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루살렘: 감람산 워킹투어
이스라엘엘 배낭여행, 제 3일차! 이번 여행을 불자 엄마는 '모녀 여행'이라 칭하고, 딸인 나는 예수님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성지순례'라 일컫는다. 그렇다. 우리는 마음은 따로 몸은 또 같이 하는 목적의 여행을 하고 있다.
'아브라함 호스텔 예루살렘'의 조식당은 각자의 여행지로 떠나기 전 시장기를 해결하기 위해 오늘도 붐빈다. 식당 한켠에 자리한 커피머신, 버튼 하나로 또르르 추출되어 식당을 가득채우는 커피향, 두툼하게 썰린 바게트빵, 이스라엘의 신선한 토마토, 올리브, 오이, 그리고 치즈....
이 모든 것이 숙박비에 포함되어 있으니 어찌 이 호스텔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으랴!?
커피에 우유를 넣어 카페라떼를 만들어 한 모금. 오늘의 성지순례 일정을 짜보자.
흔히 생각한 것처럼 예루살렘은 서울처럼 평지에 위치한 도시가 아니다.
도시 자체가 산과 언덕 위에 자리잡고 있어 천혜의 요새같다. 풀보다는 먼지 흙이 더 많이 보이는 흙빛 도시다.
이에 오늘은 구시가지의 맞은편에 있는 '감람산 Mount of Olives '으로 가보고자 한다.
성경책에 단골처럼 등장하는 이 산은 해발 830미터로 예루살렘에서 가장 높은 곳이다. 산에서 내려오는 길을 따라 예수님의 발자취가 깃든 곳을 기념하기 위해 교회가 세워져있다. 일흔 노모의 체력을 아끼기 위하 산정상까지 버스를 타고 가 거꾸로 내려오는 '감람산 워킹코스'로 잡아본다. 어머니, 오늘 잘 걸을 수 있으시겠죠?!
*승천 교회 Chapel of the Ascension,
하늘로 올리우시다
[눅24:50-53, 개역한글]
"예수께서 저희를 데리고 베다니 앞까지 나가사 손을 들어 저희에게 축복하시더니
축복하실 때에 저희를 떠나 [하늘로 올리우]시니
저희가 [그에게 경배하고] 큰 기쁨으로 예루살렘에 돌아가
늘 성전에 있어 하나님을 찬송하니라"
예수님이 부활 승천하셨다는 감람산 꼭대기에는 예수님이 승천하신 자리라고 하는 '승천교회'가 있다. 이곳은 387년 '포메니아'라는 신앙싶 깊은 귀족 부인에 의해 예수님께서 승천하신 장소를를 기념해 세워진 교회다. 그 후 614년, 이슬람의 침략으로 승천교회는 파괴되었고 680년에 이후 다시 교회가 건축되면서 예수님의 승천을 볼 수 있도록 지붕 없는 팔각형의 교회가 되었다. AD1152년 십자군에 의해 소유가 바뀌었다. 그리고 또 다시 1187년 이후 다시 무너진 교회는 무슬림의 소유가 되었다. 재건 당시 무슬림은 메카를 향하는 미흐라브를 추가하여 모스크로 만들어버려 이때부터 예수님의 승천하신 하늘을 볼 수 있도록 오픈된 지붕은 막히게 되었다.
교회 앞마당에 들어서면 덩그러니 작은 팔각형 교회 안은 한 무슬림 청년이 지키고 있다. 우리를 보자 청년은 교회 안을 보려면 입장료를 지불해야 한다고 단호히 말했다. 예수님 승천한 유적지의 입장료를 무슬림 관리인에게 내야한다니 왠지 아이러니하지만, 그 안에는 바닥에 예수님 승천하실 때 밟았던 '예수의 발자국'이라고 전해지는 바위를 보려면 방도가 없다.
부활 후, 성령으로 오신 예수님께서 다시 하늘로 올라가기 전 바위를 밟으시느라 움푹 패여있다는 그 바위는 작지만 잔잔한 감동을 주었다.
교회에 오직 그거 하나만 볼거리가 있어 둘러보는데 10분도 걸리지 않아 왠지 나오기가 아쉬웠던 교회. 모녀는 다정하게 어깨를 두르고 둘만의 단체컷을 찍고 나왔다.
