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을 나갈 수가 없었다.
제대로 무언가를 볼 수가 없었다
내 동공이 힘을 잃었다
내 가슴에 제멋대로 시도 때도 없이 부풀어 오르는 풍선이 생겼다
조금만 견뎌보자 싶으면 숨이 찼다 그리고 또 주저앉았다
살고 싶었다
그래 다시 병원 가보자
언니가 공황장애 극복 책을 사주었다 무엇이든 해보자 싶어서 책을 펼쳤다 그때부터 필사적으로 난 이 친구와 싸우고 있다 친구라고 부른다 심심해서 놀러 오는 거라고 내가 너무 나를 돌보지 않아서 쉬라고 알려주는 친구이기도 하고 어떨 땐 지독하게 괴롭히기도 한다 그래도 친구는 친구다 8년을 같이 했으니까
지긋지긋한데 어쩌겠어
하루에 30분을 뛰었다 심장이 뛰도록
매일 기록했다 내 마음과 내 컨디션을
약도 꼬박꼬박 먹었다 참 신기한 것이 이 약이 어떤 약인 지를 알고 나니 약을 먹고 나서 좋아지는 것이다 정신과 약에 대한 오해가 있었던 게 분명하다
화를 내고 짜증을 냈다 이게 뭐 대수냐 생각하겠지만 이전까진 난 정말 말도 안 되게 착한 애였다
온갖 감정이 쏟아져 나왔다
난 발작이 오면 신생아처럼 운다
조금씩 나아지고 있었다
그런데 해결되지 않는 한 가지가 있었다
공황발작이 올 때의 고독함
가족들이 함께 있어줘도 억울했다 나만 겪는 것 같은 이 고통이 매일 반복될 때마다 고독했다
공황 친구 어디 없나?
책에서 커뮤니티 활동을 해서 서로 힘을 얻으라 되어있었지만 그건 쉽게 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