닿지 않아도 뜨거울 수 있다

음양의 조화는 아름답다

by 은후


지난주 금요일 오전은 하늘선물의 길잡이가 된 날이다. 첫 목적지는 보건소였다. 친절한 직원은 나이가 지긋한 선물을 배려한 잔잔한 눈빛을 던져 딸인 날 감동하게 했다. 육 개월 전에 엑스레이 사진을 찍었는지 사려 깊은 질문에 힘입어 인체에 결코 유익하지 않을 뢴트겐의 발명품을 건너뛰게 손을 잡아줬다.


팔 월의 아침은 오전임에도 정오와 같은 자외선을 마구 쏘아댔다. 리볼버로 텀을 주는 건이 아닌 프랑크 소시지처럼 엮은, 총알다발을 몸에 두른 람보의 기관총처럼 어찌나 화력이 좋은지. 달리기를 해야 땀이 흘러내렸던 내가 올해는 닫힌 땀구멍이 모두 열린 것처럼 이마, 목덜미에서 흥건하게 흐른다.


배려란 별 게 아니다. 공무원은 매뉴얼대로 일을 할 것이다. 매뉴얼과 업무 지식으로 무장하고 민원 창구에 앉아 있다. 큰 것이 아닌 작은 관심이 민원인을 붉게 적신다. 매뉴얼대로라면 흐름대로 엑스레이를 또 찍게 두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민원인은 기존에 그랬으므로 당연하게 받아들였을 것이다. 그러나 오늘 마주한 공무원은 선물의 연세를 배려한 관심으로 한 단계를 빼내 주었다. 가슴을 찍는 그 엑스 광선에 닿지 않았는데 심장이 뜨거워진다.


조용한 연못에 손가락 하나로 살짝 건드려 보면 잔잔한 동그라미가 점점 가장자리로 번져간다. 기분 좋은 첫발은 두 번째 목적지를 향해간다. 행복센터는 한가했다. 상가들로 밀집한 곳에 위치해 있어 찾기 쉽진 않았지만. 창가에서 민원을 편하게 볼 수 있었다. 세 번째 목적지를 가기 전 우리는 점심을 했다. 생야채가 씹히며 건강한 오후를 축복해 주는 것 같다.


땡볕은 점점 옷을 벗기고 싶어 안달했지만 나는 양산을 펼쳐 그의 눈을 차단했다. 불타는 그의 눈에서 날 못 보게 하고 싶다. 세 번째 목적지는 은행이다. 선물의 집 근처에 있던 지점이 폐쇄되어 불편하다. 지점을 없앨 때 자동화기기라도 남겨 두었으면 좋았을 텐데... 비용 절감인지 뭔지로 그것마저도 흔적을 없앴다.


이번 목적지는 혼자 걸어서 간다고 했다. 얼추 거리상으로 볼 때 만이천 보 이상은 나오지 않을까. 저녁에 운동을 대신 쉴 수 있다. 등에서 물기가 흥건함을 느낄 때쯤 은행문을 열었다. 오, 천국이다. 시원하다. 끈적한 바깥과는 다른 뽀송한 안, 뜨거움이 있기에 서늘함이 감사하고, 차가움이 있기에 따스함이 고맙다.


선물의 기사가 된 날에 음양이 조화롭다는 말, 오늘은 그 맛의 진수를 조금은 감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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