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당신이 한 일을 알고 있다.
도둑질은 나쁜 거예요.
회사 내부에서 겪게 되는 에피소드가 많은데 그중 하나의 에피소드가 생각나 적어보려고 한다.
대표의 임기는 3년으로 대표가 바뀔 때마다 취임을 축하하는 화환들이 많이 들어온다.
대표님들마다 다르시긴 하지만, 대부분 본인들이 필요한 것을 빼고는 직원들에게 가지고 가라고 단체메일을 발송한다.
다들 비슷한 난 화분이 대부분이지만, 지금으로 부터 거의 10년은 되어가는 일인 것 같다.
대표님의 축하난이 너무 많이 들어왔고,
그러고 보니 6명 정도 대표님들을 겪으면서 화환의 양도 달랐지만, 성격과 특징에 따라 조직의 변화도 달라져 왔다.
그때 오신 대표님은 역대 최고의 축하난을 받으셔서 둘 장소의 부족으로 2~3단 화분대에 난 화분을 진열해 놨고, 그날도 역시 난 화분을 가지고 가라고 사내 메일이 도착했다.
빨리 가서 고를수록 예쁜 화분을 가져갈 수 있어 메일을 본 사람들 중 관심이 있는 분은 빨리 가서 난을 골랐다.
개수가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니고,
한 개 이상의 화분도 가지고 갈 수 있는 것이라 두 개 이상 챙긴 사람들도 있을 정도로 난은 정말 풍족했다.
그때 나도 화분이 깨끗하고 예쁜 것으로 하나 골랐다.
직원들이 난을 골라 자기 자리에 두고 퇴근한 사람도 있었고, 집으로 바로 가지고 간 사람도 있었는데 그날은 회사에 두고 간 사람들이 많았다.
그날 퇴근할 때까지만 해도 다음날 무슨 일이 일어날 줄 아무도 몰랐다.
아침에 출근을 하니 주위가 시끌시끌 난리가 났다.
웬일인가 물어보니 간밤에 자리에 두고 갔던 난들이 없어졌단 것이다.
조금 값이 비싼 난들 위주로 없어졌다는데 없어진 난들의 수는 그냥 봐도 상당했다.
딱 보아도, 회사는 10층 cctv를 피하기 위해 계단으로 안고 내려가기엔 화분의 개수가 너무 많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직원분들만 난리였을 뿐 회사 관계자들은 회사 출입구의 cctv를 확인했을 텐데...
나는 누구의 짓일까 궁금한 마음에 지하주차장에 있는 관리실을 직접 찾아 엘리베이터 cctv를 확인하였다.
그날 확인하러 가는 길에 다른 실 직원분을 만나 둘은 지하로 향했다.
cctv 얘기를 꺼내자 관리자 아저씨는 이미 알고 있다는 듯 혹시 10층에서 왔냐고 하셨다.
그리고 벌써 저기 적혀있는 분들이 와서 확인을 하고 가셨다며 화이트보드에 적힌 이름들을 보여 주셨다.
모두 알만한 직원들의 이름이 적혀있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벌써 조용히 확인하고 갔다고?'
그 사실이 더 소름 끼쳤다.
"자 여기, 이 사람인데 아는 사람이에요? 이 사람이 2~3번 왔다 갔다 하던데."
cctv 화면에 나오고 있는 얼굴은 같은 부서 인적도 있었던 무척이나 익숙한 얼굴이었다.
그는 회사 트레일러를 가지고 박스에 담긴 난을 나르고 있었고, 그 옆에는 그와 가까운 회사 직원이 서 있었다.
"저분이 계속 가지고 가시던데 다음 더 있는데 더 보세요. 저렇게 많이 가져가셔서 뭐하신 거지? 파셨나?"
-아뇨, 괜찮습니다. 감사합니다.
cctv 화면을 확인하고 나서 두 사람은 한참 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하였다.
이런 일을 하리라 생각하지 못한 정말 젠틀한 분이셨다.
그런 그분이 난 도둑이었다니...
지금도 가끔 그분을 보면 그때 그 일이 생각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