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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호랑이 Apr 05. 2024

진짜 도시, 홍콩

그 속에 숨겨진 모습


나를 데려다 줄 항공사, 홍콩 익스프레스

이번 여행은 홍콩 익스프레스 항공사를 타고 다녀왔다.

이름만 들으면 홍콩을 오갈 때에는 이 항공사를 타야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인터넷에서 검색했을 때에는 자주 있는 연착, 서비스의 불편함, 문제 상황 발생시 사후 처리가 미흡하다 등의  악평이 가득했지만 글쎄, 나는 아주 만족하며 탔다. 왜냐면 가격이 싸거든요.

창가 자리는 구름 위를 볼 수 있어서 좋다.

보통 여행을 다닐 때 여러 항공사가 있지만, 항상 가장 '최저가'를 찾는 편이다. 

대한항공, 아시아나도 좋지만 나에게 비행기는 그냥 비행기일 뿐이다. 

차라리 가서 좋은 호텔, 비싼 음식을 한번 더 먹는 걸 선호한다.


나와 같은 취향이라면 홍콩 익스프레스, 아주 적절한 선택이다. 내가 가는 시점에는 편도 기준 최소 5만원은 저렴했다. 5만원이 어디야..! 연착하면 조금 늦게 가면 되고, 밥 안 나오면 가서 맛있는 것 먹으면 되지 뭐.


홍콩 공항의 모습

홍콩 공항에 도착했을 때 굉장히 신기했다. 

어, 여기 인천공항인가? 

싶을 정도로 공항이 쾌적하고 깔끔하고 넓었다. 그래서 역시 잘 사는 도시구나 싶은 마음에 굉장히 부푼 기대감을 안고 공항 버스를 타고 시내로 이동하기로 했다. 구글맵에 적힌대로 정확한 시간대에 버스가 도착했고, 몸을 싣고 음악을 들었다. 

홍콩 공항 버스

보통 혼자 여행을 떠날 때면, 음악을 들으며 돌아다니는 편이다. 

유독 그 여행지의 무드에 어울리는 음악이 있고, 그 음악을 계속해서 들으며 여행한다. 신기하게도 그렇게 많이 들은 음악이 그 여행지에서는 지겹지 않고, 한국에 돌아와서는 다시는 그 음악을 챙겨듣지 않게 된다. 의도한 것이 아님에도. 그렇게 일상을 살아가다 우연히 그 음악을 듣게되거나 생각이 났을 때, 음악을 꺼내 들으면 다시 그 여행이 떠오른다. 마치 비디오테이프를 다시 재생한 것처럼 말이다. 

그룹 <원위>의 앨범, 소행성

내가 홍콩에서 선택한 음악은 남자 밴드 그룹인 '원위' 의 노래였다. 여행을 시작하기 전에는 이런 가수가 있는 줄 알지도 못 했었는데, 어쩌다 출국하는 공항버스에서 듣게되었고 뭔가 홍콩에서 계속 듣게되었다. 그래서 홍콩에 머무르는 4박동안 내내 원위의 플레이리스트를 찾아 들었다. 

그 중에 기억나는 노래는 '궤도' 라는 노래와 '야행성' 이라는 노래이다. 

추천할 수 있을 만큼 가사가 특이하고, 멜로디가 좋다. 생각난 김에 다시 들어야지.


건물들의 낡은 모습과, 빨래

약간 느낌이 그렇다. 우주에 관한 노래들이다. 마치 삭막하고 아무도 없는 우주 속에서, 너라는 사람 한 명으로 인하여 이 우주가 특별해지고 따뜻해지는 느낌을 주는 노래들이었다. 

나에게는 홍콩이 그랬다. 

깔끔하고 쾌적했던 공항과는 상반되게, 홍콩 시내로 들어갈수록 여기가 잘 사는 곳이 맞는건가 싶을 뿐이었다.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처럼 위태위태해보이는 오래되고 낡은 건물들이 가득했고, 어둡고 컴컴한 거리들은 하나같이 다 좁았다.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거리 위에는 가정의 빨래들이 가득 널려있었다. 마치 집 안에는 건조대나 건조기가 없어 보였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해외를 여행 다니면, 꼭 국내의 어느 특정 비슷한 장소와 비교하는 성향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일본 나고야에 갔을 때는 어 여기 대구 같은데? 싶었고, 영국을 갔을 땐 어 여기 성수 같은데? 했다. 

나에게 홍콩은 종로, 을지로 동네의 느낌이 물씬 났다. 부산으로 치면 전포동이랄까. 

재건축되지 않은 오래된 도심 한복판의 동네들. 그래서 오히려 미적으로 특이함이 느껴지는 동네.


홍콩의 야경 뷰포인트, 빅토리아 하버

사실 '홍콩' 하면 유명한 것이 '야경'이고,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야경인 '빅토리아 하버'만 보면 모든 건물들은 높고 웅장하며 반짝반짝 빛난다. 누가봐도 비싸보이는 고층 건물 그 자체이다. 그래서 모든 건물들이 이럴 것이라고 생각하고 왔었다.


그리고 홍콩의 야경을 책임지는 한 축이 거리의 네온사인이다. 크고 빛나는 색깔들의 네온사인이 굉장히 화려해보였기에 홍콩에 반했고 홍콩을 오고싶었다. 그런데 홍콩을 직접 와보니 이 빛나는 네온사인들이 화려해보이는 이유는 붙어있는 건물들이 전부 어둡고 침침하기 때문이었다. 하얗고 꺠끗한 벽이 아닌, 시커멓고 얼룩덜룩했기에 네온사인이 더 빛날 수 있었던 것이다.


회사와 높은 빌딩들이 가득한 빅토리아 하버의 야경과는 상반되게 사람들이 실제로 거주하는 주택들은 작고 협소하다. 땅덩어리가 좁기 때문에 건물들의 간격이 상당히 좁다. 그 좁은 집을 칸마다 나눠서 생활도 한다고 한다. 그런데도 그 작은 집들의 월세가 굉장히 비싸다고 한다. 세계에서 물가가 가장 비싼 도시라 그럴까.

월급 자체가 높기 때문에 그런 것도 있겠지만, 그 사람들도 여유가 넘쳤더라면 조금 더 넓은 집에서 편안하게 살고싶지 않았을까.

홍콩, 익청빌딩

누군가 홍콩에 대해 물어본다면 "야경이 예쁜 도시라더라" 라고 말했었다. 이제는 홍콩을 내 두눈으로 경험한 이상 이렇게 말할 수 없다. "빈부격차가 정말 잘 드러나는 도시더라" 라고 말하고 싶다. 이러한 빈부격차 때문에 도시가 단순한 도시처럼 느껴지는 것이 아니라 꼭 내가 미래도시에 와있는 것 같았다.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심각한 도시 문제가 가득한 미래도시. 


이런 홍콩의 모습들 때문에 우주의 모습을 노래하는 원위의 음악이 잘 어울렸지 않나 싶다. 그리고 홍콩을 여행하는 내내 묘하게 쓸쓸함이 컸다. 물론 혼자다녀서도 있지만, 그냥 도시 자체의 이미지가 삭막했다.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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