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시가 뭐죠, 먹는 감인가요?

나도 연시 씹어먹어 볼까

by 은후

연시가 있다. 사전 상 연시는 올해의 초, 물렁물렁한 홍시와는 살짝 다른 감이다. 또 다른 뜻이 숨어 있다. 얼마나 귀한지 N사전에 검색해도 두문불출한다.


노출을 극도로 꺼리는 것이 수상하다. 사실 홍시는 별로이다. 깎아먹는 단감이 달고 씹는 맛도 있어 더 선호하는 편이다. 홍시도 아니고 연시, 발음할 때 어감은 뭔가 몽글몽글한 기운이 있다. 마치 썸 타는 기분이랄까.


연시풍 시를 써보지 않겠냐고 살짝 날 건드리는 나지막한 음성은 야멸차게 '전 못해요'라고 말할 수 없는 묘한 설렘이 있었다. 아마도 길지 않은 시간을 통한 연을 이어오면서 긍정에너지를 전해 받았기 때문이리라.


그분은 날 멘티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 있다. 나 혼자 그분을 멘토라고 착각하고 있다고 해도 나는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내가 내 감각이 멘토라고 인식한다면 나는 내 감각대로 따라가면 될 일이다.


연이 닿은 것도 뒤란을 톺아보니 참 우연치 곤 뭔가 착착 감기는 시계태엽만 같았다. 별다방에서 지루한 회의를 마치고 한숨 돌리던 차에 전화를 받았다. 모르는 전화는 잘 받지 않는 편인데 그날은 쉽게 받고 만다.


응모한 작품 말미에 뭐 하나가 빠졌으니 보완해 줬으면 하는 내용이었다. 부드럽고 따뜻한 음성이 다 마신 카푸치노 같다고 생각했다. 내 목소리에서 힘이 느껴진다고 한다. 아마도 큰 목청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넓은 홀을 자랑하는 별다방은 오후엔 사람들로 삼만 원이라서 소곤소곤할 수가 없다. 믿기지 않지만 내가 이야기하면 사람들은 확신에 차 있어서 빨려 들어간다는 평이 소소하다. 그날도 어쩌다 그러지 않았을까.


제2 시집 원고를 송부했다. 출간일을 10월 5일로 문화재단측에 서류를 보냈기에 무조건 맞추어야 한다. 이달까지 퇴고를 끝내고, 다음 달까지 해설과 편집을 하기로 출판사 담당자님과 입을 맞추었다. 내 시를 읽은 멘토께서 '후'시인은 연시를 써야겠다고 말씀하신다.


연시라니? 내가? 연애세포가 있기나 했는지 의심스러워 한때는 연애를 글로 땅굴을 파서 유럽, 남미, 아프리카 심지어 외계는 물론 타임워프까지 한 나였는데? 지기는 말한 적이 있다. 그렇게 연애소설을 읽었으면 연애소설 한 권은 최소한 낳겠다고. 그 애물, 수학시간에 읽다가 선생님한테 압수당한 적도 있다. 세포자체가 게놈에 없이 타고난 걸 어쩌라고 받아쳤다.


시는 상상이다. 시는 환상도 된다. 시는 과거에 매몰되지 않고 현재와 미래를 이야기할 수 있다. 그래서일까. 요즘 과학의 발달로 VR, AR 등 이젠 사랑도 어쩌면 영화에서처럼 꿈의 이성과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연애세포는 없지만 영화나 활자로 사랑을 다시 해볼까. 연시에 나도 가능성이 농후하다니, 오! 할렐루~야.


나는 못해, 내 영역은 아니야, 먼 산인 듯 터부시 했던 연시

가 참 대견하게 내게도 숨어있었다는 것은 정말 감사하고 발바닥에 땀나도록 춤을 출 일이다.


연. 시. 야~~ 내게도 와줘서 고맙다. 멀리했던 널 이젠 맛보고 물고 깨물고 핥아주겠어. 딱 기다려. 내가 저돌적으로 대시할 거야. 긴장 좀 타라고.



♧사진 출처 :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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