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 신약의 원리와 효과, 실제 후기와 부작용까지
눈을 뜨는 순간 뭔가 잘못됐다는 느낌이 들었다.
알람 시계를 탁 때려서 조용히 시켜 놓고 그대로 5분 동안 가만히 누워 있었다.
뭐가 잘못됐지?
오젬픽 투약을 시작하고 이틀째였다.
아주 약간 매스꺼운 느낌이 났지만, 심각한 정도는 아니었다.
문제의 정체를 깨닫는 데 시간이 좀 걸렸다.
원래는 잠에서 깨면 미친 듯이 배가 고파야 했다.
그런데 그날 아침은 전혀 배가 고프지 않았다.
식욕이 사라지고 없었다.
이 내용은 실제로 과체중이었던 베스트셀러 『매직필』의 작가 '요한 하리'가
오젬픽을 투여한 다음 날의 경험담입니다.
작가는 습관처럼 아침에 샌드위치를 먹으러 갔는데 마치 나무토막을 보는 느낌이었고
서너 번 베어 물었더니 그냥 배가 불렀다고 합니다.
심지어 이 상태에서 오후 2시까지 유지되어 전혀 배가 고프지 않았고, 습관처럼 점심을 먹으러
식당에 갔지만 원래 먹던 메뉴가 마치 바닷물을 마시는 양 엄청 짜게 느껴졌다고 해요.
저녁 7시에는 가장 좋아하던 식당에 갔는데 도저히 배가 고프지 않아 몇 입도 채 먹을 수가 없었다고 합니다.
하루 종일 거의 먹은 게 없었는데, 평소보다 배고프다는 느낌이 80%나 줄었다고 합니다.
작가는 오젬픽을 투여하고 6개월이 지나자 9.5kg이 빠졌고, 몇 달 후 아주 쉽게 7kg이 더 빠졌다고 합니다.
이렇게 마법처럼 식욕을 없애주는 다이어트 신약들.
여러분, 나비약 아세요?
저 또한 작가가 묘사한 느낌을 정확히 똑같이 받은 적이 있습니다.
15년간 다이어트와 요요를 반복하고 폭식증, 섭식 장애까지 겪고나서,
결국 병원에 찾아가 일명 나비약을 처방받은 적이 있는데요.
그때 바로 이 느낌을 똑같이 받았죠.
음식을 씹어도 맛있다라는 느낌이 전혀 없었어요.
마치 종이를 질겅질겅 씹는 느낌이었습니다.
저는 이 약을 2주 동안 복용했는데, 2주간 거의 아무것도 안 먹은거나 다름이 없어서
7~8kg가 넘게 빠졌던 기억이 있습니다.
뭐, 당연히 약을 중단하자마자 마치 폭발하듯, 잠겨있던 식욕이 터져버려
요요를 넘어서 살이 더 쪄버린 경험이 있습니다.
오늘은 '요한 하리' 작가와 저의 실제 다이어트 약 경험담을 바탕으로
다이어트 신약은 기존의 식욕 억제와 뭐가 다른지?
그리고 부작용은 없는지?
그리고 이런 다이어트 약이 없이도 거의 똑같은 효과로 자연스레 식욕이 사라지는 방법까지 알아볼게요.
일명 '나비약'에 대한 『SBS 그것이 알고싶다』의 탐사 보도는 많은 사람에게 충격을 주었습니다.
이 식욕 억제제를 복용한 사람들이 환각, 환청, 이상 행동을 경험한다는 것인데요.
불행히도 이런 부작용은 '펜터민'이라는 식욕 억제제가 작동하는 방식으로 인해 생기는 것이라고 합니다.
'펜터민'은 중추신경 흥분제로 마약류로 분류되며,
쉽게 말해 사자나 호랑이 같은 맹수를 앞에 두고 있을 때와 비슷한 반응을 일으키는 원리로 작동됩니다.
맹수를 피해 얼른 도망가야 되는데 식욕이 느껴질 수가 없겠죠.
혈압이 올라가고 맥박이랑 호흡은 빨라지고 근육으로 공급되는 혈액의 양이 늘어납니다.
