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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레이스킴 Dec 15. 2023

일흔노모와 이스라엘 성지순례 배낭여행 다녀왔습니다 #4

원데이투어: 마사다, 엔게디 & 사해 투어, 마차네 예후다 마켓

예루살렘에 온지 어느덧 4일째, 이 동네가 익숙해지고 있다.

예루살렘 거리에선 키가 각기다른 아이들 4-5명 같은 옷을 입어 누가봐도 한가족으로 보이는 가족들이 무리지어 한데로 우르르 다니는 것은 더 이상 이색적인 풍경이 아니다. 예루살렘 시를 둘어본 우리는 오늘은 이스라엘 지방을 보기로 했다. 

아브라함 호스텔의 좋은 점은, 다양한 여행 패키지 투어를 갖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집합 장소가 우리 호스텔의 바로 앞이어서 오전에 따로 뭘 타고 가서 기다릴 필요가 없다. 이에 한국에서 꼼꼼히 홈페이지를 검색해 보고, 나에게 맞는 투어를 검색해 예약을 했다. 이스라엘에 오면 사해를 한번 봐야겠고... 마사다? 사막인것 같은데 여기도 봐야지. 엄마를 모시고 이스라엘 지방을 돌긴 어려워 교통편 등이 편리하게 어렌지 되어 있는 원데이 투어를 하기로 한다. (인당 280세켈, 7시30분 출발- 오후 4시 예루살렘 도착)




엔게디 국립공원 Ein Ged Nature Reserve, 사막의 오아시스
"다윗이 사울왕을 피해 도망해오다 만난 오아시스"

버스가 예루살렘을 벗어나자마자 다시 한번 깨달았다. 이곳은 대부분이 황량한 황무지와 돌산이라는 것을. '광야'라는 표현을 실물로 보자니 그곳에서 살아남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깨닫게 된다. 성경에 자주 나오는 길잃은 양은 자신을 인도해주는 목자가 없이는 살 수 없다 했는데, 풀 한포기 없는 돌산에서 물도 없이 버틸 수 없는 환경이라는 게 딱 맞다. 

주말 붐비는 것을 고려해 엔게디 국립공원에 먼저 도착했다. 높은 바위 계곡 사이에 작은 구멍들이 보인다. 그 굴속에 들어가 다윗은 자신을 쫒는 사울왕의 무리를 피해다녔다.  한켠에 작은 폭포를 통해 계곡물이 '졸졸졸' 소리를 내며 흐른다. 사막과 광야를 뚫고 엔게디의 오아시를 만난 다윗과 그 일행들은 얼마나 반가웠을까?!자신을 쫒는 사울왕의 무리를 피해 만난 오아시스는 꿀처럼 달콤한 생명의 약속이었을게다. 

엄마는 산에 오를 자신이 없다며 국립공원 입구 벤치에 앉아 경치를 즐기셨다. 

우리 인생에서 이스라엘 사막의 오아시스에 앉아 쉴쉴 줄은 꿈에도 몰랐다. 

다윗이 사울을 피해 도망다녔을 광야는 우리의 상상과는 달랐다, 저 굴속에서 은신한채 주님께 기도한 구절이 시편이다. "엔게디 공원"에 위치한 오아시스 안 폭포 소리가 귓가에 정겹다



마사다 Masada (히브리어로 '요새')
로마군대에 저항하기 위한 960명 유대인의 항전지

국립공원 입구에서 정상까지 올라가는데는 2가지 방법이 있다. 케이블카를 타거나, 한시간정도 구불구불 이어진 뱀의 길 snake path를 따라 올라오는 것. 일흔 노모를 모시고 간 나의 선택은 당연히 케이블카였다. 케이블카를 타면 우측 저 멀리엔 '사해'가 보인다. 


마사다 요새를 도보로 올라오기 위한 뱀의 길 Snake Path

사실 마사다 요새는 뭐하는데인지 잘 모르고 갔다. 정상에 도착해 안내문을 읽으니 실로 마음이 숙연해지는 곳이 아닐수 없다. 넓게 펼쳐진 유적지, 그 안에는 헤롯왕이 건설한 북쪽 궁전(요새 겸 별장), 회당, 공중목욕탕, 물저장고 등이 있다. 기원전 63세기부터 유대인은 로마인의 지배를 받았다. (우리나라 해방전, 일제치하를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이에 유대인들은 로마의 압제에 대항하기 위해 크고 작은 소요를 일으켰다. 이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제 1차 유대-로마 전쟁(The 1st Jewish-Roman War)'이다. 

