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 회사 퇴사 후 다시 재취업을 준비 중입니다.
퇴사 하기 전, 출근을 하는게 숨 막힐 정도로 싫어서 컨디션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재택근무를 일주일 정도 했다. 매일 가장 늦게 출근 해 내 선임에게 소리를 치고, 하나하나 트집을 잡아 혼을 내는 대표이사의 목소리 조차 듣기 싫었다. 나를 혼내는 것도 아닌데 뭐이리 신경을 쓰냐고 할 수 있겠지만 선임은 우리가 일을 제대로 못해도 대신 혼나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한 번은 대표이사님이 선임분을 불렀고 선임은 '이거 하나만 처리하고 바로 자리로 가겠습니다' 라고 분명 대답했고 대표이사는 '지금 와. 당장' 이라고 명령투로 대답했다. 헐레벌떡 뛰어가는 선임이 안쓰러웠고 그런 사람에게 이사라는 사람은 '내가 한 번 부르면 바로 와. 두 번 얘기하게 하지 말고' 라고 대답할 뿐이었다.
재택근무의 맛을 알아버렸다. 주변 어느 누구도 신경쓰지 않고 일을 할 수 있으니 내게는 천국 같았다. 할 수만 있다면 계속 이렇게 일 하고 싶었지만 이 회사는 아니었다. 내가 여기서 더 진급하여 관리직이 된다면 재택은 절대 할 수 없을 것이며 나 또한 이사라는 사람에게 저런 이야기를 들을 게 뻔하기 때문에 퇴사를 하고 더 나은 사람들과 일 하고 싶었다. 대표이사는 우리에게는 친절하고 다정한 사람이었으나 관리직으로 올라간 사람들에게는 호랑이 상사였다. 분명 잘 혼내는 방법이 있었을텐데 내게는 그냥 모욕만 주는 것처럼 보였다. 퇴사가 결정나고 다같이 마지막 식사를 할 때 이사님은 언제든지 다시 돌아오라고 했지만 그냥 쓰게 웃었을 뿐, 대답하지 않았다. 이사님이 직원을 대하는 태도가 바뀌면 갈 의향이 있다고 얘기라도 할 걸 그랬나. 그러기엔 난 참 소심하다.
퇴사 후 제주도 여행도 다녀왔고 다시 취업 준비를 하는데 그렇게 의욕 넘치고 자신만만하던 내가 소심해졌다. 채용공고를 하루에도 몇 시간씩 들여다보았지만 내가 원하는 조건을 모두 충족시키는 곳은 역시나 없었고 막막하기도 했다. 다시 그 회사 직원들과 교류를 쌓아야 하고, 새로운 일을 배워야 하며, 집도 그 근처로 구해야 할 생각에 아찔해지기까지 했다.
그러다 한 곳을 합격했는데 첫 출근을 두번이나 뒤로 미루는 것이었다. 그러다가 한 달 이상이나 미루어졌고, 몇 가지 걸리는 것도 있기도 해서 입사를 하지 않겠다 말씀을 드렸다. 그렇게 다시 채용공고를 찾다가 내가 딱 원하는 복지에 탄력근무제 등을 가지고 있는 스타트업을 발견했고 지원을 했으며 1차 테스트까지 무난히 통과를 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였다. 이 회사는 비대면으로 면접을 보았는데 집에서 모든 세팅을 다 준비해놓고 기다리고 있었고 면접시간 30분전에 문자가 하나 왔다.
"면접관님이 병가를 내셨는데 다른 날 언제가 괜찮으세요?"
그 문자를 받고 딱 들었던 생각은 형식적이더라도 사과 한마디 해주시지였다. 감사합니다, 미안합니다라는 말이 어려운게 분명 아닌데 기다린 사람을 생각해서 그 말 하나 해주는게 어려운 것일까. 잠깐 의문스러웠다. 여기서 포기 할까 라는 생각도 했지만 지금껏 준비한 과정이 아까워 면접날짜와 시간을 바꾸었다. 어찌저찌하여 면접은 진행되었고 다행히 결과는 합격이었다. 아무래도 재택근무도 함께 하는 곳인지라 컴퓨터에 프로그램을 설치해야 했으며 업무에 대한 설명도 해줄테니 근무를 시작하기 며칠 전, 시간을 내달라고 요청이 들어왔다. 그 날 다른 일정이 있었지만 양해를 구하고 일정을 미루었으며 몇시부터 몇시까지 총 두시간 정도 소요된다는 회사 대표의 말에 나는 그 시간 30분 전부터 미리 준비를 했다. 하지만 한 시간이나 기다렸으나 아무런 연락은 없었다. 문자도 해보고 전화도 해보았지만 대답없는 그 회사에 실망을 한가득 한 나는 잠깐 마음을 추르시고 다른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집을 나섰다.
그리고 3시간 뒤, 그 대표에게 전화가 왔고 받지 않았으며 문자도 하나 도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