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배낭여행기 #7-2, 예루살렘 올드시티, 야드바셈 홀
#이스라엘 모녀여행 중, 엄마와 싸우고 난 후는 언제나 어색하다.
엄마의 자존심을 오롯이 물려받은 나는 먼저 화해를 청하기가 왠지 쑥스럽다.
물론 엄마도 '미안하다'는 말을 절대 먼저 하지 않는다.
우리 모녀는 그냥 아무 말 하지 않고, 아무일 없는 듯 거리를 나서기로 한다.
#예루살렘 #올드시티 에 다시 갔다. #비아돌로로사 예수님이 십자가를 지시고 떠난 길을 제대로 보지 못해 자못 아쉬웠기 때문이다. 예루살렘 올드시티는 종교에 따라 1)유대인 구역 2)이슬람 구역 3)아르메니아 구역 4) 기독교 구역으로 나뉘는데 이번에는 이슬람 구역을 통과해 가보기로 한다.
부활절이 시작되는 주일이라 그런지 많은 인파가 올드시티에 몰려있다.
이스라엘 군인 들이 여기저기 포진해 있고 주요 통로를 막아놓아 돌아가야만 했다. 진짜 총을 든 군인들이 험악한 얼굴로 길을 막고 돌아가라고 외친다. 말로만 듣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긴장감이 느껴진다!
올드 시티안은 미로처럼 작은 길로 이어져있다. 우연히 들어간 Christ Church Jerusalm은 교회와 카페를 겸한다. 주일 예배를 드릴 겸 가봤으나, 예배가 없어서 혼자 기도 드리고 나왔다. 카페에는 알록 달록 원색의 모자이크로 된 테이블과 "Jesus Save My Life 예수님께서 내 삶을 구원하신다!"와 "Keep Calm and Drink Coffee 조용히하고 커피 마시세요"라는 재미난 문구가 눈에 띈다.
여기저기 바리케이트로 막힌 올드시티를 더 이상 관광하기가 무리란 사실을 깨닫고, 엄마와 나는 점심을 먹으러 마차네 예후다 마켓 초입에 위치한 수제버거집으로 간다. 맛집인지 머쉬룸 버거와 고구마 &감튀 주문했으나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아 한참을 기다렸다 먹었다.
간만에 먹어보는 햄버거는 꿀맛이다. 엄마랑 냉랭한 가운데 맛있는 걸 먹으니 마음이 조금은 누그러졌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둘다 잘못이다. 엄마도 떨어지는 혈당에 빨리 뭐라도 달라고 한 건데, 나도 그걸 못참았다.
나 또한 여행 내내 한 곳을 오롯이 즐길 새도 없이 나는 엄마가 넘어질까 무리에서 떨어져 다른 투어 여행객들에게 피해를 주지는 않을까 내내 노심초사하며 지내야 했다.
6일 내내 나는 여행 중 '멈춤의 시간' 없이 엄마를 봉양해야했던 '강박의 시간'만이 존재했던 것 같다.
그래서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을, 주님의 성지를 제대로 감상하지 못했고
그것을 싸우고 나서 오롯이 혼자가 되어 간 '수캇할렐, 24시간 기도의 집'에서 깨달았다.
모녀여행 은 딱 2박3일이 좋지 않나 싶다.
일주일은 너무 길었다...ㅎㅎ
호텔로 돌아오는 길, 마차네 예후다 마켓에서 유명하다는 커피집을 들려, 커피빈을 샀다.
'예루살렘커피마켓' 향긋한 커피향이 코를 찌른다.
커피향의 마법 때문일까? 기분이 무척 나아졌다.
한국에 갖고 갈 이스라엘 기념품으로 '커피빈'을 선택한다.
홀로코스트 추모 기념관, 야드 바쉠
오후를 어떻게 보내야 가장 의미있을까를 생각하다, 2차 세계대전 유럽 각지에서 나치들에 의해 죽임 당한 유대인을 추모한 기념관을 가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학살당한 유대인수는 약 600만명 이상이라고. 포로수용소에 갖혀 고된 노역과 질병에 걸렸고, 몇몇은 생체실험의 희생양이 되고, 나머지는 가스실에서 사라져갔다. 이들을 추모하는 #야드바쉠 안에는 특히 '어린이들을 위한 추모관'이 있는데 "The hall of Names 이름의 방"이라곳에는 어두운 방에 하늘의 별처럼 많은 촛불이 켜져 있다. 그리고 그 어둠 속을 뚫고 한 목소리가 죽어간 어린이들의 이름과 나이를 나즈막히 읽어준다. 이름없이 죽어간 어린이들의 영혼을 달래주는 목소리 같아 마음이 매우 아프다.
이스라엘 민족의 아픈 역사를 뒤로 하니 추모관 폐장 시간이 되었다.
예루살렘 버스를 타고 돌아가려고 교통카드 '라브라브 Ravrav'를 찍는데 에러가 났는지 잘 찍히지가 않았았다.
몇 정거장 안되고 내리기도 뭐해서 그냥 타고 가는데, 검표원으로 보이는 할아버지가 다가온다. 설마...
역시 나쁜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표를 달라고 해 교통카드를 줬더니 엄마와 나의 교통카드 속 잔금을 체크하고 '무임승차'라는 식의 얘기를 하며 딱지를 꺼내들었다. 오마이 갓!
"Sorry I am a tourist so I din't know there's no balance in my transporatation card.
죄송해요 제가 여행행객이라 교통카드에 잔액이 없는지 몰랐어요."
내 말을 듣고도 눈도 꿈쩍하지 않고 매몰차게 패널티 티켓을 끊으며 "Welcome to Isarael 이스라엘에 온걸 환영해"이라고 말한다.
갑자기 오만정이 떨어진다. 고의성이 없는데 이 할아버지의 말은 농담도 아니고, 만약 진담이라고 해도 더욱 기분이 나쁘다.
패널티 티켓 가격은 무려무려! 인당 185.5세켈(한화로 8만원)
졸지에 우리는 내일 공항으로 떠나기 전에, 교통카드 패널티를 지불해야만 떠날수 있는 신세가 되어 버렸다.
패널티는 또 어디에서 지불해야 하는 거지?! 이스라엘 예루살렘에서 김서방찾기구만...
어서 숙소로 가야겠다.
오늘은 진짜 일진이 나쁘다.
숙소에 도착했더니 시끌시끌하다. 7시반부터 시작되는 Jazz night이 조식당에서 펼쳐지고 있다. 많은 손님들이 방에서 나와 신나는 재즈공연을 즐겼다. 나도 피자 하나를 바에서 주문해 엄마와 공연을 즐겼다.
오늘은 예루살렘의 마지막 밤!
재즈나이트로 마무리하니 아까 만났던 검표원의 험악한 표정이 조금은 머릿속에서 지워지는 듯하다.