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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치온, 키토제닉 망하는 진짜 이유

행동심리학에 기반한 의지력과 습관의 차이에서 오는 다이어트 결과의 차이

by 기모냥

며칠 전 제가 언제나 속으로 부러워했던 모태마름 친구와 연락을 하던 중이었습니다.

저는 친구에게 사실 다이어트를 하던 15년 동안

섭식 장애(과식, 폭식 등)와 제거 행위(먹고 토하기 등)까지 해왔고

최근에 들어서 천천히 먹고 오래 씹는 습관으로 다이어트 강박과 음식 중독에서 벗어.나고 있다고 고백했습니다

친구는 "너무 잘 됐다. 근데 그거 그냥 너라서, 네가 꾸준한 사람이라서 가능한 거 아니야?"라고 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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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에서도 종종

직장인이라서, 가족들과 식사를 함께 해서

소식법을 따라 하기 힘들었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궁금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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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단기간 따라 하면 체질을 바꿔준다는 스위치온 다이어트도 유행하고,

다른 다이어트 법들도 오랫동안 꾸준히 해서 다이어트에 성공하고 계속 잘 유지하는 분들도 계시는데,


이 소식법 또한 오로지 나에게만 맞는 게 아닐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도 가능한걸까?


그래서 저는 항상 그래왔듯이 행동심리학에 관한 자료를 바탕으로 소식 습관과 다른 다이어트 방법들을 한 번 비교해 봤습니다. 그리고 결론적으로 소식법은 누구나 할 수 있고 오히려 다이어트라는 단어에 본래의 어원에 가깝다는 그런 확신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다이어트의 어원은 그리스어 "diaita(δίαιτα)"에서 유래하며, 이는 '생활 방식', '생활 규칙' 또는 '건강을 위한 생활 습관'입니다. 단순히 체중 감량을 위한 식이요법을 넘어, 건강을 유지하고 증진하기 위한 전반적인 생활 방식을 포괄하는 개념입니다.


천천히 먹는 방법이 왜 다른 다이어트와 비교해 다이어트 강박과 폭식증을 벗어나고

자연스러운 소식 습관을 형성하는 데 효과가 있을 수밖에 없는지 모두 알려드릴게요.


다이어트는 결국 실패할 수 밖에 없다?


여러 글에서 언급했듯이 저는 최근 15년 동안 거의 안 해 본 다이어트가 없었습니다.

그 중 제일 오래 지속한 다이어트는 키토제닉간헐적 단식이 있습니다.

저는 아직도 이 다이어트 법은 굉장히 건강한 다이어트 조합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음식, 다이어트에 대한 강박이 없을 때 말이죠.


그런데 그거 아시나요?

최신 과학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다이어트 방법들도 가장 고전적인 칼로리 제한 다이어트와 다를 바가 없이 실패율이 높다는 사실이요.

실제로 많은 연구에서 체중 감량 유지 성공률을 다이어트 방법별로 비교했을 때,

단기 체중 감량은 어느 정도 가능하더라도 성공률은 모두 비슷하게 낮았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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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대부분의 다이어트는 90% 이상 실패할까요?

게다가 실패하는 걸 넘어서서 다이어트 강박을 가지게 되고, 오히려 디폴트 체중은 더 올라가

살이 찌기 쉬운 체질이 되어버리는 악순환에 빠져 버리게 되는 걸까요?


다이어트 실패의 이유. 첫 번째


행동 심리학적 관점에서 보면 대부분의 다이어트는 실패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무언가를 통제하고 제한해야 하기 때문이죠.

키토제닉은 탄수화물과 당을 제한합니다.

스위치온 다이어트도 특정 기간 어떤 영양 성분을 제한하고 특정 음식만 먹어야 하죠.

이때 우리가 사용하는 것이 의지력입니다.

이 의지력은 누구에게나 있습니다. 하지만 한정되어 있죠.

