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첫 시집을 6월 9일에 출간했어요. 그런 말이 있지요, 아는 게 병이다. 맞습니다, 예부터 내려오는 말은 인생을 살면서 체득한 것으로 현대에도 적용되고 있어요. 산다는 것은 끊임없이 쌓이는 먼지를 닦아내는 일이라고 모 소설 글귀에 나오지요. 먼지는 예나 지금에나 여전히 존재감이 죽지 않고 살아있어요. 그러니 옛말 틀린 거 하나 없단 명제가 성립하는 거지요.
몰랐을 땐 즐겁게 스트레스 1도 없이 하루에 최소 1 편 이상 시를 썼어요. 작은 돌멩이 하나만 보고 시가 떠올랐지요. 천재는 아니었지만 지금 보면 오그라드는 시를 그동안 쓰지 못했던 시간들을 모두 뱉어내 듯 그렇게 창작열을 불태웠어요. 잠자리에 들 때도 떠오르면 핸드폰을 켜고 일정에 입력했고, 운전하다가도 신호에 걸리면 핸드폰에 녹음을 히다 경적소리를 듣곤 액셀레이터를 밝기도 했어요.
시를 입력할 때 번호를 붙였어요. 얼마나 썼는지 그 일련번호만 보면 알 수 있었지요. 이렇게 쓴 시가 약 500여 편이 되었어요. 창작지원금을 신청하라는 사이트를 복사해서 누군가 화요문학회에 올리더군요. 처음엔 무시했어요. 누가 또 친절하게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며 또 올리더군요. 그 링크를 열고 들어가 봅니다. 어라? 별 볼일 없는 제 이력으로도 신청할 자격은 되더군요.
누군가 그런 말을 했어요. 소문난 잔칫상은 푸짐하게 상다리가 휘어진다고요. 맛이 있든 없든 간에 일단 보기에 부실하면 앉고 싶지 않다고요. 적어도 시가 20행 이상은 돼야 한다는 거죠. 제가 써 놓은 시를 살펴봅니다. 제 기준으로 볼 때 그나마 봐줄 만한 시는 이상하게도 20행이 채 안되네요. 그렇다면 새로 지어야죠. 그래서 좀 긴 시를 몇 편 지었어요. 10 편을 파일로 제출합니다. 거기다 그동안 실렸던 문예지와 게재된 링크를 보냅니다.
거의 다 왔습니다. 마지막 관문만 통과하면 지원은 마칠 수 있어요. 이게 뭔가요? 출간 의도와 출판 효과를 기술하랍니다. 이름도 없는 햇병아리 시인이라고 말하기도 부끄러운데 의도와 효과라니요. 탄식이 모공에서 땀처럼 배어나옵니다. 어쩌지요? 포기할까요. 아니지요. 여기까지 시간과 노력을 쏟았는데 아까워서 안 되겠어요.
우리가 사는 세상에는 다양한 삶과 다채로운 일상이 있다. 이런 시선으로 생을 바라보는 시세계를 통해 독자들은 공감과 반론을 제기할 수 있으며 삶에 애착을 갖게 될 것이다. 붙잡고 고민해 봐야 시가 눈길을 사로잡지 못하면 이 문구는 사장될 겁니다. 엔터키를 눌렀어요. 이제는 제 손을 떠났어요. 마음은 내려놓고 시를 창작합니다.
시공부를 하면 할수록 이웃집 언니였던 시가 연예인이 되고 있어요. 자꾸만 멀어지는 느낌이 들어 선 보러 나온 사이처럼 서먹해집니다. 이제는 시를 매일 쓸 수가 없어요. 그러던 차에 화요문학회를 참석하러 길을 헤매던 차에 전화에서 불이 납니다. 대충 위치가 어디쯤인지는 알겠는데, 내비게이터도 저도 골목길만 계속 빙빙 돌고 있습니다. 이럴 땐 물어봐야죠. 전화를 받은 분이 마중을 나오셨네요. 찾았습니다. 요렇게 골목 안쪽이니 찾기가 힘들었네요.
전화는 또 옵니다. '후선생, 창작기금 선정됐어요. 축하합니다!' 난리가 났습니다. 수필교실도 화요시문학도 축하받느라 얼굴이 뜨겁습니다. 초짜에게도 기회는 오는군요. 신청은 했으나 기대는 접었기에 발표날인 줄도 몰랐는데요.
두 번째 시집을 내고 싶은 곳이 있었어요. 부족하다는 걸 알기에 먼발치에서 동경의 눈으로만 바라보고 있었지요. 단체톡방에서 하나 둘 창작지원금이 선정되었다는 소식이 올라옵니다. 마음껏 축하를 해줍니다. 막판에 저도 그 대열에 합류할 줄이야. 사람일은 모르는 겁니다. 그래서 재미있기도 해요. 야구게임처럼 말이죠.
단체톡엔 이미 축하행렬이 끝난 무렵이라 말 못 하고 출판사 관련자분께 저도 지원을 받게 되었다는 소식을 넌지시 알려봅니다. 자기 PR도적당한 타이밍은 효과가 좋은가 봅니다. 지원받았으면 출간해 볼까요? 순간, 저는 입틀막을 했답니다.
하스돕돕,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제가 좋아하는 말인데요. 이번에도 좋아할 수밖에 없네요. 그 후로 제가 보낸 시 60 편 중 8 편은 컷 당하고, 52 편을 편당 13 편씩 묶어서 총 4부로 목차를 정하는 걸로 결정합니다.
'완독 하는 시집을 만들어 보자'라는 캐치 프레이즈를 건 대표님과 한 마음으로 시를 퇴고하고 또 퇴고합니다. 제가 정한 시의 순서와 출판사의 순서를 조율합니다. 드디어 퇴고한 시를 출판사에 넘깁니다. 해설해 주실 분은 출판사에 일임했는데, 어떤 분에게 맡길 것인지를 알려줍니다. 멋진 분이시네요.
구월 중순까지 넉넉한 시간을 두고 해설을 주시면 제 약력과 사진을 첨부해서 빠르게 인쇄 들어갈 것 같습니다. 출간일이 10월 5일이거든요. 첫 시집이 순수하지만 좀 무거운 시였다면, 이번 시집은 좀 더 깊이 있지만 가벼운 시라고나 할까요. 발전한 시로 편집해서 개인적으로 지난번보다는 덜 부끄러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