힘들어도 피하려 하지 말고 반응을 보이고 움직여야 가해자의 작은 반성이라도 볼 수 있는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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