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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내가 살려고 쓰는 글

우울에 대처하는 나의 자세

by 은호씨

이 글을 쓰기 시작한 이유에 대해 말하려면, 우선 '나'라는 사람에 대해 고백해야 한다.

나는 다른 여느 엄마들처럼 아이를 낳고 경력이 단절된 여성이었으나, 아이 핑계를 댔을 뿐이지 본래 회사와는 잘 맞지 않는 사람이었다. 20대에 나름 괜찮은 기업에 들어갔으나 종이 봉투를 입에 대고 화장실에서 숨을 쉬다가 퇴사를 한 기억이 있는 사람이니까. (이후에 이런 증상들이 공황, 불안 장애의 일종인지 알았고 이 이야기에 대해서는 따로 또 쓸 기회가 있을 것이다.)


이런 저런 핑계로 아이를 낳은 후, 소일거리로 연명하던 내가 작은 회사에 들어가 다시 돈벌이를 하기 시작하자 나에게는 잠시 생기가 돌았다. 거대한 쓰나미가 오기 전, 잠시 하늘이 밝은 것처럼.

새벽같이 일어나 해가 뜨는 것을 바라보며 아침형 인간이 된 것 같아 좋았고, 유치원 앞 아이와 웃으며 헤어지는 날엔 뭔가 대단한 일을 하러 가는 것 같아 좋았다. 출근해서는 내가 필요한 곳이 있다는 생각에 열심히 일했고, 퇴근 후에는 아이를 씻기고 밥과 빨래를 하며 엄마로서도 그 무엇하나 놓치고 싶지 않다는 생각에 바지런하게 굴었다. 앞으로 이렇게만 하면 될 것 같았다. 정말이지 나는 괜찮은 것 같았다.


그렇게 여름이 왔고, 아이에게 열감기가 한번 지나가자 결국 나에게도 신호가 왔다. 우선, 체력이 무너졌고 밥을 먹을 수 없었으며 먹고 싶은 것도 만들고 싶은 음식도 없어졌다. 하지만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 아닌가! 아이도 나도 워킹맘의 출퇴근 시간에 맞춰진 스케쥴을 그냥 또 기계처럼 잘 따라가며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나는 주중의 힘든 일상을 보상받겠다는 듯, 그리고 아이에게 많은 것을 해주지 못하는 워킹맘의 미안함에 주말마다 밖으로 나갔다. 하지만 가을은 너무 짧았다. 시간은 또 무심히 흘러 찬바람이 몰려오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런데, 겨울과 함께 오지 말아야한 것이 온 것 같았다. 뭔가 재밌는 것이 조금 없다 생각하면서도 버스에 실려 회사에 들어섰고, 출근해서 카톡으로 지인과 주고 받던 대화조차 조금 줄어드는 것 같다고 느끼긴 했지만 그래도 나는 괜찮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난 주 나라에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나 버린 것이다.


"아, 이건..아니지 않나?"


지난 주말, 명백한 불법을 저지르고도 뻔뻔하게 나와 국민의 마음을 대변한다는 두 사람이 한 마디 한 마디 뱉을 때마다 가슴이 답답하며 숨을 쉴 수가 없었다. 언젠가 내가 힘들게 겪었던 그 증상이었다. 결국, 나는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올 겨울 나는 다시 우울과 마주하고 있다.


우울이 나에게 찾아올 때마다 역설적으로 나는, '내가 나를 참 사랑하는구나.'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이러면 안되지! 하며 나만의 방법을 강구했기 때문이다. 상담을 받은 적도 있었고, 회사를 나오기도 했다. 이번에는 다른 방법을 써보려 한다. 여기, 요즘 내가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이 있다.


"너가 좋아하는 게 뭐야?"


평소 누군가를 만나 수다로 스트레스를 풀던 나는 일을 시작한 이후 더 이상 이 방법을 쉽게 쓸 수 없었다. 그렇담 내가 좋아하는 것은 뭐지? 이 글은 이 질문에서 시작한 것으로, 내가 '나'를 알고, 그저 살아가기 위한 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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