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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회사원H Sep 04. 2021

01. 반짝반짝 빛나던 그녀들.

시절 인연을 다시 만나다.


                      #휴대폰을 바꿨다.   






주변 사람들에게도 지치고, 이번에야말로 연락처들을 정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연락처 목록을 보니 너무 불필요한 사람이 많아져 나이를 한 살 한 살 먹을 때마다 진정 내 사람은 줄어드는 느낌이다.


여러 차례의 마음고생을 겪게 되면서 진짜 내 주변에 그런 사람이 있었 싶었다.


갈수록 먼저 연락하는 것도,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것도  어려워지고 , 감정표현도 제대로 못해. 좋아도 살갑게 대하지 못했다.


"내가 이 사람들과 또 연락할 일이 있겠어? 굳이 필요 없잖아!"라고 생각하며, 번호를 대담하게 삭제해 나갔다.


한 달 안에 연락을 주고받았던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모두 정리를 하였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로 알게 된 사람으로 오랜 시간을 회사와 집을 반복해 살던 삶이라 좁고 좁았다.


어린 시절에는 동호회 활동도 하고 친구도 많이 사귀려고 했었는데, 그것도 그때뿐 관계에 대한 꾸준한 노력이 없으면 스쳐 지나는 인연들만 많아진다.

(그렇지 않은 학창 시절 친구를 제외하고 말이다.)


모두 정리를 하고 나니 연락처 목록이 조촐해졌다.


톡에 있는 연락처들도 현재 연락하지 않는 사람들 기준으로 몽땅, 숨겨버렸다.


그러다 숨은 톡에 넣어 놓은 이름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잠시 옛 생각에 잠겼다.


나의 첫 사수와 언니들.


신입사원인 내게 텃세 부리던 회사 사람들에게도 든든하게 맞서 주던 그녀들.



나의 첫 사수는 내 새끼를 외쳐주던

                미생의 오상식 과장 같은 사람이었다.



출근 첫날.

빈자리에 PC도 연결되지 않은 상태에 선들만 책상 위에  너저분하게 흩어져있던 자리.

그 자리가 첫 출근한 회사의 내 자리 풍경이었다.

(속마음-다시 생각해봐야 하나?)


당황한 내 모습을 본 그녀가 다가와  허허 웃으며, 자신과 앞으로 잘해보자고 경상도 사투리의  정겨운 말투로 말했다.


하얀 바지를 입은 상태로도 책상 아래 pc본체에 선을 연결하려 손수 무릎까지 꿇어가며 열심히 도와주었다.


첫날부터, 8시가 넘어 퇴근을 하면서 회사 앞에서 저녁을 함께하고. 대리님, 대리님. 그랬더니

대리님 말고, 우리끼리 있을 땐 그냥 언니라고 해.라는 말에  후로는 언니가 되었다.


언니가 도중에 퇴사를 하게 되어 같이 일한 것은 일 년도 채 되지 않았지만, 내가 본 사수는 여장부 같은 사람이었다.


시원시원한 성격에 아랫사람을 잘 챙기고 발 빠른 추진력에 바른말은 무조건 하고 보는 깡도 있는 멋진 여자.


일은 힘든 부분이 많았지만, 둘이 서로 의지하고 투닥거리며 일을 해쳐나갔던 때가 있었다.


사수 주변에  상대방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던 언니와도 무척 가까워졌다.


그 시절 그때가 내 인생에서 손꼽히게 힘들고,

즐거웠던 때였다.


그런 언니들이 톡에서 보이니 반가웠다.


고민을 한참 하며 머뭇거렸다.

얼굴을 본 건 8년 전인가? 그전에 전화한 적도 있긴 했지?


연락을 할까 하다가도 오랜만에 하게 되는 연락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결혼 소식 같은 걸로 전하니 그런 것으로 오해할 수도 있고(결혼은 소식은 없다). 스팸으로 치부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노파심이었다.


그러다 에라 모르겠단 마음으로 언니~라고 톡을 보내고 눈을 질끈 감았다가 뜨는 순간 1이 없어지고 

바로 내 이름이 올라왔다.


○○야, 잘 지내?
응. 잘 지내지. 언니도 잘 지내고 있지?

같은 방에 다른 언니들도 모두 초대했다.
코시국에 모두 무탈하지?

그 시절 얘기를 하던 중
단번에 나의 결혼이 관심사로 올랐다.

변함이 없구나.
그녀들이 반가웠다.
언니들의 결혼식, 집들이, 돌잔치에  갔던 일이 생각이 났다.


모두 보고 싶다.

그 시절 그녀들을 만나지 못했다면, 나는 어땠을까?

코시국이 상황이 나아지면 다 같이 만나기로 하고 현재 톡을 하고 있다.


아마도, 연락을 누군가  꾸준히 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또다시  연락이  끊기는 날이 있겠지?


하지만, 그대들 모두 행복하길 바랄게요.


가장 치열하고 뜨거웠던 그 시절 인연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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