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웹툰 '집이 없어'를 보며 생각나는 아이들이 있었다. 학교에서 떠나보낸 아이들. 학교에 두고 온 아이들. 휘청이는 세상에서 자란 아이들. 몸은 다 컸어도 네 살배기에 머물러 있는 아이들. 나도 그들에게 그다지 좋은 어른이 되지 못했다는 생각에 쉽사리 잠이 오지 않았다. 하지만 부모가 아이의 온 세상일 때 내가 뭘 더 어떻게 할 수 있었을까 싶기도 하고.
'조금 불편해도 나랑 노니까 좋지'를 쓴 김나무 작가님(@bomulhamm)의 글. '가족을 사랑하지만 사랑하고 싶지 않은 마음'. '엄마가 되어서 어떤 일을 망칠 순 없다. 아이만 낳지 않는다면 다른 건 조금씩 망쳐도 견딜 수 있다.' 아이를 가지려는 생각이 없었다면 덮어놓고 살아도 되었을 감정들을 펼쳐보느라 가족에 대한 글을 쓰며 펑펑 울었다는 작가님의 한 문장 한 문장이 가슴에 꽂혔다.
강렬한 두 가지 콘텐츠를 연달아 접한 밤, 왠지 동생 생각이 났다. 남동생의 어린 시절은 어땠을까? 나는 도무지 살가운 누나가 아니었고 기숙사 생활과 대학 진학으로 그 아이의 중학생 시절부터는 거의 떨어져 살다시피 했다. 안 멀쩡한 누나는 말을 너무 많이 하고, 멀쩡한 누나는 말을 너무 안 하는 집에서 넉살 좋고 살가운 막내아들로 자란 아이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문득 궁금해졌다가 그걸 물어보기 시작하는 순간 들이닥칠 감정들을 감당할 자신이 없어서 덮어두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