한정된 자원은 지속적으로 사용하면 고갈됩니다.
식이 제한에 의지력을 사용해서 단기간에는 분명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의지력이 고갈되면 통제력 상실로 이어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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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우 마이스터 교수팀의 쿠키와 무즙 실험은 의지력의 한계를 정말 흥미롭게 보여줍니다.

실험실에 갓 구운 초콜릿 쿠키향이 가득한 상황에서

한 그룹은 맛있는 쿠키를 마음껏 먹도록 하고, 다른 그룹은 오직 무즙만 먹게 했죠.
쿠키 향이 진동하는 방에서 무즙만 먹은 그룹은 엄청난 의지력을 써야 했을 겁니다.
그런데 이 실험의 진짜 목적은 그다음이었습니다.
모든 그룹에 어려운 퍼즐을 풀게 했더니, 무즙 그룹의 집중력과 인내심이 현저히 떨어졌다고 합니다.
쿠키를 참느라 써버린 의지력이 바닥 나 버린 거죠.

음식을 제한하고 통제하는 데 의지력을 다 써 버리면 정작 중요한 일상의 다른 일들에 집중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거죠.


저도 이런 제한과 통제를 하는 다이어트를 할 때면 다른 일에 전혀 집중할 수가 없었습니다.
하루 종일 음식과 다이어트 생각이었죠.

그리고 늘 한계를 벗어나면 폭식이 터졌습니다.


다이어트 실패의 이유. 두 번째


이걸로 끝이 아닙니다.

특정 음식을 금지하면 오히려 그 음식에 대한 갈망을 증가시킨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심리 과학 저널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연구진이 참가자들에게 특정 음식을 완전히 금지시키자

그 음식에 대한 뇌의 보상 중추가 더 강하게 반응했습니다.

87% 참가자들이 금지된 음식에 대한 강박적 사고를 보고했어요.

마치 『 코끼리를 생각하지 마』 라는 책 제목처럼요.


다이어트 실패의 이유. 세 번째


무엇을 제한하고 통제하기 시작하자 뇌에서도 이상한 현상이 일어났습니다.

연구진이 발견하기를 음식 제한이 지속되면 뇌의 도파민 수용체조차 감소한다는 거죠.

쉽게 말해서 같은 양의 음식을 먹어도 만족감을 덜 느끼게 된다는 겁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더 많은 양의 음식을 먹게 되죠.

이는 마치 마약이나 알코올 중독과 유사한 내성 메커니즘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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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트 실패의 이유. 네 번째


심지어 이렇게 무언가를 제한하고 통제하게 되면 뇌는 엄청난 스트레스도 받습니다.

30% 이상 칼로리 제한 시, 코르티솔은 40% 상승합니다.

높은 코르티솔은 모두가 알다시피 지방과 직결되는 호르몬이죠.

칼로리나 음식 제한이 장기적으로 이어지면 심리적 스트레스가 누적되어 코르티솔 분비가 만성화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식욕 조절 호르몬인 렙틴이나 그렐린 등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 더 쉽게 폭식으로 이어질 수 있는 거죠.


물론 특정 다이어트법이 잘 맞아서 지속 가능하고 잘 유지하는 사람들 또한 있을 겁니다.

특히 고도비만 환자나 심각한 당뇨를 겪고 있다면 다이어트 신약까지 고려해 철저하게 식이 제한을 해야 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저처럼 대부분의 사람들,

비만 때문에 건강에 위협이 있는 것이 아닌 정상 체중을 오가고 의지력이 딱히 남다르지 않은 사람에게는

이런 통제 기반의 다이어트가 오히려 독이 될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소식법은,

그러니까 오래 씹고 천천히 먹는 방법은 뭐가 다른 걸까요?


소식, 누구나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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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법은 무언가를 통제하는 게 아닌, 행동을 변화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다이어트 법과 완전히 다릅니다.

그러니까 내가 소식할 수밖에 없는 환경 시스템을 내 몸에 만든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습관을 만들어 두면 의지력이 필요 없어요.

