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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회사원H Sep 14. 2021

08. 스트레스를 잘 받지 않는다는 당신!

혹시, 그런 당신이 누군가에게 스트레스를 주고 있지는 않나요?

나는 사람들이 하는 행동에 대해 관찰을 잘하는 편이다.




학창 시절에는 모든 일에 둔감하고 무관심하기만 했던 내가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텃새에 눈치만 늘다 보니 언제부턴가 사람들의 특성과 세세한 모든 부분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본인은 늘 쿨하다고 하면서도 자신에게 언짢은 일이었다고 생각되업무로 소심하게 보복성 질타를 하는 차장이라던지... 

한숨으로  땅이 꺼질 것 같은 팀장이라던지...

옆에 누가 있는 것처럼 혼잣말이 극심한 과장이라던지...

예전에  옆자리에 앉은 동갑내기 차장본인은 독실한 크리스천에 스트레스 지수가 2로 늘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산다고 자부하시는 분이었다.


타 부서에 있을 때  잠깐씩 보아왔던 그분은 늘 웃는 얼굴에 뭐든 할 수 있다고 써 붙여 놓은 듯 열정이 넘쳐 보이는 열정맨이었다.



"우리 실과 제 옆자리 짝꿍 된 환영해요. 우리 앞으로 함께 열심히 파이팅해 보아요."


"네, 잘 부탁드립니다."


부서가 바뀌게 되 어색해하던 나에게 자신의 옆자리에 앉은 사람이 이번에 내가 6번째 짝꿍이라며 환하게 맞아 주셨다.


처음 그 말을 들었을 때는 어떻게 6번이나 바뀔 수가 있지?! 이 자리에 수맥이라도 흐르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머지않아  그러한지 이해할 수 있었다.



저도 자리 바꿔주세요.


You님으로 인하여,

스트레스 지수와 분노 게이지수가  급상승하였습니다.


업무적으로 궁금한 부분에 대해 질문을 하면 그에 대한 답변을 들으려면 짧게는 10분, 길게는 1시간이 넘게 문의한 이야기와는 전혀 관계가 없는 다른 이야기를 들어야 했다.


 이분은 문의한 이야기에  전혀 관계없는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걸까?

나도 엄청 바쁜 사람인데...

처음에는 신이 난 아이처럼 본인이 하고 싶은 얘기만 하는 그분의 행동에 당황스러워 헛웃음이 나왔다.


이제 그만 좀...

제발... 부탁하는데...

내가 묻는 말에만 대답 좀 해주면 안 될까?

이러다가 속이 터져 죽을 것 같아.


지금 실장님이 전화 주셔서 급한데... 네가 하고 있는 업무의 진행 상황 좀 알려주면 안 될까?

아니면 직접 실장님께 네가 말씀드리던지.


하루 종일 책상 위에 웅웅 거리는 전화기 진동.

내 책상도 울리고 도 울리는 것 같은데

무음으로 해주면 안 될까? 아니면 좀 받던지...


실장님께 빨리 처리해야 되는 일을 지시받고도 핸드폰으로 아이의 영상을 보고있는 당신이 답답하다.


언젠가는 그가 세미나에서 상영해야 홍보 영상을 맡아 처리하던 중 영상에 문제가 생겼다.


실수는 누구나 할 수 있고, 힘들긴 하겠지만 함께 잘 수습해 보면 되는 부분이라 생각했다.


이미 일을 저질렀고, 그 일로 나도 급하게 투입되어 같이 수습하러 영상을 맡아 처리하던 업체로 향하고 있는 차 안에서 그가 잘했어야 했다며...

자기 잘못이라며 자책을 하는 소릴 무한 반복해댔다.


내 잘못이야...

내가 잘했어야 했는데,

하아... 진짜...

내실수야... 내가 잘못했어...

처음부터 잘할 걸..

잘할걸... 잘했어야 됐는데...

왜 잘못했을까...


나는 참다 참다 화가 치밀어 올랐고 차장에게 소리를 내뱉었다.


벌써 일은 저질러졌고, 아직은 시간이 있으니 그만 자책하고 수습을 잘해봐요!

이제 와서 그렇게 자책만 하는 건 아무런 도움이 안돼.

처음부터 잘했으면 좋았겠지만, 안된걸... 이제 와서 어쩔 수 없는 거잖아.


그날, 문제의 영상 수정 작업으로 업체에서 밤을 꼴딱 새우고 세미나에 참석하여 겨우 영상을 넘겼다.


그날은 너무 피곤해서 세미나 영상을 넘기고, 회사 프로 그램을 마친 뒤 행사장 구석에 조용히 숨어서 잠시 잠들었던 기억이 있다.


차장의 선임은 그의 늦는 피드백과 답답함으로 늘 화가 나 있었다


"이거 안 했니? 내가 하라고 했잖아!"

"아... 맞다! 바빠서 깜빡했어요."


"넌 왜 매번 이런 식이야! 똑바로 안 해"

"지금 바로 해서 발송하겠습니다."


반복되는 이런 냉랭한 분위기와 상황들.


차장은 이런 상황이 있는 날과 맘씨 좋은 사람처럼 본인이 거절 없이 모든 일들을 받아준 날에도 내가 만만한가 싶을 정도로 짜증 섞인 말들을 내게 날렸다.


차장님은 화도 안 낸다고?

긍정적이라고?

그럴 리가요...


그분을 잘 모르는 사람들 차장님은 화를  안 낼  같다는데 옆자리 나의 스트레스 지수는  올라갔을까?


지금은 부서 변동으로 짝꿍이 바뀐 상태로 그분의 성난 목소리만을 가끔 듣는다.


평소, 스트레스를 안 받는다면,

주변을 한번 둘러보세요.


나로 인하여,

주변인들이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건 아닌지.

나도 돌아보며 살아야겠다.


혹시나,  내가 누군가에게 나도 모르게 스트레스를 주고 있다면, 미리 사과할게요.


미안합니다. 눈치가 없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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