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인 23일 늦은 네 시에 청주예술의 전당에서 열린 제11회 신동문문학제를 다녀왔어요. 고맙게도 작년에 이어 올해도 초대장을 받았어요.
우리 지역은 현재 타도 시가 한 곳쯤 있는 문학관이 없는 실정이에요. 이에 시에서는 문학관 건립을 위해 지역인사와 함께 다각도로 애를 쓰고 있다고 하네요.
작년에 등단을 한 후 싫든 좋든 문학회에 저절로 소속되는 수순을 밟았어요. 쥐 뿔도 모르는 문외한 주제에 감투를 쓰기도 했지요. 사실 초짜라 여러 번 고사했으나 충분하다고 설득하는 바람에 파도에 떠밀려간 모래 같기도 해요. 일 년여를 하다 뜻하지 않은 정신적 복병을 만나 결국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어요. 그 후로 문학회 가입을 신중하게 고려하게 되었어요.
그런 형편으로 소속된 문학회가 매우 한정되어 있지요. 저는 멀티 플레이가 힘든 편이에요. 하나를 하면서 다른 하나를 더하기가 쉽지 않아요. 부족한 글을 써야 하는데 좀 더 집중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어요. 우스운 것은 너무 풀어지거나 조여도, 너무 각박하거나 풍족해도 시는 다가오지 않는 것 같아요.
이번 신동문문학제는 충북에서 활동하는 문인들이 대거 참석했어요. 전 아는 분보다 모르는 분이 더 많았지요. 아무래도 문학회 활동이 저조하니 당연한 거죠. 작년보다 더 알차고 따스하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 이유를 제 나름대로 정리를 해 봅니다.
첫째로 내빈 소개가 대폭 줄었어요. 작년에는 꼼꼼하고 사려 깊게 느껴지는, 먼 곳에서 일부러 문학제를 찾아준, 인사들을 꽤 많이 소개했어요.(뒤늦게 참석한 관계자도 나중에 틈틈이 소개했어요.) 올해는 굵고 짧은 소개로 보다 식순이 자연스럽게 흘러간 듯해요.
둘째로 시상식이 참 따스하게 느껴졌어요. 신동문 문학상은 전국에서 당해를 빛낸 저서를 낸 작가를 심사위원들이 예심과 본심에서 고른다고 하는데요. 작년 수상자인 함기석 시인이 금년 수상자인 정재학 시인에게 꽃다발을 전달해 주더군요.
또, 청주문학상 전년 수상자인 전병호 시인이 이인해 시인에게 꽃다발을 전해 주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다른 시상식도 이렇게 하는지는 모르겠어요.
셋째로 동심과 함께한 시간이 있었어요. 상금 천만 원을 받는 수상작인 시집 '아빠가 시인인 건 아는데 시가 뭐야?'는 시인이 수상소감에서 어린 아들이 말랑말랑한 시기에 나눈 대화를 시로 녹여냈다고 했어요. 시를 잘 쓰려면 말랑말랑해져야 한다는 모 시인의 말을 기억해요. 니체도 어린아이를 언급했지요. 특별한 축하공연이 있었어요. 청주 KBS어린이합창단이 빨강과 반짝이 치마와 반바지 의상을 입고 한 명씩 무대로 나왔어요. 얼마나 귀엽고 천사 같은지요. 모두 한 표정이 되어 동요를 즐겼어요. 요즘 아이들이 어디 동요를 즐기나요. 고향의 봄, 오빠 생각에 이어 깜찍한 율동과 함께 마지막 곡인 무지갯빛 하모니를 부르는 동안 박수를 치며 모두 동심에 흠뻑 빠져들었어요.
넷째로 동서양의 음악을 감상할 수 있었어요. 1부에서는 피아노와 심장에 가까운 소리라는 첼로로 두 연주자의 슈베르트의 세레나데와 쇼스타코비치의 재즈왈츠였어요.
검은 옷을 입은 두 연주자의 모습을 보는데, 예전 딸아이가 초등학생이었을 때 바이올린 선생님, 피아노 선생님과 첼로와 함께 카페에서 토요일 브런치 음악회 하던 모습이 어른거렸어요.
'아, 그런 시절이 있었지!'
눈을 감고 감상하는데 분위기와 피아노 선율과 바이올린 현 울림이 좋았어요.
2부에는대통령상을 수상하기도 한 소리로 사철가를 감상할 수가 있었어요. 참 이상해요. 나이가 들수록 우리 것이 좋아지네요. 예전엔 항아리가 애틋하지 않았는데 언제부턴가 그 색이 애틋하네요. 이어서 신동문 시인의 시인 그리움을 들을 수 있었어요. 호흡까지 함께 하는 관객이 중간중간 추임새를 넣어 선가요. 오늘의 고수는 소리와 한 물이 되어 관객 속에 스며드는 듯했지요.
별에서나 울려오는 종소리 같은 시인을 논하고 기리고 추억하는 신동문 문학제, 내년은 또 어떻게 발전할지 기대가 커져요. 함께 할 수 있어서 의미 있는 시간이었어요. 내년에도 한 공간에서 시간을 공유할 수 있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