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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누가 그랬나, 육아는 고민의 연속이라고

쪼렙 엄마의 그간의 고비고비

by 은호씨

아이 둘, 셋을 낳아 키우는 엄마들은 내가 이런 글을 쓰면 조금 비웃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육아 레벨로 치면 가장 최하위인 말단에 존재하는 여아 1명을 키우는 엄마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든 아이는 저마다의 기질과 특성이 있으니, 유난스러운 우리 아이를 키우며 알게 된 것이 있어 몇 글자 적어보겠다. 다자녀 엄마들이 허락해 주신다면 말이다.


엄마들이 첫째보다 둘째, 셋째 아이를 쉽게 키우는 이유는 간단하다. 모든 고비들이 다 지나간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본래 이후에 무슨 일이 닥칠지 아는 사람을 당할 재간은 없는 법이다. 아이를 처음 키울 때는 모두가 전전긍긍한다. 작은 것 하나도 문제라고 생각하고 일일이 덤벼들어 해결하려 든다. 나 또한 그러했다.


우리 아이는 모유 수유를 해서인지, 공갈 젖꼭지를 잘 물지 않았다. 지금 생각하면, 안 물면 안 물리면 될 일인데 나는 기어코 맞는 쪽쪽이를 찾아 나섰다. 4-5군데의 다른 회사의 쪽쪽이를 사고 버린 끝에, 아기가 무는 천연고무로 된 부드러운 쪽쪽이를 찾아냈다. 쪽쪽이를 문 아기는 너무나 귀여웠고 우리 집은 그 즉시 조용해졌지만, 내가 그걸 떼기 위해 엄청난 수고를 할 줄 알았다면 그렇게까지 했을까 싶다.


시간이 흘러 공갈 젖꼭지를 떼야할 때, 역시나 고비가 찾아왔다. 숨겨도 보고, 쓴 것을 발라도 보고, 눈앞에서 잘라도 봤건만! 아이가 사랑하는 친구와 처음으로 헤어지는 일은 무척이나 괴로웠을 터. 엄마가 그렇게 물라고 하더니, 이제 와서 왜 뺏어가는 건가요! 지금이었다면 이렇게 따지고 들 수도 있었겠다. 쪽쪽이를 잃은 아이는 손가락에, 그 후엔 손톱에 마음을 주었다. 나는 또 이 습관을 고치기 위해 당근에서 일명 ‘문어책’을 찾아 헤맸다.


손톱을 뜯는 버릇은 꽤 오래 이어졌다. 지금 생각해 보면 아이가 아직은 ‘불안’을 다루는 일에 서툴러 그것을 자신만의 방법으로 달랬던 것 같다. 유치원 첫 상담에서도 나는 ‘아주 깎아줄 손톱이 없어서 걱정이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내 걱정에 선생님은 시간이 지나면 나아진다고 말씀하셨는데, 그 말은 또 여지없이 맞아떨어졌다. 요즘은 아이의 손톱을 너무 자주 잘라줘야 하는 것이 다 걱정이다.


하나의 걱정이 지나가면 또 다른 걱정이 찾아왔다. 우리 아이는 4-5살 즈음에 자다가 몇 번씩 오열하며 울었는데, 이것이 ‘야경증’이란 것을 알게 된 것은 한참이 지난 뒤의 일이었다. 당시의 우리 부부는 신생아 시기 이후에 또다시 잠을 도둑맞자, 얼마간 절망하고 말았다. 아이는 보통 12시-1시 정도에 깨서 거의 1시간을 울었고, 무슨 수를 써도 달래지지 않았다. 마치 눈앞에 귀신이 보이는 듯했는데, 이 또한 경험해보지 않으면 절대 모르리라.


우리는 추후에 오은영 박사님이 나오는 방송을 보고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배웠지만, 실제로 숨 넘어가듯 울어대는 아이를 편안하게 내버려 두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어김없이 그날이 찾아오면, 우리는 당황하여 버벅거렸다. 잠에 취한 것인지 우리가 조금씩 익숙해진 것인지 모를 정도로 시간이 흐른 뒤, 아이의 악몽도 차츰 잦아들었다. 그렇게 또 시간이 흘렀고, 끝난 줄 알았던 육아 고민은 ‘용용 죽겠지’하며 다시 찾아왔다.


이번 고비는 다름 아닌 밤중 소변 실수이다. 나 또한 늦게까지 밤에 실수를 한 기억이 있어, 딸아이의 ‘야뇨증’을 처음에는 잘 받아들였다. ‘한 5살까지는 괜찮아.’라고 느긋하게 생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작년 겨울, 아침마다 이불 빨래를 해야 할 때는 울화가 치밀더라. 그래도 이 또한 ‘새로운 고비’라고 생각하며, 너그럽게 참아보련다. 해가 갈수록 분명 그 횟수가 줄어들고 있으니, 조금씩 자라고 있다고 생각하기로 한다. 부끄럽지만 우리 아이의 ‘방광’은 아직도 자라고 있는 중이다.


이제 조금은 알겠다. 이 모든 게 아이가 자라는 과정이고, 모든 가정에는 저마다의 육아 고민과 관문이 있다는 것을. 지금껏 내가 아이를 키우며 했던 여러 고민들을 이렇게 적다 보니, 새삼스레 별 것이 아닌 것만 같다. 이 또한, 그 시기가 다 지나갔기에 할 수 있는 생각이겠지. 아, 둘째가 생긴다면 정말 잘 키울 수 있을 것 같은데. 쩝.


물론 모든 육아의 고비가 다 흘러가는 것이니, 다 그대로 내버려두면 된다고 말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고비고비 끝에 분명 우리가 꼭 알아차려야 하는 신호도 있다. 그래서 난 고민을 멈출 수가 없다. 우리 아이가 어른이 되어 자립을 할 때까지, 나는 함께 성장하며 아이의 구조 신호를 캐치(?)해야 하니까. 캐치! 티니핑처럼, 아이 옆에 찰싹 붙어서 오늘도 나는 아이와 함께 한 뼘 더 자라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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