주기도문
[마6:9-13, 개역한글]
"그러므로 너희는 이렇게 기도하라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여 이름이 거룩히 여김을 받으시오며
나라이 임하옵시며 뜻이 하늘에서 이룬 것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이다
오늘날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옵시고
우리가 우리에게 죄 지은 자를 사하여 준것 같이 우리 죄를 사하여 주옵시고
우리를 시험에 들게 하지 마옵시고 다만 악에서 구하옵소서
(나라와 권세와 영광이 아버지께 영원히 있사옵나이다 아멘)"
승천교회에서 조금만 내려가다보면 (배낭여행에선 사람들이 내려가는 곳을 따라가는 것이 언제나 '정답'이다.) , 주기도문 교회가 나온다. 4세기 콘스탄티누스 황제의 어머니 헬레나 황후는 주기도문을 기념하여 이곳에 교회를 세웠다. 특히 이 곳에는 세계 각국과 각 부족의 언어로 기록된 주기도문이 있어 이색적이다. 현재 145개국여개 나라의 언어로 된 주기도문이 교회 벽면에 전시되어 있다. 특히 한국어로 된 주기도문이 개신교 새번역판과 카톨릭 공동번역판 2가지로 전시되어 있는데, 그것을 찾는 재미가 꽤나 쏠쏠하다. 예루살렘에서 한글로 된 주기도문을 찾으니 이국땅에서 반세기만에 내 나라 내 동포를 만난 것처럼 반갑다.
당시 예수님께서는 종종 사람들에게서 벗어나 홀로 동굴에서 조용히 기도하셨다 한다. 그 때 제자들이 찾아와 기도하는 것을 가르쳐달라 요청했고, 예수님이 제자들에게 가르쳐주신 것이 바로 우리가 아직까지도 암송하는 그 유명한 "주기도문"이다. 교회 지하에는 동굴이 하나 있는데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기도를 가르쳐주신 동굴이었다고. 알고 나면 평범한 동굴도 성령의 감동이 번지듯 위대하게 느껴진다. 동굴 안에 서 있노라니,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주기도문을 가르쳐 주었던 시절로 돌아간 듯 경건해져 두 손을 모으고 한동안 서 있었다.
*감람산 정상
정처없이 내려오다보니 감람산 전망대에 다다랐다. 이곳에서는 예루살렘 구시가지가 내려다 보인다. 예루살렘은 흔히 기독교 성지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유대교의 중심이자 이슬람 3대 성지 중 한 곳이기도 하다. 예루살렘은 '평화의 도시'라는 뜻으로 산악지대 중심에 있는 해발 760미터의 고도의 도시다.
예루살렘의 올드시티(구시가지)만 해도 1)이슬람 2)기독교 3)유대인 4)아르메니아 정교도인의 4가지 구역으로 나눠 관리 중이다. 그 누구도 이 성스러운 도시를 양보하기 어려운 모양이다.
멀리서 보면 하나의 Holy city인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종교에 따라 각 구역으로 나뉘어 관리 중이다. 인간사 갑자기 씁쓸하다.
*눈물 교회 Dominus Flevit Church
예수께서 예루살렘 성전을 보고 우시다
[눅19:41-44, 개역한글]
"가까이 오사 성을 보시고 우시며 가라사대
오늘날 평화에 관한 일을 알았더면 좋을 뻔하였거니와 지금 네 눈에 숨기웠도다
날이 이를찌라 네 원수들이 토성을 쌓고 너를 둘러 사면으로 가두고
또 너와 및 그 가운데 있는 네 자식들을 땅에 메어치며 돌 하나도 돌 위에 남기지 아니하리니
이는 권고 받는 날을 네가 알지 못함을 인함이니라 하시니라"
예루살렘을 향해 눈물 흘리신 예수님의 눈물을 형상화해 만들었다는 '눈물교회' . 겟세마네로 내려오는 비탈길 중간에 있다. 눈물교회는 라틴어로 'Dominus Flevit'라 하며 "주께서 눈물을 흘리셨다"라는 의미라고. 성경 말씀이 이루어지기라도 한 듯, 로마군대가 예루살렘을 점령할때 예루살렘을 에워싸 포위하고 성전을 파괴하는 일이 실제로 벌어졌다.