66년 가이샤라 지방에서 발발한 항쟁은 유대 전역으로 퍼져나갔고 네로 황제는 베스파시안 장군을 유대에 급파했는데 그 와중 네로 황제가 죽게 되어 갑작스 로마 황제가 된 베스파시안은 아들 티투스를 유대에 파견해 70년에 예루살렘을 점령해 항쟁을 무력화시키고자 했다. 예루살렘이 로마군에 의해 포위당했을 때 열심당원이었던 시카리는 가독들과 마사다로 이주해와 기존 세력과 합류하게 된다. 72년 로마군은 유대인의 마지막 반란군이 지키고 있는 '마사다'로 진격해 온다. 높은 산 정상에 위치한 천혜의 요새인 마사다는 나무 그늘 하나, 풀 한포기 없는 사막 한가운데 위치해 있다. 여름이면 40도가 넘는 더위 속에서 960여명의 유대인은 4년간 이 요새 안에서 버텼다. 로마군대는 이들을 항복시키기 위해 요새를 360도로 둘러싸고 군수물자나 물품을 차단했다. 그러나 헤롯은 이미 마사다 요새 안에 물저장고 및 음식 저장고 등을 마련해 놓았고 만오천명의 로마군단은 4년 동안 유대인항쟁을 진압하지 못한채 요새 밖에서 전전긍긍 지냈다고 한다. 


엄마가 매우 좋아하신 마사다 요새, 이곳에서 항쟁하던 960명의 외침이 남아있는듯 엄마는 마음이 슬프다고.
마사다 요새에서 내려다 본 '사해 바다' Dead Sea
마사다 요새 구석구석을 돌아보는 모녀, 그림자 컷 찰칵!

로마인의 지배를 받지 않겠다고, 절대 그들의 노예가 되지않고 '하나님의 종'으로 살겠다 선언한 유대인들이 목숨 걸고 끝까지 항쟁했다. 마사다 요새의의 아직도 남아 있는 벽들과 건물 사이로 그 각오가 새어나오는 듯 하다. 결국 로마군의 압박을 이기지 못한 그들은 남아있는 물자를 모두 버리고 스스로 목숨을 끊기로 한다. 유대인의 자살은 율법으로 금해져있기 때문에 각 집안의 가장들은 항아리를 깨뜨려 그 파편에 가족의 이름을 쓰고 순서대로 가족들을 죽였다. 그리고, 회당에 모여 서로를 죽여주고 마지막 남은 한사람만이 스스로의 목숨을 끊어버렸다 한다. 로마의 종이 되느니, 하나님의 종으로 남기 위해 극단의 선택을 한 960여명의 유대인의 결의가 곳곳에 베어있다.  아직도 로마군이 마사다 요새를 포위한 비탈길과 담이 남아 있다.



성치 않은 다리로 열심히 요새 여기저리를 둘러보는 일흔의 어머니, 하나님의 종이 되기 위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유대인들의 마음을 느껴지시나요?



사해 Dead Sea
이집트의 클레오파트라도 사랑했던 신비한 소금바다

사실, 사해는 바다가 아니다. 이스라엘 내륙 가운데 위치해 있는 호수?의 개념이다. 그런데 염도가 30%나 되어 몸이 저절로 뜨게 만드는 신비한 소금바다다. 일반 바다의 열배가 넘는 염도를 지녀 당연히 생명체는 살기 힘들다. 아주 오래 전 지각변동이 일어날때 지중해 바닷물이 이곳으로 흘러들어와 지금의 사해가 되었다 한다. 해수면 높이는 -420도, 성경 소돔과 고모라로 추정되는 Numeira라는 곳의 옆에 있다. 성경 속 소돔과 고모라는 풍요의 상징이다. 소돔과 고모라에 살던 유대인들은 하나님을 점점 잊어버리고 세상의 환락과 즐거움을 섬겼다. 황량한 광야, 비록 마실수 없지만 야자수가 즐비했던 사해 바닷가, 그리고 오아시스... 누메이라 지역에 가면 그 번창했던 도시들의 폐허가 지금도 남아 있다. 

