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호6. 추위, 한기

겨울잠을 잘 수만 있다면

by 은호씨

1년 중 가장 춥다는 대한(大寒)이라더니, 연일 맹추위가 계속되고 있다. 진짜 북극에 온 마냥, 덜덜 떨며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 버스에서 내려 잠깐, 지하철에서 내려 회사까지 또 잠깐 밖에 나와 걷는데도 손발이 꽁꽁 언다. 추워도 너무 춥다.


어렸을 때부터 나는 추위를 잘 못 참았다. 여름도 원체 점점 더 더워지고 있어서 지금도 차라리 더운 게 낫다고 장담하진 못하겠다. 하지만, 더위는 끙 눈이라도 감고 그늘이라도 찾으며 차라리 참겠는데 진짜 몇 겹을 껴입어도 추울 땐 도무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요즘 학생들을 보면 교복 외에 체육복, 활동복 등을 자유롭게 입을 수 있어서 그나마 나은 것 같은데, 우리 때는 그런 융통성이 좀 없었다. 한겨울에도 치마 교복을 입어야 했고, 학교에 도착해서나 체육복 바지를 안에 입을 수 있었다. 그러니까 겨울철의 등하교에도 검정 기모 스타킹 단 한 장에 기댈 수밖에 없었다.


거기다 수족냉증이 심했다. 손을 아무리 비벼대도 겨우내 손끝이 얼음장 같았다. 겨울 외투가 세 벌이라면, 그 외투 주머니 모두에 장갑이 들어있었다. 혹시라도 장갑을 챙기지 않았을 때에 대한 철저한 대비였다. 손을 움직이기 편한 니트 장갑. 나는 4월까지 장갑을 꼈다.


추위가 절정에 달하면, 뇌까지 정지하는 것 같다. 요 며칠은 아이 등원을 시키고 출퇴근하여 일하는 것 외에는 그 어떤 것도 진행을 시키지 못하겠다.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 저층 세대를 위해 빨래를 돌리지 말라는 안내까지 나오니, 집안일이 줄었는데도 멍하다. 친구가 산달엔 몸이 많이 유약해진다는데, 그 핑계까지 끌어와야 하나 싶다.


최근 정말이지, 너무 건강이 약해지는 것 같아서 고민을 했더니 회사 동료가 ‘8체질’에 대해 알려주었다. 사람은 8개의 체질로 나누어 볼 수 있는데, 날 때부터 타고 태어난 것이란다. 그에 따라 약이 되는 음식과 독이 되는 음식이 있으니, 그것을 알고 구별해 먹으면 ‘감기’와 같은 흔한 병에 걸리는 횟수가 현저히 줄어들 것이란다.


본래 궁지에 몰리면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어진다. 나는 간절한 마음으로 회사 근처 한의원을 찾았고, ‘수음 체질’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관련된 내용을 읽다 보니, 절로 무릎을 치게 된다. 내가 손발이 늘 찼던 이유, 겨울을 무서워하다 못해 두려워했던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니. 몸 자체가 냉하고, 위가 약해서 잘 소화가 되지 않던 이유도 거기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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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 며칠을 체질 한의원 원장님이 손에 쥐어준 ‘해가 되는 음식’을 먹지 않으려 노력했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도 몇 개 들어있어서 못내 참기 힘들었지만, 그래도 최대한 가려서 먹었다. 당연히 아직은 특별히 달라지는 걸 못 느끼겠다. 그럼, 그렇지. 내가 40년을 넘게 아무거나 먹었는데.


100세 시대라지만, 아파서 골골대며 그 나이까지 살고 싶진 않다. 거기다 내일모레 초등학생이 되는 딸아이도 나만 바라보고 있으니, 2026년 나의 모토는 ‘건강해지기’이다. 1년 내, 체질식을 그나마 지키며 ‘건강’ 하나만 바라보고 살면 내년 겨울은 조금은 덜 춥게 느껴지지 않을까. 그 목표로 올해를 또 달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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