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두화가 촉발한 아름다운 피사체들

망막이 흔들립니다

by 은후


불두화를 보면서




요즘 사위에서 치명적인 미모를 아무렇지 않게 흘리는 것들이 있다. 천진한 자연물에 반해 제가 이쁜 줄 아는 것들은 천상의 미모도 아닌데 거만함이 은연중 배어 나온다. 그 잘난 미모를 드러내지 못해 안달인 것도 가끔은 보인다.



무릇 미모란 속부터 차올라야 완벽하지 않을까. 그런 이유로 모 화장품 카피에는 속을 채워준다, 화장은 하는 것보다 지우는 것이 중요하다. 광채 나는 피부를 어필하지 않던가.



계절의 여왕이 즉위했다. 왜 계절의 여왕인가. 녹음이 가장 풍요롭고, 만물이 그야말로 물오른 미모가 돋아난다. 게다가 화룡점정을 찍는 것이 있으니, 바로 꽃이다. 갑 오브 갑인 장미가 지근에서 날 휘어 감는다. 피보다 붉은 빨강, 설레는 분홍, 수요일에 생각나는 노랑, 청초한 하얀 장미에 꿀벌들이 옮겨 다니며 사랑을 나눠주기 바쁘다. 벌의 쿨리지 효과는 곧 유감없이 발휘될 것이다. 음양의 조화는 아름다움으로 발현되리라.



선덕여왕이 생각이 난다. 그림에 나비가 없다고 디스를 당한 그 모란이 커다란 꽃망울로 보란 듯이 잭팟을 터트렸다. 분홍과 빨강이 어우러져 화합의 하모니를 이룬다. 꽃술은 금사들을 모아놓은 목걸이만 같다. 그 주위에는 금잔디가 납작 엎드려 시녀 역할을 제법 톡톡히 해내고 있다.



세컨드 하우스 정원 테두리 근처에 불두화가 팡파르를 크게 울린다. 어찌나 거하게 울리는지 아이스크림만 한 꽃송이가 참으로 탐스럽기만 하다. 가지가 휘청거릴 만큼 그야말로 장관이다. 꽃을 베어 먹고 싶은 바람이 살살 꽃들을 흔들고 있다.



꽃은 땅에 뿌리를 지탱하고 있으니 식물이 분명하다. 동물에 굳이 빗대어 생식기라고 한다면, 불두화는 남성인 꽃술이 없다. 술이 없으니 당연히 여성적인 향기도 없다. 정자와 난자의 아름다운 결합체인 열매는 있을 리 만무하다. 하늘에서 별을 따지 않는다. 불두화란 꽃명은 부처의 곱슬곱슬한 머리 스타일에서 왔다고 한다. 꽃말 또한 참 불가스럽다. 제행무상, 베풂, 은혜이다.



세상 모든 행위는 늘 변해서 한 가지 모습으로 정해져 있지 않다는 심오한 뜻을 담았다. 우리의 삶은 머물러 있지 않다. 시간이 공전과 자전으로 적절하게 견딜 만큼의 웃프다가 때론 살만한 역사를 만들어준다. 산다는 것은 머물러 있지 않은 물을 따라가야 할 것이다. 머물러 있으면 삶이 피폐해진다. 최근 짤로 재밌게 보는 눈빛이 처연한 연기자가 있다. 독기를 뺀 종이달의 김서형이다. 다른 것들은 흘러가는데 이화만 머물러 있는 듯한 카메라 앵글을 보여준다.



불두화의 영어명은 snowball tree이다. 푸른 눈동자가 보기에도 눈뭉치처럼 탐스러운가 보다. 왜 이렇게 몸피를 부풀려서 꽂을 피울까 생각해 본다. 빛과 어둠, 자웅, 안과 밖, 원근 등 세상은 음양이 조화를 이루며 산다. 꽃술이 없어 부족한 기를 더 찾는 것은 아닐는지 추측해 본다. 수국도 꽃송이가 크지 않던가. 알고 보니 불두화처럼 무성화만 남겨 개량한 것이란다. 푸짐한 한 상차림처럼 없는 양기 대신 꽃봉오리를 불린 것이다.


핀셋으로 장점만 꺼내서 부각했다. 그러고 보면 미모를 극대화시키려 사람도 욕심을 부린다. 외모 지상주의, 이쁘면 용서가 된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제2의 아버지인 의느님이 창도한 눈이 시원하고 콧대가 살아있는 마네킹처럼 늘씬한 사람들이 요즘 많이 보인다. 하나같이 빼어나서 눈이 저절로 돌아간다


오월은 그냥 망막이 돌출된 채로 지내야 할 듯하다. 렌즈를 줌인 한 카메라와 함께.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