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소확행은 괜찮은가요

감각적 쾌락이 주는 것에 대한 단순한 생각

by 은후

쾌락적 감각을 주는 것들에 대하여




주옥같은 가르침은 말한다. 감각적 쾌락에 대한 갈구를 넘어서면 고요한 자유로움의 경지에 이른다고. 붓다는 '맛지마니까야'로 수행의 방편을 알려준다. 외부의 그 어떤 것에도 의지하지 않고도 기쁨이 충만한 상태에 머물던 붓다이다.



인간이면 누구나 이를 수 있다고 했지만, 각박하고 복잡하면서 정신없이 휘몰아치는 4차 혁명의 그늘 아래 행복하고 자 당신은 어떤 감각적 쾌락을 만끽하고 있나요. 알코올이 맞지 않아 울적한 날이나 날아갈 듯 즐거운 날에도 입술만큼 달콤하다는 술잔과 입맞춤을 하지 못한다. 카페인 분해 효소가 없어 섭취하면 말똥말똥한 새벽을 보내는 나는 그걸 감수하고 커피를 찾는다.



매주 화요일 새벽 다섯 시가 되면 인간 시계인 내 무의식이 의식을 수면 위로 끌어올린다. 단잠을 자다가도 어찌 그 시간만 되면 날이 밝았음을 감각 하는 걸까. 아마도 그곳에 간다는 설렘이 전날부터 오감으로 미리 알람을 맞춰놓은 것은 아닐까. 가벼운 맨손 체조를 굵고 매우 짧게 하고 침대 아래로 내려선다. 나는 운동을 좋아하지 않으므로.



부지런히 씻고 중요한 일과인 머리를 감는다. 장마철인 요즘 머리 감는 것은 일상인데, 머리를 완전하게 말리기가 여간 번거롭지 않다. 적당히 말리고 긴 머리를 반만 묶는 스타일을 하고 나선다. 시간이 꽤 흐른 뒤에는 올백 머리를 한다. 그만큼 한여름에 시원한 스타일은 아직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스터디를 빙자한 꽃과 싱그러운 초록, 잔잔한 음악, 편안하게 몸을 안아주는 의자, 그리고 분위기를 자아내는 조명, 감성을 돋우는 인테리어가 있는 그곳으로 달려라! 달려~ 나의 적토마는 질주한다. 카페 마루지기 마담 엠이 기다리는 곳으로. 진짜가 나타난 올드 스쿨 교장이 들려주는 팝을 들으면서 콧노래가 절로 나온다.



깊으면서도 가볍지 않은 마담 엠의 손을 거치면 갈색은 가장 맡고 싶은 꽃내음으로 변신한다. 동심원을 그리는 갈색에 우유를 섞으면 부드러워 눈이 감긴다. 우유를 뺀 것은 담비처럼 깊은 블랙홀에 빨려 들어간다. 다가올 불면은 마담 엠이 채색한 색이 주는 중독에 늘 유혹당하고 만다. 더울 땐 냉정으로, 추울 땐 열정으로 잔다르크와 같이 앞에서 끌어당긴다. 노곤하다가 머리털이 쭈뼛 서는 감각에 바이오리듬이 깨지는 불편함을 감수한다.



슬그머니 어둠이 드리우면 어김없이 천 마리의 어린양이 찾아온다. 밤새 아뉴스데이를 세며 한 마리 양이 99마리 양보다 더 소중한 양치기가 된다. 하얗게 지새울 카페인은 니코틴이나 알코올과는 사뭇 다르다. 아, 기호식품이란 항목은 같다. 분쇄한 커피에 최적의 열을 가하면 절세미인의 샤넬 넘버 5와는 결이 사뭇 다른 그윽한 향과 분위기에 매번 굴복당하고 만다.



붓다는 욕망을 일으킬 수밖에 없는 심신의 조건을 역이용하라고 조언한다. 붓다를 알지 못한 이전부터 나는 이를 충실히 실행하고 있었다. 연애소설이 좋았다. 어쩌면 실제 연애보다 활자에 더 바짝 붙은 눈이 따라가고 뇌가 상상하고 말초가 반응하는 삼박자가 더 감각적이었는지도 모르겠다. 현실에서는 콧바람이 연결해 준 연애 도둑질에 밤새는 줄 몰라 전화기가 뜨거워질 정도로 통화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오감을 만족시키기에 활자는 실제보다 더 오감을 만족시키는 환상이란 특별함이 있었다.



연애를 소설로 현실보다 더 치열하게 강렬하게 아름답게 감각 했다. 현실에선 이루어질 수 없는 완벽한 신과도 사랑을 할 수 있는 감각적 쾌락을 얻을 수 있었다. 감각적 쾌락이 시한부인 것도 있었고 시한이 언제인지 알 수 없는 것도 있다. 연애소설은 호르몬이 왕성한 시기를 탄 짧은 단발성이었으나 커피는 꽤 오래 시한을 연장하고 있다. 붓다가 말하는 다른 차원의 기쁨으로 가는 여정에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주는 감각을 추구하는 것도 빠르게 문명이 돌리는 현대인에게 적당한 안식처가 되어 주지 않을까.



내면이 아닌 외부에서 행복을 찾는 게 바람직하진 않을 순 있다며 저항이 있을 수도 있다. 붓다 또한 깨달음을 얻기 위한 여정에서 여인과 사랑도 하고 소확행을 누리지 않았을까. 젊은이는 신중하게 조심할 줄을 모르기에 불가능한 일을 해낸다고 펄 벅은 말한 바 있다. 당신은 오늘 가장 젊다. 나는 오늘 내일보다 어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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