특히 과체중이나 비만으로 건강이 좋지 않은 사람들은
이런 흥분제로 인해 고혈압, 가슴 두근거림과 같은 부작용을 겪을 수 있다고 합니다.
3개월 이상 복용은 금지되며, 만약 복용 시 폐동맥 고혈압의 위험이 최대 23배까지 증가할 수 있으며
복용자의 30% 가까이 갈증, 불면, 불안, 과민 증상을 얻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이 나비약과 최근 나오는 다이어트 신약은 뭐가 다른 걸까요?
일명 마약성으로 분류되는 기존 약과는 달리 다이어트 신약들은 과연 안전은 한걸까요?
그리고 약을 중단해도 요요는 없는걸까요?
일명 게임 체인저라고 불리는 다이어트 신약은 인체에 작용하는 방식에서부터 기존의 억제제와는 다릅니다.
사실 이 신약들은 처음엔 당뇨병을 치료하는 목적으로 만들어졌었죠.
그렇기 때문에 당뇨병의 핵심 호르몬인 인슐린과 아주 연관이 깊습니다.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았던 장 호르몬 중 하나인 GLP-1을 발견한 건 캐나다 연구원이었던 '드러커'입니다.
드러커는 우연히 인슐린을 생산하는 세포에 GLP-1을 섞어 두게 됩니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죠.
GLP-1이 인슐린 생성을 자극했던 것입니다.
드러커는 즉각적으로 당뇨병을 떠올리곤 GRP-1을 쥐의 장에 주입했습니다.
거기서도 인슐린 생성이 늘어났죠.
그리고 또 다른 연구원이었던 '와일딩'은 GLP-1을 쥐에게 주사해 보았는데, 식욕의 극적인 변화를 보았죠.
인슐린과 혈당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포만감 증진,
그러니까' 충분히 먹었어', '이제 배불러'라는 느낌을 준다는 것을 알아낸거죠.
GLP-1 수용체가 자극되면 위에서 장으로 음식이 더 느리게 인도합니다.
음식이 위에 더 오래 머무르는만큼 포만감은 더 오래 지속되고
영양분이 서서히 흡수되니까 혈당도 덜 요동치죠.
뇌는 포만감을 더 오래 느끼게 되고, 식욕이 줄어들어 적게 먹어도 배부른 상태를 유지하기가 쉬워집니다.
이로 인해 복용자는 결국 소식을 하게 되고 체중이 줄어들게 되죠.
그런데 문제가 하나 있었습니다.
이 GLP-1을 주사하면 즉시 식욕이 사라졌지만, 그냥 몸속에서 빨리 분해되어 버린 거죠.
사람의 기준으로 덜 먹으려면 이 GLP-1 주사를 하루에 세 번씩 맞아야 했습니다.
그런데 드러커 팀이 GLP-1과 유사하면서 몸에선 훨씬 더 오래 높은 상태로 유지되는
이 유사체를 도마뱀 독에서 발견하게 됩니다.
과학자들은 이 유사체를 개선해 몸속에서 무려 일주일은 버티고 분해되도록 만들었고
이렇게 게임 체인저인 다이어트 신약들이 탄생하게 됩니다.
연구진들은 곧바로 비만인들에게 실험을 했고, 그 효과는 엄청났죠.
무려 25~30kg까지 체중이 감량된 사람이 있었으며, 이는 임상 실험에서는 사상 최초의 수치였습니다.
심지어 이 약은 환자의 생각까지 바꿔 놓았는데요.
예전의 다이어트 약 임상 실험에 참여한 사람들은 음식을 집착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신약을 투여하면 이렇게들 얘기했다고 해요.
'제가 그토록 갈망하고 좋아했던 것들인데 더이상 음식에 관심이 가지 않아요'
'이전처럼 음식 생각이 생각나지 않아요'
실제로 fMRI 연구에서도 GLP-1 유사체는 식욕 조절과 관련된 뇌 영역의 활성화를 감소시켰으며
특히 고칼로리 음식에 대한 보상 센터의 반응이 현저히 줄어들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완벽해 보이는 다이어트 신약의 부작용은 어떨까요?