기존의 다이어트에서 끼니마다 무엇을 먹어야 할지 언제까지 먹어야 할지에 의지력을 사용했다면

천천히 먹고 오래 씹는 습관이 형성되면 그냥 생각할 필요도 없이

자동으로

무의식적으로

하게 되는 거죠.


찰스 드위그의 『 습관의 힘』이라는 책에 따르면

인간의 행동은 신호 > 행동 > 보상의 고리, 이 습관 루프를 통해 굳어진다고 합니다.

이를 제 몸에 적용해 볼게요.

저는 10년이 넘게 다이어트를 반복해 왔기 때문에 신호 체계가 망가져 있었습니다.

제 몸은 스트레스를 받거나, 우울할 때나, 심심할 때나

언제든 무언가 자극적인 걸 먹어 치우자는 신호를 시도 때도 없이 보냈습니다.

망가진 대사로 인한 시도 때도 없는 배고픔 신호, 그리고 이 신호로 인해서 과식, 폭식으로 이어졌고, 보상으로 즉각적인 도파민을 얻었죠.

물론 그 이후에 죄책감과 우울로 스트레스를 받아 이 악순환이 점점 더 심각해지고 더 빨라졌습니다.


그런데 소식법을 따라하기 시작하며 트리거 요인이 발생했을 때 행동을 바꿨어요.

먹고 싶으면 참지 않고 먹었어요.

언제든지, 무엇이든지 간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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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 천천히 오래 음미하며 타이머를 재고 먹었어요.


그랬더니 즉각적인 도파민이 아닌 장기적인 만족감을 가져다주는 이 포만감을 보상으로 받았죠.

스트레스도 없었어요. 오히려 스트레스가 풀렸죠.

이런 만족감 덕분에 4개월 가까이 이 행동을 지속할 수 있었던 거죠.

그렇게 선순환 시스템이 형성되었습니다.


『 아토믹 해빗』이라는 책을 보면 1% 작은 습관 변화가 결국 인생을 바꾼다고 말합니다.

폭식이나 특정 음식 섭취를 하지 말라고 억제하는 게 아닌

천천히 먹겠다는 이 작은 행동을 매 순간 시도함으로써 거부감 없이 장기적 실천을 하고

결국 다이어트에서 그 에너지와 의지력을 다른 중요한 곳에 쏟으면 인생을 완전히 바꿀 수 있게 되는 거예요.


게다가 스트레스 부분에서도 분명한 차이를 보입니다.

최신 연구 결과에서도 마인드풀 이팅 프로그램을 적용한 결과

폭식증 환자들이 자신의 식사 패턴과 감정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스트레스 상황에서의 과식을 줄이는데 긍정적인 변화를 보였다고 합니다.

무려 폭식 빈도가 50~60% 감소했다고 하죠.

일반인들이 마인드풀 이팅 프로그램을 시도한 결과

2주 후 2kg이 감량되었는데, 75%가 요요없이 감량된 체중을 유지했다고 합니다.

결국 이 소식법이 특정 음식, 또는 시간을 제한하는 다른 다이어트 법과 달리 음식과의 긍정적인 관계를 형성해 심리적으로 즐김의식의 개념이 이 습관으로 자리를 잡은 겁니다.


저는 4개월이 넘도록 이 소식법을 실천해 왔는데요.

앞서 말한 것처럼 저는 절대 꾸준한 성격이 아닙니다.

TCI 검사에서도 상위 7% '자극 추구형'이 나온 것만큼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이 뭐 하나를 끈질기에 하는 걸 본 적이 없다고 할 정도로 제게는 인내심이 없습니다.


그런데 제가 이 소식법을 지금까지 실천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물론 회사에서 잘리고 나서 천천히 먹을 여유가 생겼던 것도 분명히 맞지만

천천히 먹는 습관을 만드는 과정 자체가 충분히 만족스럽고 즐거웠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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