교회 지붕의 4각면에는 '예수님의 눈물'을 상징하는 항아리 모양의 장식이 있다. 당시 유대인들은 사랑하는 가족이 죽으면 가족들의 눈물을 모아 항아리에 넣었다고 한다. 눈물 항아리로 장식한 교회를 들어가자니 울컥한 마음이 들었다.
교회 마다에 있는 싯딤나무(아카시아 나무)가 흐드러지게 펴 있어 감탄이 절로 자아낸다. 아카시아 나무의 가시는 예수님이 쓰셨던 가시 면류관을 연상케 한다. 이 나무는 예루살렘에서 가장 흔한 나무 중 하나란다. 감람산 비탈길에 서 있는 아카시아나무 동산은 예수님의 고난과 함께 하는 것 같다.
*마리아의 무덤 Tomb of the Virgin
예수님의 어머니이신 마리아의 무덤으로 추정된 지하 무덤 위에 지은 교회. 한 무리의 카톨릭 신자들이 성지순례를 왔는지 신부님과 함께 현장 미사를 보며 경건하게 찬양을 드린다. 한명 한명 부르는 노래 소리가 지하 곳곳에 비치된 촛대와 천장에 부딪쳐 흩어지며 한층 더 성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이곳에서는 평범한 성도들의 찬양도 거룩한 미사로 변신시키는 힘이 있다. 그래서 '거룩한 땅 Holy land'인가보다.
*겟세마네 교회(만국 교회) Sanctuary of the Agony of Jesus Christ, Basilica of Gethsemane
겟세마네에서 기도하시다
[마26:36-39, 개역한글]
" 이에 예수께서 제자들과 함께 겟세마네라 하는 곳에 이르러 제자들에게 이르시되
내가 저기 가서 기도할 동안에 너희는 여기 앉아 있으라 하시고
베드로와 세베대의 두 아들을 데리고 가실쌔 고민하고 슬퍼하사
이에 말씀하시되 내 마음이 심히 고민하여 죽게 되었으니
너희는 여기 머물러 나와 함께 깨어 있으라 하시고
조금 나아가사 얼굴을 땅에 대시고 엎드려 기도하여 가라사대 내 아버지여 만일 할만하시거든 이 잔을 내게서 지나가게 하옵소서 그러나 나의 원대로 마옵시고 아버지의 원대로 하옵소서 하시고"
겟세마네 옆에 있기 때문에 '고통의 교회'라고도 불리는 만국 교회에 도착했다. 이 교회를 지을때 부지를 살수 있도록 헌금한 12개국을 기념하기 위해 '만국교회'라고 한다. 이 교회는 예수님께서 기도하시던 겟세마네 바위 위에 지어졌다. 예수님은 제자들과 함께 겟세마네 동산에 와서 기도할 동안 함께 깨어있어달라하시고 밤새 동산에서 기도하셨다. 그러나 제자들은 예수님이 기도할 동안 잠들어버렸다. 예수님께서는 "너희가 나와 함께 한 시간도 깨어있을수 없더냐?"라 하시며 십자가 사역을 할 시기가 오고 있음을 말씀하셨다. 예수님께서 겟세마네 바위 위에서 기도하실 때 느끼셨던 고통을 얘기해주듯, 교회 안에는 예수님께서 겟세마네에서 기도하시는 그림과 함께 큰 바위가 중앙에 자리잡고 있다.
전세계에서 온 많은 이들이 바위 위에 손 한번이라도 대보는 것이 소원인 것처럼, 줄지어 주님의 흔적을 느끼려 하고 있다. 나도 그들을 따라 무릎 꿇고 바위에 손을 대고 기도했다. 멀리서 엄마가 내 모습을 사진으로 찰칵 찍어 남겨주셨다. 엄마 고맙습니다! (그런데 좀 예쁘게 찍어주심 더 감사하겠습니다)
산 하나를 구비구비 내려왔는데, 예수님 발자취마다 거룩한 교회가 세워져 있다. 그걸 다 보고 오자니 하루가 훌쩍 갔다.
아브라함 호스텔로 컴백해 나는 오늘도 당뇨식을 저녁으로 준비한다.
한국에서 가져온 백숙과 밑반찬들. 오늘의 피로를 풀기엔 딱이다. 주무시기 전, 찜질 매트 on!
어머니, 오늘도 구경하느라 고생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