우리 인체에 원래 있던 포만감 호르몬의 유사체이니 부작용 따위는 없는 걸까요?
요한 하리 작가는 오젬픽을 복용한 뒤 건강도 좋아지고 자존감까지 올라갔습니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에게는 여전히 추천하고 싶지는 않았다고 합니다.
왜 그럴까요?
곰곰히 생각해 보니 처음에는 대수럽지 않았던 메스꺼움이 아무 때나 밀려와서
마치 망망대해에서 폭풍을 만난듯한 기분이 들었다고 해요.
그것 말고도 종종 밤에 잠을 이루지 못했는데, 이는 바로 멈추지 않는 트름 때문이었다고 해요,
심할 때는 신물이 막 올라오면서 토할 것 같았고, 없던 변비까지 생겼다고 하죠.
그리고 가장 심했던 부작용은 심박수가 올라가는 것이었다고 하는데요.
릴렉스하게 책을 읽거나 침대에 누워있어도 심장이 막 뛰는게 느껴지고 올라간 심박수만큼
정말로 불안을 느끼기 시작한 거죠.
실제로 다이어트 신약 투약자의 5~10%는 부작용이 너무 심해서 사용을 포기한다고 합니다.
삭센다를 맞은 한 여성은 약 복용 중 위경련과 구토감이 지속적으로 왔으며,
심지어 어느 날은 위경련으로 바닥을 데굴데굴 구를만큼 심해 동료가 집까지 차로 데려다 주었다고 해요.
마치 외계인이 뱃속에 들어가서 모든 걸 찢어 없애는 느낌이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임상 실험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느 정도의 매스꺼움도 느끼고 이런 부작용도 느끼긴 하지만
또 이런 부작용이 금방 지나가고 몸이 익숙해지면서 최소한 참을 만한 수준으로는 약해졌다고 하는데요.
하지만 사실 가장 큰 부작용은 바로 이것입니다.
약을 끊으면 절반 이상이 1년 만에 체중이 다시 돌아온다는 것이죠.
그러니까 계속 날씬하고 아름다우려면 이 약을 영원히 투여해야 한다는 거죠.
저는 이 부분에서 최근 봤던 영화 '서브스턴스'가 생각나더라고요.
본인의 가장 젊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살 수 있는 약을 투약하면
일주일은 베스트 버전의 나, 일주일은 원래 나로 살게 됩니다.
그래도 남은 인생의 절반을 가장 아름답고 젊은 베스트 버전의 나로 살 수 있다니 당연히 혹하지 않나요?
그런데 여기서 무서운 점은 항정신성 마약이 아니더라도 이런 약에 중독된다는 것입니다.
약에 의존해, 약 없이는 살 수 없게 된다는 거죠.
결국 영화의 클라이맥스에서는 주인공이 젊고 아름다운 모습을 더 오래 유지하기 위해
본래의 자신을 희생 시키면서까지 젊음과 아름다움을 끌어다 쓰게 됩니다.
만약 위고비나 다이어트 신약을 중단해서 우리가 원래의 살찐 모습으로 곧바로 돌아온다면
우리는 이 모습을 견딜 수 있을까요?
갑자기 안 느껴지던 식욕이 터져버린다면 내 몸과 호르몬 작용에 거부감이 느껴지진 않을까요?
도로 살이 찐 나 자신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오히려 절망하게 될 것 같습니다.
우리는 어쩌다 이렇게 음식 지옥에 갇혀서 날씬한, 아니 심지어 뼈마른 외모를 찬양하면
다이어트 약까지 의존하게 된 것일까요?
매직필에서도 이러한 약의 정신적인 사회적 부작용들을 이야기합니다.
실제로 작가가 오젬픽을 시작한지 8개월이 지난 때쯤, 건강한 정상 체중인 어린 조카 '에린'이 작가의 모습을 보고는 자신도 오젬픽을 써 봐야겠다고 진지하게 말했다고 하죠.
할리우드에서는 다이어트 신약을 비만이 아닌
날씬한 사람이 식욕을 그냥 완전히 끊어내기 위한 용도로 사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마른 몸매를 찬양하는 뒤틀린 기저 의식과
음식에 대한 생각 자체를 끊어내는 다이어트 약이 공존하며
우리 사회는 거식증 환자까지 이 약을 복용하게 되는 그런 악순환을 겪고 있습니다.
