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7살과의 대치 중인 걱정인형
육아 선배님들이 누누이 말씀하셨다. 미운 4살 다음엔 미친 7살이라고. 7살이 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나는 그 파급력을 실감하고 있다. 아이가 툭하면 짜증을 내는 데다, 점점 더 제멋대로 구는 것이다. 거기다가 머리가 컸다고 내 수법이 도통 먹히질 않는다.
아이가 잘못된 행동을 하면 나는 하던 것을 모두 멈추고, 생각할 시간을 주곤 했다. 그러면 딸아이는 보통 ‘으앙, 엄마~’하며 나에게 쪼르르 달려왔다. 그런데 요즘은 이 방법이 전혀 통하질 않는다. 등원 준비 중 이어진 못된 행동에 원복 입는 것을 도와주지 않았더니, ‘흥! 내가 못할 줄 알고!’라고 콧김을 쉭쉭 내뿜는다.
눈물은 가득 고였지만, 엄마에게 절대 지지 않겠다는 의지가 강해 보인다. 유치원 원복은 지퍼에 고리로 된 단추도 있어 아직 혼자 입기는 어렵지만, 삐뚤빼뚤 끝까지 해내고 만다. 그럼에도 손은 느리니, 나가야 할 시간에는 맞추기 어려워 끙끙대다 결국은 울음이 터지고 말았다. 이날의 힘겨루기는 서로에게 미안함을 전하는 포옹으로 유야무야 마무리되었다.
훈육은 아이에게 가르침을 주는 것이기에, 단호하면서도 차분한 톤을 유지해야 한다고 배웠다. 그러나 짜증이 가득 묻은 아이의 미운 말투에 엄마인 나는 좋은 말이 나가기 어렵다. 그동안 수없이 다짐하고 연습했건만, 사랑하는 딸아이가 매서운 눈초리로 엄마를 노려보면 모든 게 무너져 내린다.
너! 어! 어디서 배운 태도야!! 누가 그렇게 가르쳤어?!
순간을 참지 못하고 응당 되갚아주고 싶다는 마음으로 감정 섞인 말을 뱉고 나면, 어김없이 자책감에 휩싸인다. 그렇게 나는 말을 삼키기 시작했다. 훈육상황에서는 잠시 숨을 고르고, 어떻게 하는 것이 맞을지 수도 없이 고민한다. 육아와 관련된 여러 책을 읽었지만, 상황이 다르고 아이와 나의 기질이 다르니 그냥 무턱대고 방법 No.5을 들이댈 수 없는 노릇이 아닌가!
그 짧은 시간에도 걱정은 뭉게뭉게 잘도 피어난다. 지금 어떻게 하는 것이 아이를 위한 일일까? 이 방법을 선택하면 다른 나쁜 행동이 생기지는 않을까? 지금 제대로 가르치지 못하면 나중에 학교 생활을 못할까 불안하고, 못된 행동이 습관이 되어 나쁜 아이가 될까 걱정한다. 나는 또 걱정인형이 되고 만다.
작년에 산 바지가 짤뚱 짧아질 정도로 훌쩍 커버린 아이이다. 가끔 무릎이 아프다는 걸 보니, 성장통도 온 것 같다. 젓니도 빠지기 시작했다. 몸만큼 마음도 커져 하고 싶은 것도 많아진 모양이다. 거기다 유치원 꼭대기 형님 반에 입성하였으니, 하면 안 되는 일과 하기 싫어도 해야 하는 일들이 얼마나 많아졌을까. 어쩌면 아이가 불만에 차 항상 툴툴대고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닐까.
이 또한 아이가 잘 자라고 있다는 뜻일 테다. 그리고 불편한 감정을 다루는 일은 아이보다 무려(!) 33년이나 먼저 태어난 나도 이렇게나 어렵지 않은가! 어른인 내가 제대로 된 본보기가 되어야 우리 아이가 좀 더 편안한 삶을 살 수 있을 텐데. 아이를 키우며 마주하는 위기들은 이렇게나 변화무쌍하다. 정말 한 해, 한 달, 일주일, 온전히 같은 날이 없다. 그저 오늘도 무탈하기를.
딸내미야. 엄마는 너랑 같이 불편한 감정을 직면하고 해소하는 방법을 배우고 있다고 생각해. 네 덕분에 엄마가 자격증 받기 전 빡센 마지막 실습을 하고 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