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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회사원H Oct 07. 2021

18.내가 왕이 될 상인가.

지지리 궁상이오.

타로점이나 사주 보는 걸 좋아해서 몇 년 전엔 아침마다 출근길에 핸드폰으로 보는 타로점을 매일 보곤 했었다.


심심풀이 재미 삼아라고 해도 왠지 조금이라도 맞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아 조심하라고 하 것들은 한 번쯤 더 신경 쓰게 되었다.


가끔 어디가 타로를 잘 본데 하면, 관심 있어하는 지인들과 함께 무리 지어 보러 가곤 했었다.

(영, 꽝인 곳에 가면 얼마나 돈이 아까운지.)


회사 근처에 타로점을 보는 곳이 두 개나 있는데 전에 회사 동생과 회사일로 지쳐그곳을 찾아가 본 적이 있었다.




타로카드를 뽑았더니 사람이 바위에 깔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된 형상이었다.

(상사와 아래 후임에게 치이는 형상이라나.)


사실 그때 상황에서는 용할 정도로 잘 맞긴 했었다.

그래서 보러 간 것도 있었으니깐. 

함께 간 동생은 타로점이 정확하게 맞다고 놀라워했다.


어느 날, 회사 동생 추천으로 용하다는 무당을 찾아가게 되었는데  골목골목을 지나 언덕이 있는 곳에 위치해 있었다.


무당이 봐주는 신점은 처음이라 조금 무섭기도 했고, 티브이에서 처럼 쌀알을 던지거나 방울을 미친 듯 흔들진 않을까 하는 호기심이 있었다.


미리 연락 후 찾아간 곳의 외관은 일반 가정집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생각보다 젊은 무속인은 스웩이 넘치셨다.

(쇼미더머니에 나가신다고 해도 믿을 것 같았...)


하얀색 반팔티를 입고 계셨는데 목둘레에 타투와 팔에 그려진 타투가 인상적이었다.


하얀색 강아지 두 마리가 있었는데 사람을 잘 따르기는 했지만 조금은 앙칼진 구석이 있는 건방진 아가들이었다.


무속은 나와 같이 방문한 동생과 나를 순서대로 점쳐주기 시작했다.


그동안 웬만한 사주는 봐온 터라 대부분 이런 곳에 오면 이름과 생년월일을 물어보는데 그분은 나에게 이름도 묻지 않았다. 


그리곤, 넌 왜 왔어?라고 물었다.

왜 왔는지까지 그쪽에서 맞춰야 되는 거 아닌가?


나는 궁금한 두 가지를 물었다.

결혼운은 있나요?

이직운은 있나요?


무속인은 방울을 흔들더니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너는 결혼하지 말어. 결혼을 왜 해..

그냥 돈은 적게 벌어도 내조 잘하는 참한 남자를 만나던지. 그런 사람이 어울려."


"일하면서 혼자 살아 그냥."

(아... 어린 시절엔 비혼 주의라고 하고 다녔는데 나이가 한 살 두 살 먹으니 결혼도 안 했는데 앞으로 아줌마라고 불리게 될 생각에 마음이 쓰리다. 쓰-읍)


"일은 아주 끊임없이 하겠어." 

(부유한 좋은 남자 만난 다고 하면 회사를 관둬야지 하는 마음도 내심 있었는데ㅠ)


"눈썰미가 있어서. 감별하는 걸 잘하게 생겼어.

이런 사람은 사무직이면, 인사담당을 하면 딱인데."


"무슨 일 하고 있어?

남들보다 잘 참아서, 다들 질리고 지쳐 나자빠지는 일들도 오래 잘 참고 하겠어."


"에이고, 둘 다 인복이 없어.

(똑같은 것끼리 다니는 구만)

회사에서는 상사운도 지지리 없어.

알아서 해야 될 팔자야.

무당이 웃으며 말했다.

너는 말년 계획이 있구나."

(무슨 계획이? 나도 모르는 계획을? 묻고 싶었지만. 욕을 들을 것 같아서 참았다.)

이직은 내년 2월부터는 운이 좋아진다.


삼재라 원하면 부적도 써줄 수 있다 했지만, 굳이 부적까진 안 써도 될 것 같다고 하시며, 친분 있는 연예인공연이 있어 빨리 보러 가야 된다고 하셨다.


무당집을 나오면서 뭔가 꺼림칙했다.

뭐지? 뭔가 남는 게 없는데.

내상은 지지리 궁상이구나.

역시 사주나 점은 재미로만 봐야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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