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본가에 갔다. 식사 타이밍을 놓쳐 혼자 조금 늦게 식탁에 앉았는데 엄마가 언니에게 혜은이 계란 하나 구워 주라는 미션을 주었다. 그다지 계란후라이가 당기지도 않았고, 그간의 경험 상 언니는 계란을 깨기만 하고 내가 마무리해야 할 게 뻔했기 때문에 필요 없다고 거절했다. 그런데 웬일로 언니가 꼭 본인이 구워주겠다며 나섰다. 에휴 난 모르겠다, 하고 앉아 밥을 먹고 있는데 몇 분 뒤, 멀쩡한 계란후라이가 나왔다. 언니가 계란후라이를 구워줬다. 30년 만에 처음으로.
노릇하게 구워진 계란을 보며 잠시 멍하게 있었다. 우와. 계란후라이네. 우리 언니 혼자 살아도 굶지는 않겠네. 햇반 채워주면 간장계란밥은 해 먹겠네.
언니의 속도대로 배워가는구나. 시간이 한참 걸렸지만 자라는구나. 엄마랑 할머니가 이걸 몇 번이나 알려줬을까. 얼마나 많은 인내의 순간들을 겪어왔을까. 내가 혼자 나와 살면서 가족들의 생활을 잊은 사이, 그러면서도 막연히 언니와의 미래를 두려워하는 사이에 엄마는 언니의 미래를 준비하고 있었다. 언니를 위해, 그리고 나와 동생을 위해. 그 마음을 다 짐작할 수가 없어서 약간 맹맹해진 코끝을 한번 찡그렸다. 계란후라이는 아주 고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