사해에서 모친께 진상한 '당뇨인을 위한 도시락'

본격적인 사해 물놀이를 하기 전, 점심으로 싸온 도시락을 엄마에게 드렸다. 현미밥 위에 올린 김치볶음, 장조림, 멸치볶음에 콩자반은 거의 '추억의 도시락' 버전. 세상에서 가장 낮은 Bar를 내려다보며 먹는 한식도시락이 엄마 입맛에 맞았으면 좋겠다. 밥챙기랴, 가이드영어 한국말로 통역해드리랴, 버스 안놓치랴, 시간체크하랴 졸지에 가이드가 된 딸은 사실 여행을 즐길 틈이 없다. 

자 이제 수영복 갈아입고 사해 비치로 내려갑시다!

세상에서 가장 낮은 곳에 위치한 BAR 바

사해는 전세계에서 가장 좋은 머드로 유명하다. (우리나라는 보령 머드가 유명한데^^) 그래서 예전 이집트 클레오파트라 여왕도 이곳에 왔단다. 사해는 소금, 미네랄 등 피부에 좋은 성분들이 많아 몸안 노폐물이 저절로 빠져나온다 한다. 사해 바닥에 소금이 있기때문에 아쿠아슈즈나 샌들이 필수다. 엄마 말대로 '똑똑바보'인 나는 호텔에 샌들을 두고 와 맨발로는 뾰쪽뾰쪽 소금 바다의 사해를 도저히 3분 이상 누릴 수가 없었다. 특히 소금물에 눈에 들어가면 너무 아프다고 조언을 들어 절대 손으로 눈을 비비지 않도록 신경을 쓰고 있자니 사해에 둥둥 뜨는 체험만 하고 후딱 나오기 바빴다. 

그래도 물에 둥둥 떠 하늘을 바라본 경험은 인생에 몇 안되는 신기한 경험이다. 아이처럼 나를 떠받쳐주는 바다위에 몸을 맡기자니 처음의 불안함이 점점 사라지고, 점점 자유로운 생물체가 된 느낌이었다. 


나오는 길 기념품샵에서 즐비한 '사해 소금'과 '사해 진흙'을 보고 그냥 지나칠수 없어 화장품 쇼핑을 했다. 무겁긴 했지만 이곳에서 사온 사해 화장품의 퀄리티가 너무 좋아 한국에서 더 사올껄 후회했다. 그런 아쉬움이 있어야 여행의 맛이 있는 거지...

서양 친구들과 다시 버스를 타고 호텔로 돌아왔다. 이제 예루살렘이 새로운 집처럼 포근히 느껴진다.


마차네 예후다 마켓
올리브 강국, 예루살렘 전통시장을 체험하다

호텔로 돌아와 오늘 패키지 투어를 하느라 고생하신 어머님께, 저녁식사로 미역국과 현미밥을 진상해 드렸다. 건조한 사막과 오아시스, 사해까지 스펙타클하게 돌아보신 엄마에게 뜨끈뜨끈한 미역국은 꿀맛이었으리라. 그러나 이래저래 지친 나는 불닭볶음면밖에 생각이 안났다. 

매콤한 그 맛으로 입을 진정시키고 나니 근처에 위치한 '마차네 예후다 마켓'을 돌아보기로 했다. 

마치 남대문 시장을 연상시키는 듯 골목마다 먹거리들과 상품들이 가득했다. 특히 올리브와 싱싱한 과일들이 뿜어내는 건강함에 돌아보는 내내 새로운 에너지로 가득찼다. 내일은 금요일 안식일이라 아무것도 안판다는데 미리 먹을 먹거리와 과일들을 사서 쟁여놓기로 한다. 호텔로 돌아오는 내내 가득 채워질 냉장고를 생각하니 부자가 된 기분이다. 인생, 행복이라는 게 별게 아니다. 냉장고 가득차면 부자지 뭘...



알록달록 원색의 채소, 과일, 올리브, 견과류로 가득찬 예후다 마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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