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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후 Oct 28. 2023

어서 와, 미술 전시회 개최는 처음이지?

첫 미술 전시회를 열어준 충북문화재단, 고마워요


예술이란 말은 아련한 그 무엇 같다.

 장욱진 회고전, 데이비드 호퍼의 길 위에서, 데이비드 호크니와 브리티쉬 팝아트 등을 관람하러 KTX와 고속버스를 타고 서울을 넘나들었다. 미술관은 늘 설레게 한다. 얼마 전엔 대전에서 빈센트 발의 그림자와 그림이 만난 예술로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제껏 작가들의 작품을 만나러 전시회를 찾아다녔다. 간헐적으로 미술관 혹은 박물관을 순례했다. 어제는 청주시립미술관에 점심시간을 이용하여 다녀왔다. 한산해서 마치 날 위한 독주회 같았다. 건축이 미술이 된 아름다운 전시회였다. 빛과 시간에 따라 시시각각 다른 풍경을 그려내는 공간에서 한참을 앉아 있다가 나왔다. 현실과 비현실적인 요소가 뭉친 동화 속으로 들어온 듯한 착각마저 일었다.


충북문화재단에 어쩌다 접속했다. 검지 손가락에 재단이 상서로운 텔레파시를 타고 청년과 함께하는 신중년 예술여행 초대장을 주었다. 여행이 문화와 예술이 있는 삶의 시작을 알린다. 대상은 예술을 사랑하는 신중년이다. 예술이라면 재능이 없을 뿐이지 한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은가. 프로그램 과정을 한번 보자. 어린 시절 꿈꿔본 예술을 시작으로 창작을 향해 출발한다. 혼자라면 엄두 내지 못할 여행이지만, 청년이 부끄러운 손을 잡아준다면 다녀올 수 있지 않을까. 못 먹어도 고다.

안녕하세요.
예술여행 운영을 맡은
예술단체 모나드입니다.

예술여행에 선정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와, 나도 예술여행 유람선에 승선할 수 있다. 게다가 수업비용을 충청북도에서 지원하고, 모나드에 비치된 재료와 새로 구매할 재료를 모두 활용할 수 있다. 충청북도와 충북문화재단은 예술을 장려하며 지원사격을 아낌없이 하는구나. 충북문화재단에 모집 공지가 오른 시점에 접속한 것은 정말 신의 한 수였다.


모나드의 정보로 나의 창작 노트에 어울리는 캔버스부터 고를 수 있었다. 내가 추구하는 스케치와 붓을 배제한 그림을 완성하기 위한 사전 단계는 빠르고 시원하게 착착 흘러갔다. 창작 노트 덕분에 헤매지 않고 필요한 미술 재료를 품에 안았다. 이는 문화예술을 상상하면서 떠오르는 것을 모나드와 시각화하는 방법에 대해 사전에 충분히 의견을 나누었기에 가능했다.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고 싶었다. 유화는 낯설다. 물의 농도가 중요한 수채화가 아닌 길을 가보고 싶었다. 그림에 감정을 불어넣고 싶다는 생각을 전달했다. 우려와는 달리 흔쾌히 나이프와 밑그림에 자신이 없던 내게 스프레이 물감이 있다는 경이로운 방법을 알려주셨다. 그래, 이왕 들어선 길 과감하게 진행해 보자. 그림이나마 내 틀을 벗어나 보는 거다.


무심코 클릭한 곳에서 꿈같은 이벤트가 기다리고 있다. 그림을 그리다 보면 빠져들었다. 몰입감이 장난이 없다. 이런 거구나. 이런 느낌이었어. 우리의 순수한 열정이 분홍 분홍한 아우라를 만들고 있었다. 더하여 충북문화재단의 아름다운 후원이 뒤따르고 있었다. 작품을 완성하고 뿌듯함에 취해 있는 내게 인터뷰 요청이 들어온다. 갑자기 얼굴이 달아오른다. 몽글몽글한 솜사탕이 된 것 같은 유쾌한 부끄러움이 쏟아진다. 졸지에 인터뷰이가 되어 여러 질문에 말이 되게나 대답했는지 알딸딸하다. 모두가 볼이 발그레하다. 소녀가 된 듯하다.


판이 더 커졌다. 전시회를 연다고 한다. 모두의 입을 ‘오’로 만드는 소식이다. 재단의 1층 상상의 터에 우리들의 작품을 건다는 것이다. 완성한 이들은 느긋하지만, 아직 미완성의 주인은 발바닥에 불이 붙었다. 손놀림이 빨라진다. 환청이 들린다. 모두의 가슴이 콩닥거리는 소리가 청진기를 댄 듯 울려 퍼진다. 꽃들의 꿀을 발견한 벌떼들처럼 수런거린다. 어쩌다 클릭한 우리는 예술에 대한 갈망이 있었던 거다. 관심이 전혀 없었다면 건너뛰었을 것이다. 늦게 닿았지만, 더 반짝거리게 만들어주는 충북문화재단 복지팀과 모나드가 앞뒤에서 끌어주며 격려하고 있다.

난생처음 보는 황금 가위가 나타났다. 오프닝 커팅식에 다들 상기되었다. 무엇에 쓰는 물건인가 하니 전시장 앞에 화려한 물결을 만들고 있는 색 테이프 줄을 자르는 것이다. 그렇다면 하얀 면장갑을 끼고 왼쪽 가슴엔 꽃을 단 명사들이 나란히 서서 시작을 알리는 그 행사가 아닌가. 오래 살아야겠다. 내 생애 황금 가위로 오프닝을 알리는 커팅식을 할 줄이야. 정말 유쾌한 처음이다. 문화재단 복지팀이 열과 성의를 다하여 만든 오프닝 행사는 잔잔한 윤슬 하트를 만들어줬다. 이 귀중한 순간을 가슴 책갈피에 꽂아둘 것이다.

응답한 신중년 여행은 상상하지 못한 동화로 돌아온 멋진 이벤트였다. 비행기를 타고 다녀온 해외여행보다 값지다. 오감을 만족시켜 준 환상 특급 여행이었다. 우리에게 꿈과 낭만 그리고 상상까지도 후원해 준 모나드와 충북문화재단에 진심으로 감사를 드린다.


P.S.

인터넷 뉴스와 일간지, KBS 지역방송에도 출연하는 등

일상의 허브를 만들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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