심지어 부작용도 없고 돈도 거의 들지 않으면, 오히려 먹는게 즐거워진다면요?
저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식욕 억제제까지 처방받을 정도로 외모에 대한 집착이 심각했습니다.
나이가 들고 이런 강박이 어느 정도 사라졌음에도 15년간 반복된 다이어트와 폭식증으로 인해
불과 몇 개월 전까지만 해도 주기적으로 섭식 장애까지 겪었습니다.
평생 제 소원은 쯔양이나 히밥처럼 많이 먹어도 살찌지 않는 몸이 되는 것이었죠.
그런 제가 10개월 전부터 식사 때마다 꼭꼭 앱으로 타이머를 켜고 천천히 온전히 식사를 해 보았는데요.
저는 제가 많이 먹는 걸 좋아하는게 아니라 그냥 기나긴 다이어트의 부작용으로 인해
음식에 집착하게 되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러니까 폭식과 절식을 반복하며 제 몸과 뇌는 음식이 집착할 수밖에 없는 상태로 바뀌었던 것이죠.
그런데 고작 몇 개월 동안 오래 씹고 천천히 먹는 습관을 만들면서
자연스레 음식과의 관계가 정상으로 돌아왔고 식욕 호르몬과 대사도 정상으로 돌아왔죠.
심지어 이제는 먹는게 좀 귀찮아졌습니다.
자연스레의 체중도 감량되는게 느껴졌죠.
사실 이건 매우 과학적인 현상인데요.
우리가 지금까지 알아본 GLP-1을 약 없이 분비하는 방법이 바로 오래 씹고 천천히 먹는 행위이기 때문이죠.
실제로 연구 결과 GLP-1 호르몬은 오래 씹으면 씹으면 씹을수록
그리고 천천히 먹어서 식사를 시작한 후 20~30분이 지나서야 최고 농도에 이른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GLP-1 주사를 하루에 세 번씩 맞거나, 유사체 호르몬 100만 원 상당을 맞지 않더라도
그러니까, 약에 의존하지 않더라도 똑같은 효과를 천천히 먹는 것만으로도 누릴 수 있다는 거죠.
사실 이건 마치 다이어트 약을 복용한 것처럼, 진짜 조금밖에 먹지 못하는 소식좌를 보면 알 수 있죠.
연예인 박소현, 산다라박, 아이유, 장원영 등 엄청 오래 씹고 천천히 먹는 소식좌로 매우 유명하죠.
게다가 이렇게 천천히 온전히 식사에 집중하게 되면 식욕 억제제의 효능처럼
교감 신경을 활성화하는 것이 아닌 부교감 신경을 활성화해 마음이 릴렉스하고 편안해지죠.
식사 시간에 음식으로 죄책감과 불안감을 느끼는 게 아니라 편안하고 느긋한 휴식 시간으로 바뀌는 거죠.
실제로 연구에서도 6개월 동안 주 1회, 90분씩 마인드풀 이팅 세션에 참여한 그룹은
일반 표준 체중 관리 프로그램만 실시한 대조군에 비해 평균 3~4kg 더 많은 체중 감량을 보였으며,
1년 후에도 체중 증가율이 약 40% 낮았다고 합니다.
물론 저처럼 극단적인 다이어트를 오래 반복해 온 사람일수록 호르몬과 대사가 이미 기아 체제로
망가져 있을 확률이 높기 때문에 이런 습관을 만드는 초반에는 계속 폭식 충동과 식욕이 조절이 안 되는
경험을 느낄 확률이 높습니다.
하지만 결국 다이어트를 그만두고 음식을 제한하지 않고 온전히 먹는 습관을 들이다 보면
'내가 생각보다 먹는 걸 좋아하는게 아니구나'
'그냥 다이어트 때문에 음식에 집착하게 됐던 거구나'
'결국 다이어트는 의지와 노력으로 하는게 아니라 습관으로 자연스레 가능한 거구나'
하는 생각을 자연스레 떠올리시게 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